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은 15일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인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모습.
사진은 15일 세계 최대의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 조성 예정지인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모습.

[정재원 기자] 정부가 향후 20년간 300조 원을 투입해 '용인 첨단 시스템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한다고 발표하자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일대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거래 가격은 1억 원 넘게 뛰고 신규 거래와 거래 취소 신고가 쏟아지고 있다. 

24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경기도 용인시 남사읍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는 지난 16일부터 이날까지 26건(계약취소 건 제외)의 거래가 성사됐다. 해당 단지는 총 5개 단지 67개동 6,800여 가구로 이뤄진 남사읍 내 유일한 대단지다.

특히 이 단지는 지난 16일에만 7건의 거래가 체결됐는데 이는 정부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삼성전자의 300조 원 투자 계획을 발표한 지난 15일 바로 다음 날이었다.

거래가격은 단 며칠 사이 1억 원 넘게 뛰었다.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5단지 전용 84㎡는 지난 17일 4억5,500만 원(14층)에 팔렸다. 해당 평형은 지난 4일만 해도 3억5 ,700만 원(17층)에 팔렸는데 순식간에 1억원이 오른 것이다. 

또 전용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 3단지 전용 59㎡의 경우 지난 23일 4억 원(20층)에 거래되면서 직전 거래(2억8?000만원 ) 대비 1억2,000만 원이나 값이 올랐다.

반면 해당 발표 직전 이전 시세로 거래가 이뤄진 계약들은 일제히 계약취소 신고가 올라왔다. 올해 거래된 세대 중 정부 발표 후 거래가 취소된 곳은 무려 16곳에 달했다. 현재 전용 84㎡ 네이버 부동산 매물 가격은 4억2,000만 원~5억5 000만 원까지 치솟아 있는 상태다.

인근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사실 대한민국에서 6,800가구 규모 신축 아파트인데 4억 원대 이하로 살 수 있는 곳은 여기뿐이었을 것이다. 그동안은 너무 값이 싸서 잘 안 팔렸었는데 투자자들에게는 먹잇감이 된 것"이라며 "지난주부터 갑자기 손님들이 몰려왔는데 실수요자는 거의 없고 대부분 갭투자자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 발표 전에는 전용 84㎡가 3억5,000만 원 내외로 계약됐었는데 다 해지가 되고 있다. (집주인들 입장에서는) 4억원만 받아도 돈이 남으니 100만 원만 더 받아도 해지를 하겠다고 한다"며 "집값은 1억 원씩 올랐다. 어제도 전용 84㎡를 4억4,000만 원에 거래했고 이제는 4억5,000만 원대로 가격이 오르는 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해당 지역에 대한 관심이 쏟아지면서 부동산 관련 지표도 영향을 받고 있다. 전날 발표된 한국부동산원 주간 아파트가격 동향에 따르면 3월 셋째주(20일 기준) 용인 처인구 일대는 이러한 호재로 아파트값 하락폭이 -0.02%로 지난주(-0.55%)에 비해 크게 둔화됐다.

또 아파트 실거래 정보를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앱) '호갱노노'에는 해당 발표 이후 일주일 넘게 'e편한세상 용인한숲시티'가 인기아파트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용인시 처인구 남사읍'은 인기 지역 2위다.

업계 관계자는 "전셋값이 많이 빠져 집을 팔아 해결해야만 하는 집주인들과 싼 가격에 투자를 하려는 갭투자자들의 수요가 잘 맞았던 것"이라면서도 "다만 이 지역은 기반시설이 많지 않아 가격이 더 오르게 되면 지금처럼 거래가 이뤄지기는 힘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교통부는 투기방지를 위해 남사읍과 인근 이동읍을 지난 20일부터 2026년 3월19일까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했다. 토지거래허가구역이 되면 대지지분 60㎡을 넘는 부동산 거래 시 관할 구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주택은 취득 후 2년간 실거주하는 조건으로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다만 해당 단지 3·5·6 단지의 경우 전용 84㎡ 평형 대지지분이 55㎡ 내외로 갭투자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번에 삼성전자가 경기도 용인에 조성하는 시스템반도체 특화 단지는 710만㎡(215만평) 규모다. 삼성전자는 2042년까지 이 일대에 첨단 반도체 제조공장 5개를 구축하고 반도체 생산단지와 인근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 팹리스(반도체 설계업체) 등 최대 150개 기업을 유치할 계획이다.

신규 클러스터가 조성되면 기존 생산단지(기흥,화성,평택,이천 등)와 인근 소부장 기업, 팹리스 밸리(판교)를 연계한 세계 최대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를 완성한다는 것이 정부의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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