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편집국장
심일보 편집국장

더불어민주당이 김남국 의원의 '60억 원어치 가상화폐 보유' 논란에 홍역을 치르고 있다. 아직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서 벗어나지 못했는데 이번 논란으로 부패에 위선 이미지까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검찰은 김남국 의원의 가상화폐 ‘이상거래’ 의혹을 수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지난해 금융정보분석원(FIU)으로부터 김 의원의 가상화폐 거래 내역 등 자료를 넘겨받아 위법 행위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해 초 한 가상화폐거래소에 등록된 가상화폐지갑에 W코인 80여만개를 보유했으며, 같은 해 2월 말에서 3월 초 전량 인출했다고 한다. 당시 최고 가치는 최대 60억 원대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현재 김 의원은 지난해 1~2월 60억 원어치의 가상화폐 위믹스 코인 80만여 개를 보유했고, 이를 지난해 2월 말에서 3월 초에 인출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특히, 가상화폐 거래 실명제(트래블 룰) 시행일(3월 25일)을 앞두고 이뤄진 거래라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김 의원은 전날 자신의 ATM 출금 내역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주장에 대해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ATM 출금 내역을 확인한 결과 대통령 선거일 전후로 해서 2022년 1월부터 3월 말까지 3개월 동안 인출한 현금은 총 440만 원이었다"며 "2021년 전체 현금 인출한 총액과 2022년도 현금 인출한 총액을 비교해봐도 264만 원으로 크게 차이가 없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이 가상화폐를 현금화하지 않고 다른 곳으로 이체해 투자를 이어갔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는 "트래블 룰 시행 이전부터 거래소에서 실명화된 연계계좌만을 통해서만 거래할 수 있었고, 모든 거래는 제 명의의 계좌로만 거래했다"며 "투자금 역시 주식 매매대금을 그대로 이체해서 투자했다. 모든 거래 내역은 거래소에서 투명하게 전부 다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해명에도 논란은 쉽사리 수그러들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올해 발표된 재산공개 내역에 가상자산을 포함하지 않은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인 탓이다. 현행법상 공직자는 가상자산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대신 1,000만 원 이상의 현금과 주식, 채권 등의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이는 공익과 사익 간의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장치이기도 하다. 

의무는 아니지만 굳이 알리고자 했다면 재산공개 '비고'란을 활용해 가상화폐 투자 내역을 적어 넣을 수도 있었다. 더군다나 김 의원은 2021년 7월 가상자산 과세 유예법안(소득세법 개정안) 발의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에 대해서도 이해충돌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만약 법안 발의까지를 이해충돌 사항으로 폭넓게 규제하게 된다면 다주택자 의원들이 종합부동산세 세율을 낮추거나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다자녀 의원이 다자녀 가정에 복지 혜택을 주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노부모를 부양하는 의원이 간병비 확대하는 법안을 발의하는 경우 등도 전부 이해충돌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렇게 될 경우 국회의원이 가진 입법권이 과도하게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하고, 그래서 이해충돌방지법에서는 법률의 제·개정 및 폐지 과정은 예외 사유로 규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여당은 이런 김 의원의 행태를 '약자 코스프레의 이중성'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전주혜 원내대변인은 전널 논평에서 "김남국 의원이 느닷없이 의혹의 배후로 한동훈 검찰을 지목했다"며 "이재명 키즈답게 '나몰라 재테크'에만 능한 줄 알았더니 의혹을 대하는 방식마저 이 대표의 순교자 코스프레를 따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60억 원에 이르는 자금의 이상 흐름이 무슨 정치 수사가 될 수 있으며, 여기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왜 나오느냐"고 꼬집었다.

