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곡가 이봉조와 '세기의 커플'로 유명

[김승혜 기자] '밤안개' 등으로 유명한 원로 가수 현미(김명선)가 별세했다. 향년 85세. 

4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9시37분께 서울 용산구 이촌동 자택에서 쓰러진 채 발견됐다. 팬클럽 회장이 발견해 곧장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결국 숨진 것으로 전해졌다.

1938년 평양에서 태어난 현미는 1·4 후퇴 당시 피란으로 내려왔다. 미8군 쇼단에서 3인조 여성보컬 그룹 '현시스터즈'를 결성해 활동을 시작했다. 그곳에서 당대 최고 작곡가 손석우(1920~2019)의 눈에 띄어 정식 데뷔를 하게 된다. 

손 작곡가는 현미에게 영화 '동경에서 온 사나이' 주제가를 취입하자고 제안했고, 이것이 1962년 독집 데뷔 음반 발매로 이어졌다. 음반 제목은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였는데, '동경에서 온 사나이'의 주제가 제목이었다. 

 '당신의 행복을 빌겠어요' 등 손 작곡가의 곡과 당시 떠오르던 작곡가이던 이봉조가 편곡한 '밤안개' 그리고 역시 인기 작곡가 길옥윤의 '내 사랑아' 등이 실렸다. 

특히 '밤안개'는 미국 스타 재즈 가수 프랭크 시나트라와 냇 킹 콜 등이 불러 유명한 '잇츠 어 론섬 올드 타운(It's A Lonesome Old Town)의 번안곡이었는데 우리말 가사를 붙여 크게 히트했다. 음반 제목을 '밤안개'로 변경해 재발매되기도 했다. 

이후 현미는 이봉조 작곡가와 열애 뒤 결혼했고 '세기의 커플'로 통했다. '보고 싶은 얼굴' '떠날 때는 말없이' '애인' ‘아빠 안녕’, '두 사람' 등의 히트곡을 합작하며 세간의 부러움을 샀다.

2007년 자신의 '50주년 기념 콘서트' 관련 기자회견에서 "목소리가 안 나올 때까지 노래하겠다"고 약속했던 현미는 2017년 우리나이로 80세를 기념한 신곡 '내 걱정은 하지마'를 발표하는 등 노익장을 과시했다. 피란 당시 어린 두 동생과 헤어진 아픈 사연이 있는 고인은 2020년엔 이산가족의 고향 체험 VR용 콘텐츠 제작에도 참여했다.    

박성서 대중음악 평론가는 "숱한 명곡을 남긴 현미는 특유의 걸쭉한 허스키 보이스와 거침없는 입담으로 인기를 누렸다"고 기억했다. 

경찰은 사망 원인을 조사 중이다. 빈소와 장례 절차 등은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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