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넷플릭스 제공)
(사진=넷플릭스 제공)

[김승혜 기자] ㄱ#1.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더 글로리' 파트2가 공개된 지난 10일, 드라마 애청자인 최모(31)씨는 넷플릭스가 아닌 유튜브를 들락거린다. 유튜버들이 올린 '더 글로리 파트2 몰아보기' 요약본 영상이 게재됐는지 확인할 수 있어서다. 최씨는 '오징어게임', 'D.P' 등도 몰아보기 영상으로 봤다. 몰아보기 영상으로 봐도 핵심적인 하이라이트는 다 들어있는데다 콘텐츠 소비하는데 몇 시간씩 허비할 필요가 없어 좋다. 이쪽저쪽 온라인영상서비스(OTT)에 가입할 비용까지 줄여준다.

 #2. 직장인 김민경(28)씨는 '더 글로리' 파트1을 넷플릭스로 정주행했던 일명 '본방 사수파'다. 김 씨는 유튜브 요약본을 보는 시청자들을 이해할 수 없다. 김 씨는 "단지 줄거리를 파악하려고 드라마 보는 사람은 없지 않느냐"며 "리뷰영상으론 극의 전개와 배경음악, 드라마 속 대사에 숨은 디테일한 암시 등 숨은 재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드라마를 즐기는 데 정주행이 정답이라며 파트2 전편(8편)을 넷플릭스로 시청했다.

'더 글로리', '피지컬: 100', '카지노'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대작 콘텐츠들이 줄줄이 공개된 가운데 '몰아보기' 개념의 요약본 영상이 또다른 시청 패턴으로 부상하고 있다. 

11일 기준 유튜브에 게재된 '더 글로리' 파트1 몰아보기 관련 영상 조회수는 200~300만 회 안팎이다. 디즈니플러스 드라마 '카지노' 파트2 1~3화 몰아보기 영상은 게재 3주 만에 약 670만 회의 조회수를 보였다. 몰아보기 영상이 인기를 끄는 이유는 뭘까.

유튜브 몰아보기파 "시간·돈 아끼고 좋네" vs 정주행파 "그래도 장면 하나하나 엑기스인데" 

우선 숏폼(짧은 영상) 콘텐츠를 선호하는 20·30세대 소비 패턴에 안성맞춤이다. 콘텐츠 시장에 다양한 킬러 콘텐츠들이 쏟아지면서 OTT 드라마·영화는 청년 세대의 주요 대화 소재로 떠올랐다. 하지만 모든 킬러 콘텐츠를 제때 소화하기에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몰아보기 콘텐츠는 이런 걱정을 줄여준다.

실제로 유튜버들이 올린 '더 글로리' 파트1 요약본 영상 길이는 1시간10분 안팎이다. 총 6시간24분7초인 파트1(8편)의 핵심 줄거리를 6분의 1로 줄였다. 

일부 지상파 TV의 영화소개 프로그램의 프리뷰 영상보다는 훨씬 길고 자세하다. 프리뷰 영상에선 보여주지 않는 결말까지도 유튜브 영상에선 볼 수 있다. 

프리뷰 영상처럼 유튜버들의 내레이션도 몰아보기 콘텐츠만의 흥행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직장인 정모(28)씨는 "예전에 출발비디오여행 보는 것처럼 내레이션이 들어가 있어서 콘텐츠를 소비하는 데 더 재밌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인터넷 커뮤니티에는 어느 유튜버가 더 재밌게 말하고 간략하게 잘 요약하는지 비교하는 글도 나오고 있다.

구독료를 아낄 수 있다는 것도 또다른 장점으로 꼽힌다. '더 글로리', '카지노' 등은 특정 OTT가 독점 공개하는 콘텐츠라 모든 킬러 콘텐츠를 보려면 여러 OTT를 개별로 가입해야 한다. 몰아보기 이용자들은 한 OTT를 구독하는 상황에서 특정 콘텐츠를 보기 위해 또 다른 OTT를 추가로 구독하기에는 요금 부담이 크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고양에 사는 임지원(28)씨는 "넷플릭스를 구독하지만 '카지노'를 보기 위해 디즈니플러스까지 구독하는 건 요금 부담이 있다"며 '카지노'를 몰아보기 영상으로 시청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콘텐츠를 OTT 플랫폼으로만 보는 일명 '정주행파'도 만만치 않다. 인트로와 배경음악과 대사 등 장면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기승전결을 끝까지 봐야 드라마를 제대로 즐길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이유다.

직장인 김민경(28)씨는 "드라마는 장면 하나하나 의미가 있다. 클립만 보면 그런 의미들을 놓치기 쉽고 요약본은 뒤죽박죽 섞어놓은 것 같다"며 '더 글로리' 파트1·2 모두 넷플릭스로 정주행했다고 전했다.

유튜브 영상으로는 흉내 낼 수 없는 초고화질(UHD), 고음질 오디오 등을 OTT에서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정주행을 선호하는 이유로 꼽힌다. 예를 들어 넷플릭스는 프리미엄 멤버십 이용자들이 콘텐츠를 실감 나게 즐기도록 4K(UHD) 화질과 돌비 애트모스 등 공간 음향 기능을 제공한다.

넷플릭스·티빙 구독자 이모(29)씨는 "집에 서라운드 사운드 스피커가 있는 TV가 있어 시간·돈이 들더라도 OTT로 최상의 콘텐츠 품질을 경험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 침해 우려?"…"오히려 OTT 가입자 늘어나" 

일각에서는 유튜브 몰아보기 영상이 남발하고 있는 것에 대해 저작권 침해를 우려하는 시각도 있다.

이에 대해 OTT업계 관계자들은 유튜버와 협의해 리뷰 용도로 콘텐츠 일부 장면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지는 리뷰 콘텐츠를 통해 홍보하는 게 '실(失)'보다 '득(得)'이 더 많다. 일단 몰아보기 영상을 보고 OTT에 가입해 정주행하는 가입자들이 많다는 얘기다. 

OTT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유튜브에 게재된 '몰아보기' 또는 리뷰 영상은 대부분 업체가 허용한 영상"이라며 "유튜버가 영상 게재 전에 업체한테 미리 보내는 등 사전 조율도 진행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일부 콘텐츠는 저작권을 소유한 OTT 기업과 협의 없이 제작해 올리는 경우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때는 저작권 침해 수준에 따라 유튜브에 영상을 삭제해달라고 요청한다"고 전했다.

유튜브코리아에 따르면 저작권 소유자가 유튜브에서 허가 없이 사용된 본인의 저작권 보호 콘텐츠를 발견하는 경우 저작권 삭제 요청을 제출할 수 있다. 저작권 삭제 요청이 유효하다고 판단되면 유튜브는 저작권법에 의거해 신고된 동영상을 게시 중단하며, 해당 채널에 저작권 위반 경고를 부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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