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급락으로 역전세난에 이어 역월세까지
1년 내 만기 전세보증금 300조원…"역대 최대"

13일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13일 서울시내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뉴시스

[신소희 기자] "전세보증금 반환이 어려운 일부 집주인들이 기존 세입자를 붙잡기 위해 전세자금 대출 금리로 이자를 지급해요."

지난 23일 서울 송파구 헬리오시티 내 한 공인중개소 대표는 "보증금 하락분만큼 이자를 세입자에게 매달 지급해서라도 기존 세입자와 계약하려는 집주인들의 문의가 늘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표는 "돌려줄 전세금을 마련하지 못해 전전긍긍하는 집주인이 적지 않다"며 "만기가 돼도 자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어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집주인들이 역월세를 적극적으로 제안하고 있다"고 전했다.

역전세 우려가 현실화하고 있다. 전셋값 급락으로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제때 돌려주지 못할 처지에 놓인 집주인이 오히려 이자 형식으로 월세를 내주는 '역월세' 단지가 늘고 있다.

2년 전 계약 당시보다 전셋값이 하락하면서 세입자에게 보증금을 돌려줘야 하는 역전세 단지가 늘어나면서 전세보증금을 깎아주는 수준을 넘어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역으로 월세를 주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국토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의 경우 2021년 7월 12억~12억5,000만 원에 신규 전세 계약이 체결됐으나, 이달 현재 신규 계약 전셋값은 9억3,000만 원~9억800만 원 선이다. 2년 전 계약을 맺었던 집주인은 시세 하락분 3억 원 가량을 임차인에게 내줘야 한다.

올해 상반기 전세 계약을 맺은 서울 아파트 가운데 절반가량이 2년 전보다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에 거래된 서울 아파트 전세 계약 6만5,205건 가운데 6월까지 동일 단지·주택형·층에서 1건 이상 거래된 3만7,899건의 보증금을 비교한 결과 2만304건(54%)이 직전 계약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올해 상반기 역전세 비중이 가장 큰 곳은 중구로, 조사 대상의 63%가 2년 전보다 전셋값이 내려앉았다. 이어 ▲동작구(62%) ▲서초구(61%) ▲은평구(60%) ▲강북·관악구(각 59%) ▲강남(58%) 등이 뒤를 이었다.

2년 전보다 전셋값이 하락한 거래의 보증금 격차는 평균 1억152만 원에 달했다. 집주인이 갱신 또는 신규 계약을 하면서 기존 세입자에게 평균 1억 원 이상, 총 2조1,000억 원이 넘는 보증금을 돌려준 셈이다.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1년 사이에 계약이 만료되는 전세보증금 총액이 아파트 228조 원을 포함해 300조 원을 넘어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직방에 따르면 올해 하반기에 계약이 종료(계약기간 2년 기준)되는 2021년 하반기 전국 주택전세거래총액은 149조800억 원으로 집계됐다.

2024년에 계약기간이 끝나게 될 지난해 상반기 전세거래총액은 153조900억 원으로 조사됐다. 즉 향후 1년간 전세계약이 만료되는 보증금 총액이 302조1,7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 2011년 실거래가 공개 이후 집계된 거래액 중 가장 많다. 또 올해 1분기 주택담보대출 750조2,000억 원의 40.3%, 가계신용 1835조9,000억 원의 16.3%에 해당한다.

부동산 시장에선 역전세난이 연말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 동결에도 고금리 기조가 여전하고, 부동산 시장 침체가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올해 하반기에는 서울지역에 1만 가구가 넘는 아파트 신규 입주 물량 예정돼 전셋값 하방 압력이 커지고 있다. 지난 3월 강남구 개포 프레지던스 자이’(3,375가구) 입주를 시작으로, 8월 서초구 래미안 원베일리(2,990가구)와 내년 1월 개포 디에이치 퍼스티어 아이파크(6,702가구)가 입주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전셋값 하락으로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다시 전세거래보증금 거래총액이 줄고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2년 전보다 13.5% 하락한 상황"이라며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