한국에자이, 올해 중반 식약처에 허가 신청 계획
"국내 환자·의료진 니즈 커"…2024년말 허가 목표
의료진 "임상서 좋은 결과…국내에 빨리 도입해야"

미 FDA, 알츠하이머 진행 늦추는 레켐비 사용 승인
미 FDA, 알츠하이머 진행 늦추는 레켐비 사용 승인

[정재원 기자] 미국에서 신속 승인을 받은 알츠하이머성 치매 신약 '레켐비'(성분명 레카네맙)가 국내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27일 이 약 공동 개발사인 한국에자이에 따르면 올해 중반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레켐비의 품목허가를 신청할 계획이다. 2024년 말 허가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국내 환자, 의료진의 니즈가 높아 도입할 계획이다"며 "미국에선 신속 승인을 받았는데, 정식 승인도 올 여름 이뤄질 것으로 기대한다. 미국 정식 승인 심사에 제출된 자료를 토대로 올해 중반 식약처에 바이오의약품 품목허가 신청을 낼 계획이다. 2024년 말 승인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내국인 환자에 신약을 투여해 신약의 민족적 차이를 검증하는 가교임상은 면제될 것으로 기대했다. 임상 3상에 한국인 환자가 100명 넘게 참여해서다. 

레켐비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 개발한 신약이다. 올해 1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초기 환자의 기억력·사고력 저하를 늦춰주는 신약으로 신속 승인했다. 

치매 증상만 완화하는 게 아니라 인지 기능 저하를 늦추는 효과가 인정된 첫 알츠하이머 치료제라는 점에서 주목 받는다. 레켐비를 만든 에자이와 바이오젠이 앞서 2021년 '아두헬름'(아두카누맙)을 알츠하이머 치료제로 FDA의 허가를 받았지만, 허가심사 때부터 이어온 효능·부작용 논란으로 시장에서 외면받았다. 국내 도입도 불투명하다.

이와 달리 레켐비는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레켐비 투약 그룹과 위약(가짜약) 그룹으로 나눠 2주에 한 번씩 투여한 임상 3상 결과, 18개월 후 레카네맙이 위약보다 인지 저하를 27%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군 중 68%는 알츠하이머 유발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도 제거됐다. 

미국 FDA도 허가 당시 빌리 던 FDA 약물평가연구센터(CDER) 관리국장이 "이 치료법은 알츠하이머 증상을 치료할 뿐 아니라 질환이 발달하는 과정을 근본적으로 치료한다"고 언급했다. 

치매 신약 개발의 근간을 흔들었던 '아밀로이드 베타' 무용설을 일축하는 계기도 됐다. 아밀로이드 베타는 뇌 속에 쌓이는 이상 단백질의 일종이다. 아직 치매 발병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은 가운데, 아밀로이드 베타의 침착이 알츠하이머를 일으킨다는 '아밀로이드 가설'이 오랫동안 받아들여지며 많은 신약이 이 단백질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개발 중이다. 

그러다 작년 여름 '아밀로이드 가설'의 논거를 제시한 논문이 조작 의혹에 휩싸였고, 이 가설 기반 신약의 효능 논란이 이어지며 입지가 흔들렸다. 

아밀로이드 가설을 토대로 만들어진 레켐비가 미국 신속 승인을 받으며,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의 중요성은 다시 인정받는 분위기다. 

효과 및 부작용 논란이 여전한 것도 사실이다. 뇌부종과 출혈을 동반하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RIA)에 대한 안전성 이슈가 존재한다. ARIA 발생률은 약 10%로, 아두헬름의 40% 대비 나아졌지만 이 약을 복용한 3명이 뇌졸중, 뇌부종 등의 증상을 겪은 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다. 개발사는 이들 발생이 레켐비와 연관 없다는 입장이나,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한국에자이는 이 약 시판 후에도 안전성 모니터링을 지속하겠단 계획이다. 

한국에자이 관계자는 "사망자들은 심혈관계 기저 질환자이거나 다양한 약제를 복용하던 환자여서 레켐비와의 관련성이 없는 것으로 파악되나, 환자 위험을 최대한 낮추기 위해 안전성 모니터링에 대한 자세한 관리 계획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치매 환자를 보는 의료인들은 레켐비의 국내 도입이 빠른 시일 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대한치매학회 양영순 보험이사(순천향의대 신경과 교수)는 "레카네맙은 임상에서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부작용이 있으나 약의 효능을 상회한다고 보기 어렵다. 국내에 최대한 빨리 도입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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