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원 기자] 지난해 이자이익으로 총 37조 원을 벌어들인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성과급과 퇴직금으로 지출한 금액이 약 3조5,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6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전날 '제3차 은행권 경영·영업관행·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 실무작업반' 회의에서 이러한 내용의 '5대 은행 성과급 등 보수체계 현황' 자료가 공개됐다.

이에 따르면 신한·KB국민·우리·하나·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이 지난해 벌어들인 이자이익은 총 36조9,288억 원으로 전년(30억3,062억 원) 대비 21.9%(6조6,326억 원) 증가했다. 지난 2020년(27조309억 원) 대비로는 무려 10조 원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고금리 기조 속 예대마진을 통해 막대한 수익을 올린 것이다.

지난해 5대 은행이 지출한 인건비는 총 10조7,991억 원으로, 전년(10조2,318억 원) 대비 5,6730억원 늘어났다. 이 가운데 고정급여가 5조4,044억 원, 성과급 1조9,595억 원, 퇴직금이 1조51,52억 원이었다.

은행들의 직원 성과보수체계는 고정성과급과 특별성과급으로 구성된다.

고정성과급은 직원별·소속별 KPI 등에 따라 개인별 기본급의 일부를 성과 차등해 지급하는 급여성격의 성과급을 말하며, 은행들은 월 기본급의 400%를 기준으로 하되 직원별 KPI에 따라 280~560% 차등 지급했다.

특별성과급은 사전에 설정된 은행 단기 경영목표 달성시(이익목표 80% 달성 등) 수익의 일부를 임직원에게 배분하는 것으로, 구체적 지급기준은 사전 노사합의에 따라 은행장 전결로 지급된다. 단 외국계 은행 중 1개 은행은 특별성과급 제도가 없고, 다른 1개 은행은 제도는 있으나 최근 2년간 미지급했다고 금융위는 부연했다.

퇴직금은 근로기준법 등에서 정하는 '기본퇴직금'과 노사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희망퇴직금'으로 구분되는데, 이 가운데 희망퇴직금은 노사합의와 은행장 결정으로 정해진다. 지난해 5대 은행의 1인당 평균 희망퇴직금은 3억6,000만 원으로, 기본퇴직금을 합한 1인당 총 평균 퇴직금은 5억4,000만 원 수준이다.

아울러 은행장의 경우 보수를 결정하는 데는 수익성이 가장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은행장의 총 보수는 '고정보수'와 단기성과와 정기성과를 고려한 '성과보수'로 구성된다. 

매년 평가하는 '단기성과급'은 정령지표와 정성지표 평가가 병행되는데, 이중 정량지표는 수익성에 32~45%의 가장 높은 배점을 부여한다. 건전성과 자본적정성 등은 각각 8~15%, 0~10% 수준의 배점을 부여하고 있다. 

정성평가의 경우 통상 은행 경영목표 또는 디지털 전환과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 비이자이익 기반 확대 등이 지표로 활용된다.

장기성과급은 국내 은행들은 정량평가만 진행하고, 이 역시 수익성이 60~95% 정도로 대부분을 차지했고 건전성과 자본적정성은 각각 5~30%, 0~10%에 불과했다.

반면 외국계 은행들의 수익성지표 평가 배점은 30% 미만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국내 은행의 경우 통상 보수위원회가 은행장 등 임원의 성과를 평가하지만, 일부 은행은 지주회장의 은행장의 정성평가부문을 직접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수·유보·이연 정책과 관련해선 일부 은행들은 제대로 규정 또는 기준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은행은 제재 또는 형사처벌, 재무제표 허위작성 등을 환수 사유에 포함하지 않거나, 제재절차 진행 등을 유보사유에 포함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각 은행별로 이연대상 성과급, 이연기간·배분기준 등도 달랐다. 현행 지배구조법에 따라 은행들은 최소 이연조건을 은행별 내규에 반영하고, 총 성과보수(단기+장기)의 40% 해당액을 3년간 이연토록 돼 있다. 하지만 단기성과 보수를 익년에 일시 지급하거나 3~4년간 이연 지급하고 있으며, 장기성과 보수를 3년간 임기의 성과에 따라 2~4년간 이연지급하거나 미운영하는 등 다양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었다. 

반면 외국계 은행은 장기성과급이 없고, 단기성과급을 직무 등에 따라 3~5년으로 차등해 이연지급하고 있다.

금융당국은 최근 은행권의 대규모 수익이 임직원의 노력보다는 코로나 및 저금리 지속 등으로 대출규모가 급증한 상황에서 금리상승이라는 외부적 요인이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는 점, 또 성과급이 사실상 고정급화 돼 있다는 지적에 따라 은행들의 성과보수체계를 개선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특히 성과보수체계를 단기적인 수익과 연계하기 보다는 자산건전성·자본건전성을 높이고, 현재 기업가치 증대보다는 중장기적 미래가치 제고에 중점을 두는 방향을 개선할 방침이다. 

또 해외 금융사는 경영진의 성과를 국민과 시장이 알 수 있게 매우 투명하게 공개하는 점을 고려, 성과보수체계에 대한 보수위원회 안건 공개, 세이온페이(Say-On-Pay) 도입 등 성과보수체계를 적극 공개·공시토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희망퇴직금은 상당히 큰 비용이 소요되는 의사결정인 만큼, 주주총회 등에서 주주로부터 평가받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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