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보험, 짧은 만기 선호하는 최근 트렌드 못 쫓아
생보사들, 사망 전 수술비 보장 제공 상품 출시하기도

40만원 육박하는 도시가스 고지서/뉴시스
40만원 육박하는 도시가스 고지서/뉴시스

[정재원 기자] 생명보험사들의 대표 상품으로 꼽히던 종신보험의 신계약 건수가 2년동안 35%가량이 줄어든 가운데 원인으로는 단기납을 선호하는 트렌드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보사들의 종신보험 신계약은 지난 2020년 약 163만 건에서 106만 건으로 2년 사이 57만 건 감소해 35% 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금액은 85조4,000억 원에서 49조1,000억 원으로 약 40% 감소했다.

종신보험은 보험기간을 한정하지 않고 가입자가 사망했을 경우 보험금을 100% 지급하는 보험상품으로 한때 생보사들의 주력상품이기도 했다.

다만 평균수명 등의 증가로 피보험자가 보험료를 가입해야 하는 기간이 늘거나, 중도해지의 가능성도 이와 비례해 늘면서 선호도는 감소했다. 지난해 생명보험사들의 평균 25회차 계약유지율은 69.2%로 나타났다. 보험료를 25회 이상 납부해 2년동안 계약이 유지한 피보험자가 전체의 69%에 그친다는 의미다.

때문에 최근엔 단기납 형태의 상품을 선호하는 소비자도 늘었다. 이 상품 유형은 10년 이내의 납입 기간이 완료되면 해지환급금이 원금 수준에 달하는 유형의 종신보험이다. 중도해지시 리스크는 기존 종신보험보다 큼에도 소비자들에겐 짧은 납입기간이라는 점이 메리트로 작용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종신보험 가입은 사실상 포화에 접어든 만큼 수익을 유지하려면 그 자리를 신규 가입자가 대체해야 하는데, 긴 납입기간 대비 돌아오는 보장은 없으니 점점 단기납 형태의 상품으로 몰리는 추세다"라고 밝혔다.

금리 리스크로 인한 해약도 늘었다. 지난해 생명보험 해지환급금은 52조 원으로 나타났고, 효력상실환급금(1조6,000억 원)을 더하면 53조6,000억 원에 이른다. 지난해 말 기준 보험료 납입에 부담을 느껴 해지자들 중 연체보유자 비율은 8.0%로, 목돈이 필요해 보험을 해지한 소비자의 2.6배에 달했다.

이와 관련 박희우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달 초 보고서에서 "지난해 가계대출 증가율과 실업률은 안정화되는 추세였지만 경제성장률이 하락하고 금리와 물가가 급격히 상승했기 때문에 경기부진과 금리·물가 변동이 최근 보험계약 해지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1인 가구의 증가도 종신보험의 부진에 영향을 줬다. 통상 종신보험은 보험 가입자가 사망할 시 보험금을 배우자 등 가족에게 지급하는 형태를 취하고 있는데, 배우자조차 없는 1인가구가 늘어날수록 종신보험의 유입 요인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1인가구 수는 약 716만6,000가구로 전체 가구의 33.4%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생보사들은 유병자나 고령층이 가입할 수 있거나 사망 전에도 보장을 제공하는 상품을 개발하는 중이다. 일례로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19일 '헤리티지 종신보험'을 출시하며 간편고지형에 이어 초간편고지형을 신설해 계약심사 기준을 완화했다. 3개월 이내 의사로부터 진찰·검사를 통해 입원·수술·검사 등의 소견이 없고, 2년 이내 질병과 사고로 인한 입원·수술한 적이 없으면 보험 가입이 가능하게 했다. 가입 연령은 최대 80세로 늘렸다.

교보생명 역시 지난 2월 (무)교보실속여성건강종신보험을 출시하면서 주요질병·수술 발생 시 주계약 가입금액의 140%를 진단보험금으로 받을 수 있도록 상품을 설계하기도 했다.

또다른 생보사 관계자는 "피보험자가 특별한 보장없이 장기간 보험료만 납입해야 유지되는 형태인 기존 종신보험은 투자 등을 통해 자산 증대가 우선인 소비자들에게는 소구력이 떨어진다"며 "가입자가 사망하기 전에도 일정 부분을 보장을 제공해야 상품 경쟁력도 오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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