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금융안정보고서…자영업자 대출 3년새 50.9% 늘어
"취약차주, 채무재조정 및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해야"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뉴시스
12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 한 건물에 임대 안내문이 붙어있다./사진=뉴시스

[정재원 기자] 자영업자 대출이 1,034조 원으로 1년 새 7.6%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올해 말 취약 차주의 연체 위험률이 18.5%까지 상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단기적으로 취약차주의 채무를 재조정해야 한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한은은 21일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 같은 내용의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를 의결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자영업자의 소득 개선이 더딘 가운데, 자영업자 부채 규모가 빠르게 증가하고, 그동안 낮은 수준을 유지하던 연체율은 상승 전환했다.

이에 따라 올 1분기 자영업자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7.6% 증가했다. 2019년 말(684조9,000억 원)보다는 50.9% 늘어난 규모다.

한은은 취약차주와 비은행권, 대면서비스업 위주로 증가하는 등 부채의 질도 악화됐다고 평가했다. 자영업자는 비자영업자에 비해 부동산가격 하락에 따라 취약성이 높고, 원리금 상환부담과 일시상환 중심의 부채 구조 등의 리스크가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해 1분기 말 기준 자영업자대출 중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비주담대) 비중은 58.6%로 비자영업자(15.1%)에 비해 상당히 높은 수준이며 1분기 말 1인당 대출규모(3억3,000만 원)는 비자영업자(9,000만 원)의 3.7배 수준이다.

또 자영업자대출의 일시상환방식 비중과 단기대출 비중은 각각 44.2%, 73.2%로 비자영업자(각각 37.7%, 37.6%)에 비해 높다.

이에 따라 향후 경기 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되고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는 가운데 대출금리 부담이 유지될 경우 취약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 규모가 확대될 위험이 높다.

한은이 시뮬레이션한 결과 올해 말 자영업자대출의 연체위험률은 3.1%까지 상승하고, 이중 취약차주의 연체위험률은 18.5%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한은 관계자는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리스크 관리를 위해 단기적으로 취약차주에 대해 새출발기금 등 채무재조정을 촉진할 필요가 있고 중장기적으로는 정상차주에 자발적인 대출 상환을 유도하는 한편 부채구조를 단기에서 장기로, 일시상환에서 분할상환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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