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대출 1분기 1,034조 육박 '사상최고'
저소득 자영업 2금융 자영업자 연체율 1분기 1%p 뛰어
2금융 자영업자 대출 1분기에만 3.1조 늘어

[서울=뉴시스]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서울=뉴시스]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정재원 기자] 수년간 코로나19 충격과 경기 부진에 자영업자들의 대출이 1,034조 원으로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이들의 원리금 상환 능력도 한계에 부딪히며 연체율은 8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자영업자 대출 대규모 부실' 사태가 대출 만기 연장·상환 유예 등의 금융 지원이 아직 끝나지 않은 상태에서 시작된 만큼 앞으로 상황이 더욱 나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자영업자 대출 1분기 1,034조 육박 '사상최고'

2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영업자 대출 현황' 자료에 의하면 올해 1분기 현재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1,033조7,000억 원으로 사상 최대 기록을 갈아치웠다.

지난해 3분기 1,014조2,000억 원, 4분기 1,019조9000억 원에 이어 세 분기 연속 1,000조 원을 넘었다. 3개월 사이 13조9,000억 원 더 늘었다.

연체율 상승 속도도 가팔라졌다. 1분기 기준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기관 연체율은 1.00%로 집계됐는데 작년 4분기(0.65%)보다 0.35%포인트 높다. 연체율 상승 폭도 지난해 4분기(0.12%포인트)나 3분기(0.06%포인트)와 비교해 크게 뛰었다.

1.00%는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 4분기(0.76%)를 웃돌 뿐 아니라 2015년 1분기(1.13%) 이후 8년 만에 가장 높은 자영업자 연체율이다. 자영업자 대출 연체액도 1분기 6조3,000억 원으로 지난해 4분기(4조1,000억 원)보다 53.7%나 늘었다. 증가율이 4분기(24.2%)의 두 배 이상이다.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 1분기에만 3.1조 늘었다

자영업 대출자 연체율을 소득별로 나눠보면 저소득층(소득 하위 30%)은 작년 4분기 1.2%에서 올해 1분기 1.6%로 0.4%포인트 올랐다. 이 계층의 연체율 1.6%는 코로나 사태 전인 2019년 3분기(1.7%) 이후 3년 반 만에 최고 기록이다.

중소득(소득 30∼70%) 자영업자의 연체율(1.8%)도 3개월 새 0.5%포인트 높아졌다. 코로나 사태 초기였던 2020년 1분기(1.9%) 이후 3년 만에 가장 높다. 고소득(소득 상위 30%) 자영업자의 연체율(0.9%)도 2019년 3분기(0.9%) 이후 3년 6개월 내 최고 수준에 이르렀다.

연체율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지만 모든 소득 계층에서 자영업자의 대출은 줄지 않고 계속 늘고 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전 금융기관 대출 잔액은 2022년 4분기 119조9,000억 원에서 올해 1분기 123조 원으로 3조1,000억 원 불었다.

같은 기간 고소득 자영업자(713조9,000억 원→723조6,000억 원)와 중소득 자영업자(186조 원→187조2,000억 원) 대출도 각각 9조7,000억 원, 1조2,000억 원 더 늘었다. 저소득·고소득 자영업자의 올해 1분기 말 기준 대출 잔액은 각 역대 최대 규모다.

2금융권 자영업자 연체율 1분기 1%p 뛰어

특히 비(非)은행 2금융권 대출 연체율이 더 심각한 상태다. 1분기 기준 은행권과 비은행권 자영업자 연체율은 각각 0.37%, 2.52%로 집계됐다.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은행에서 0.11%포인트 오르는 동안 비은행권에서는 0.92%포인트 급등했다.

은행권 연체율은 2019년 1분기(0.38%) 이후 4년 만에 비은행권 연체율은 2020년 2분기(2.59%) 이후 2년 9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비은행권을 다시 세부업권으로 나눠보면 상호금융(2.22%), 보험(0.69%), 저축은행(5.17%), 카드사 등 여신전문금융회사(1.66%)의 1분기 연체율이 3개월 사이 각각 0.83%포인트, 0.36%포인트, 1.86%포인트, 0.6%포인트 높아졌다.

소득별로는 상대적으로 저소득층 자영업자의 2금융권 대출이 빠르게 늘고 있다. 저소득 자영업자의 은행 대출잔액은 지난해 4분기와 비교해 올해 1분기(72조7,000억 원) 사이 8.7% 늘었지만 같은 기간 저축은행과 상호금융에서는 각각  20.8%, 23.7% 급증했다. 대부업을 포함한 기타 금융기관의 저소득 자영업자 대출도 3조5,000억 원에서 3조8,000억 원으로 11.8% 불었다.

양 의원은 "올해 9월 말 코로나19 관련 금융지원의 종료로 자영업자들의 원금상환이 시작되면 대규모 부실이 현실화 될 수 있고 경제 전반의 위기로 번질수 있다"면서  정부와 금융권은 만기 연장 등 금융 지원을 늘려 선제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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