그는 "김 의원이 지난해 2월 말∼3월 초 가상화폐 실명제가 시행되기 직전에 위믹스 코인 약 60억 원어치를 전량 인출하자 거래소가 FIU에 내역을 통보했고 FIU 역시 이상 거래로 분류해 검찰에 통보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강성 지지층에 기대어 무턱대고 검찰의 표적 수사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자금의 출처와 행방을 명확히 소명하는 것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김 의원의 재산신고 내용을 보면 2021년에 약 9억 4,000만 원어치 신고돼 있던 증권 내역이 이듬해인 2022년에는 0원으로 나온다"며 "김 의원의 해명대로라면 이 돈으로 코인 투자를 한 셈인데, 같은 기간 예금 잔액은 1억4,769만 원에서 11억1,581만 원으로 9억 6,000만 원가량 늘어난다"고 의구심을 표했다.

그러면서 "증권 처분액으로 코인에 투자했다면 거액의 예금은 어떻게 늘어난 것인지 밝히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전 원내대변인은 "김남국 의원은 국회의원이라고 호텔에서 잔 적 없다고, 신발은 구멍 난 3만 7천 원짜리 운동화를 신는다고 했다"며 "검찰은 김 의원의 이상 자금 흐름을 조속히 밝히라. 김 의원 역시 수사기관의 수사에 성실히 협조하길 바란다"고 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도 논평에서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60억 가상화폐 보유' 논란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과 검찰 작품이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이재명식 동문서답으로 국민들 분노를 유발하지 말라"고 비판했다. 

유 수석대변인은 "김남국 의원의 대국민 환장쇼가 점입가경"이라며 "뜬금없이 '모든 것을 걸고 진실게임을 하자'는 협박을 하고 한동훈 장관을 소환하며 검찰 작품이라는 망상에 가까운 선동까지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의원은 그러면서 내내 반복하는 말이 고작 '문제가 없는 거래'라고 하고 있다"며 "국민들은 불로소득을 비판하던 민주당 의원의 코인 보유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그런데 김 의원은 이재명식 동문서답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민주당 내에서도 공직자들의 가상재산 신고 기준에 허점이 있었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용우 의원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직자들의 가상재산 신고 의무화를 규정한 법률 개정안을 재작년 5월 발의했으나 현재까지 국회 계류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상재산은 그 특성상 익명성과 쉬운 이전 등의 특징으로 인해 부정적인 영향력도 발생할 수 있다"며 "특히 공직자가 이러한 가상재산을 보유하고 있는 경우 부정한 이익을 추구하거나 재산 은닉, 탈세 등과 같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했다.

아직 당 지도부 차원에서 대응에 나설 계획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 다만 이번 코인 논란이 몰고 올 후폭풍에 대해서는 우려하는 분위기다.

당 지도부 소속 한 의원은 "대통령실 공천 개입, 태영호 최고위원 징계 등 여당과 관련된 이슈가 많은데 김 의원의 코인이 더 부각되는 모습이어서 안타깝다"며 "지도부도 이와 관련된 상황을 보고 받으면서 계속해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오늘 한 신문은 사설을 통해 "가상화폐는 하루 거래액이 코스피의 2배가 넘기도 했다. 이를 제외한 공직자 재산 공개는 은닉을 합법화하는 수단으로 전락할 수 있다. 김 의원도 불법이 없었다는 말만 반복하지 말고 보유한 가상화폐의 규모와 거래내역을 스스로 밝혀야 한다. 그래야 재산을 신고하지 않은 이유가 타당한지, 이해충돌이 없었는지 국민들이 판단할 것 아닌가. 김 의원은 스스로 청렴하고 강직한 청년 정치인임을 강조해왔다.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고, 낡은 신발을 신고 유권자와 만나는 것을 자랑스러워했다. 지금처럼 검찰의 음모라는 주장만으로는 가상화폐 시장의 불공정함에 큰 손실을 본 청년 투자자들을 설득하지 못할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제도는 공직자들이 재임 기간 부당하게 재산을 늘리는 것을 방지하자는 취지에서 도입됐다. 국내 가상화폐 투자자가 600만 명을 넘고 이 중에는 공직자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큰 현실에서 가상화폐를 재산 신고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옳지 않다. 국회에는 이미 가상화폐를 공직자의 등록대상 재산에 포함시키는 내용의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는 만큼 하루빨리 관련 법제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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