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6월29일 취임…"조용한 기념"
'꼼꼼'·'과감' 평가…조직 문화 변신도 꾀해

[서울=뉴시스]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일 전 세계 LG 임직원에게 신년사를 담은 영상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사진 = LG)
[서울=뉴시스]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일 전 세계 LG 임직원에게 신년사를 담은 영상을 이메일로 전달했다. (사진 = LG)

[정재원 기자] 2018년 6월 ㈜LG 회장에 취임한 구광모 회장이 29일 취임 5주년을 맞는다. LG그룹은 별다른 행사 없이 조용히 이날을 기념할 계획이다.

구 회장은 취임 후 사업 포트폴리오를 관리하고, 인재를 육성하는 등 지주회사 대표 역할에 집중해왔다. 다른 대기업 총수들과 달리 '회장'이라는 직위가 아닌, '대표'라는 직책으로 불러 달라고 한 이유도 새로운 리더십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꼼꼼'하고 '과감'한 리더평…"실용 중심으로 조직문화 바꾼다"

취임 5년이 지난 시점에 구 회장에 대한 내부 평가는 '꼼꼼한 리더'로 압축된다. 그만큼 구 회장이 어떤 일을 추진할 때 깊이 있게 검토하고 충분한 고민을 거친다는 후문이다.

가끔 회의에서 전문가 수준의 깊이 있고 날카로운 질문으로 실무자들을 당황하게 만들기도 한다.

외부에서는 구 회장을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리더'라고 본다. 취임 후 5년 동안 모바일 사업 종료, LX 계열분리,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AI연구원 설립 등 굵직한 의사 결정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갔다.

구 회장 체제의 LG그룹은 실용주의를 바탕으로 조직 문화를 바꾸는 데도 한창이다. 회장 취임 후 LG 최고경영진 회의는 임원들이 모여 보고를 하고, 경영 메시지를 전달받는 과거 방식에서 탈피해 회의 때마다 상황에 맞는 주제를 정하고 토론하는 회의를 한다. 필요할 경우 외부 전문가를 초청해 강연을 듣는다.

400명 이상 임원들이 분기마다 모였던 임원세미나를 없앤 것도 큰 변화다. 회의 성격에 따라 50명 미만의 인원이 참가하고 필요하면 온라인 등을 활용해 회의에 참석한 사람들이 다양한 의견을 내는 방향으로 진행하고 있다.

시무식 풍경도 바뀌었다. 구 회장은 2019년 취임 후 첫 시무식을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했다. 기존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장소를 옮겼고 복장도 정장 대신 비즈니스 캐주얼을 입었다. 임원이 아닌 직원들도 참석해 함께 새해를 열었다.

2020년부터는 시무식을 디지털로 전환해 전 세계 26만 명의 LG 구성원들에게 이메일로 신년 인사가 담긴 영상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2021년 신년사부터는 연초가 아닌 연말에 신년 영상 메시지를 전달해 구성원들이 차분히 한 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도록 배려하고 있다.

"다녀간 줄도 몰랐다" 조용한 현장 행보

구 회장은 취임 후 거의 매달 LG 계열사들의 현장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대부분 현장을 꼭 필요한 인원과 조용히 방문하기 때문에 현장에 있었던 직원들조차 구 회장 방문 사실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실제 2020년 서울 강서 LG전자 '베스트샵', 서울 강남역 인근 LG유플러스 '일상비일상의 틈'에도 최소한의 인원과 방문했다. 당시 구 회장이 베스트샵을 방문했던 시간에 매장에 있었던 고객들조차 구 회장이 다녀간 것을 몰랐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조용히 현장을 살폈다.

LG전자 AS를 담당하는 케어서비스 매니저들과 만난 현장에서는 매니저들이 실제 사용하는 가방과 장비를 들어보고 무게가 얼마나 나가는지 물으며 "여러분들이 힘들고 불편하면 고객도 행복해질 수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한편 구 회장은 '국가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기업의 책임을 다하자'는 고(故) 구본무 회장의 뜻을 이어받되, 실질적으로 시민들에 삶에 기여할 수 있는 사회공헌 활동을 펼쳐 오고 있다.

2019년에는 초중고교에 공기청정기 1만대를 지원했으며, 코로나19 치료를 위해서는 LG의 교육시설인 'LG 인화원'을 생활치료센터로 제공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을 위해 국제백신연구소에 사재 10억 원을 기부하기도 했다.

구본무 회장 시절 만든 'LG의인상'은 사내 구성원에서 시민들로 수상 범위를 확대해 운영 중이다. 의로운 일을 한 사람에게 단순히 포상을 제공하는 의미가 아니라, 의로운 일을 한 마음이 사회로 확산되는 선한 영향력이 퍼졌으면 하는 의지를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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