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부수업무에 알뜰폰 추가
은행권 비금융업 진출 물꼬 트여

[정재원 기자]  KB국민은행의 알뜰폰 사업이 정식 승인되면서 은행의 비금융사업 진출에 새 길이 열렸다. 은행권이 이자수익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이 거센 가운데 비금융사업 다각화 흐름에 속도가 붙게 될지 주목된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알뜰폰 사업 '리브모바일(리브엠)'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게 됐다. 다른 은행도 부수업무로 알뜰폰 서비스 진출이 가능해진다. 

전날 금융위원회는 정례회의에서 국민은행 리브엠의 지속적인 서비스 제공을 위한 관련 규제개선 요청을 수용키로 했다. 앞서 금융당국은 2019년 4월 리브엠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해 은행이 부수업무로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도록 특례를 부여했다. 국민은행은 지정기간 만료일(16일)을 앞두고 규제개선을 요청했다.

이에 다른 은행의 통신업 진출 기회도 열렸다. 강영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전날 관련 백브리핑에서 "은행이 부수업무로 간편 저렴한 금융통신 융합 서비스를 영위할 수 있는 특례를 부여할 계획"이라며 "은행에 부수업무로 신청을 하게 되면 7일 이내에 공고를 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사실상 허용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알뜰폰 통신사와 제휴 요금제를 출시하는 등 통신 시장에 간접적으로 진출한 상태다. 하나은행은 지난달 알뜰폰 요금제 비교 플랫폼 '고고팩토리'와 손잡고 금융·통신 서비스 제공을 위한 알뜰폰 요금제를 출시했다. 신한은행은 KT·KT 알뜰폰사업자와 전략적 제휴로 지난해 7월 알뜰폰 요금제를 내놓았다. 

다만 아직까지 부수업무를 통해 알뜰폰 서비스에 나서겠다고 밝힌 다른 은행은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시중은행들은 이외에도 다양한 비금융 사업에 진출하고 있다. 신한은행의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땡겨요'가 대표적이다. 

신한은행이 지난해 1월 선보인 '땡겨요'는 고객과 가맹점인 소상공인, 배달라이더까지 플랫폼 참여자 모두에게 혜택을 제공하는 상생 배달앱을 취지로 출시됐다. 가맹점에는 입점 수수료와 광고비를 받지 않는 것으로 혜택을 시작해 중개 수수료율 2%를 적용하는 등 소상공인의 부담을 최소화했다.

 '땡겨요'는 지난달 말 기준 가맹점 8만5,000곳, 가입자 192만7,000명으로 지난해 1월 6,000곳, 3만7,000명에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2020년 12월 금융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됐으며 내년 말 지정기간이 만료된다. 리브엠의 선례를 고려할 때 향후 정식 사업 승인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이종산업간 협업이 늘어나는 상황 속에 은행의 비금융 사업 확대는 계속될 전망이다. 은행권 관계자는 "은행들이 이자이익 외에 비이비자이익을 늘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보니 비금융업 진출, 다른 산업과의 연계는 확대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고금리 기조 속에 은행들은 막대한 이자수익을 올려 거센 비판을 받았다.

아울러 통신업, 배달앱 등에서 쌓은 비금융 데이터를 신용평가에도 활용할 수 있다. 은행권은 저신용자 대출을 위해 대안신용평가 모형 구축에 힘쓰고 있다. 신한은행은 '땡겨요'에 입점한 개인사업자를 대상으로 신용대출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신한은행 계좌로 입금되는 매출데이터를 활용한다.

다만 은행권 관계자는 "최근 은행권이 건전성 관리에 집중하다 보니 최고경영자(CEO)의 의지가 강하지 않다면 신사업을 추진하는 게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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