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주식비율 50% 이하…신용거래 용이

[정재원 기자] SG(소시에테제네랄)증권발 공포는 어디까지 이어지는 것일까. 현재까지 급락세가 뚜렷한 종목은 삼천리 등 6종목으로 요약된다. 이들 종목은 유통주식이 매우 적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또한 비교적 재무 상태가 건전해 주식담보대출이 용이한 종목이다.

주가 조작이 일어났다면 특정 세력이 이런 종목의 특성을 교묘하게 활용했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전날 선광, 대성홀딩스, 서울가스, 삼천리 등 4개 종목은 하한가를 기록했다. 

이들은 지난 25일 SG발 매물 폭탄으로 이틀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던 6종목들 중 하나이다. 또 이틀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던 세방과 다우데이터는 25.72%, 19.34% 하락하며 3거래일 연속 급락세를 이어갔다.

6종목의 주가 폭락은 주가 조작 세력의 계좌에서 차액결제거래(CFD) 반대매매 매물이 쏟아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주가 조작 세력에 대한 수사와 취재가 이뤄지자 주가 폭락을 앞두고 사전에 움직였다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단은 주가 조작 세력으로 의심되는 10명에 대한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고,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 소속 특별사법경찰이 관련 의혹에 대한 수사를 진행 중이다.

◆유통주식수 적고 신용거래 용이한 기업 타깃

 여섯 종목의 사업적인 부분은 일부를 제외하고 큰 공통점은 없다. 선광은 종합물류기업으로 하역사업과 임대사업을 하고 있고, 대성홀딩스는 대성에너지, 대성글로벌네트웍, 대성이엔씨, 대성창업투자의 지주회사다. 

서울가스와 삼천리가 도시가스공급 사업을 하고 있고, 셋방은 벌크하역, 화물운송 등을 주력으로 하고 있다. 다우데이타는 제조서비스업과 금융업을 각각 영위하고 있다.

다만 주식시장에서의 공통점은 바로 유통주식 비율이 50% 이하라는 점이다.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 기준 선광의 유통가능주식수 비율은 38.3% 수준이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지분 49.17%(324만5,811주)를 보유하고 있고, 자기주식이 약 12.51%(82만5,910주) 수준이다.

대성홀딩스의 경우, 대주주 지분 비율이 72.74%에 달했다.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는 지난해 말 기준 없었으나 대주주 비율이 높아 유통 가능 주식수는 27.26%에 불과하다.

서울가스의 경우,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이 60.26%이며 자기주식의 비율은 22.34%이다. 이를 단순 계산하면 실제 시장에서 유통되는 지분은 17.4% 수준이다.

삼천리도 대주주 비율 39.1%, 자사주 비율 15.6%로 유통 가능 주식수의 비율이 45.3%로 나타났다. 다우데이타는 대주주 비율 67.1%로 인해 유통주식수 비율이 32.9% 였으며 세방의 유통주식수 비율은 50.5%다.

여기에 이들 모두 신용융자를 통한 거래가 용이했다. 대부분이 위탁증거금률이 30~40% 수준으로 신용거래융자를 통한 추가 투자가 손 쉬웠고, 주식담보대출도 가능했다.

이들의 신용융자 잔고비율을 살펴보면 지난 25일 기준 선광은 12.34%, 대성홀딩스 6.71%, 서울가스 7.66%, 삼천리 10.45%, 세방 12.71%, 다우데이타 11.2% 수준이다. 대부분이 10%를 초과하고 있다.

이에 증권사들은 지난 25일 잇따라 6종목에 대한 위탁증거금률을 100%로 올리고 신용거래융자를 금지하는 조치를 취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주요 관건이었던 것은 유통주식수가 적어서 통정매매가 용이했던 종목들"이라며 "여기에 CFD와 신용거래가 가능한 종목을 선별해 작전에 들어간 것 같다"고 전했다.

◆아직도 쌓인 매도 잔량, 급락세 지속되나

 문제는 주가 하락세가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주가조작범이 통정매매를 시작한 것은 3년 전으로 알려졌다. 3년 전부터 꾸준히 유통주식수를 장악했다면 이들의 매물 폭탄도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 특히 유통주식수가 적은 종목이란 점에서 당분간 급락 행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전날 대성홀딩스의 매도 잔량은 189만8,345주에 달한다. 전날 하루 거래량이 5만8,477주 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30배 가까운 매물이 대기하고 있는 것이다.

선광도 166만6,771주의 매도 잔량이 남은채 거래를 종료했다. 전날 거래량은 2만4,946주에 불과했다. 서울가스의 전날 거래량은 1만9,297주였으나 매도 잔량은 71만4,370주로 집계됐다. 전날 삼천리의 매도 잔량은 99만2,627주였으며 거래량은 4만6,188주다.

반면 세방과 다우데이타는 매도 잔량이 크지 않았다. 세방은 5,735주, 다우데이타는 3만8,977주이다. 이는 모두 전날 거래량 대비 적은 수준이다. 이를 감안할 때, 두 종목의 하한가 직행은 나오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세방과 다우데이터의 주가는 3년 전이 아닌 지난해 초부터 상승했다. 이로 인해 시장에서는 주가조작범들의 투자규모가 커지자 다음 타깃으로 세방과 다우데이타를 선정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는 "지난해부터는 차츰 유통주식비율이 높은 종목에도 주가조작에 손을 댔는데 커뮤니티를 통한 투자자를 유치가 흥행하고 그 규모가 커지면서 통정거래에 대한 자신감이 커졌던 것 같다"고 판단했다.

이어 "지난주부터 신용대출 중단 되고 있었고, 그러다 보니까 추가적인 롤오버가 안되면서 작전 실패로 이어졌다"며 "문제는 바로 팔리지 않고, 증거금 부족 현상이 이어져 다른 종목을 팔아야 하는 매물의 악순환이 시작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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