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대출 감소했지만…취약차주 빚은 증가세
금융취약지수…더 높아질 가능성↑

[서울=뉴시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22일 기준 678조2천억 원으로 5월 말보다 6,040억 원 늘어 두 달 연속 증가를 앞두고 있다. 특히 고금리 등에 감소했던 신용대출이 1,035억 원 늘어 8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2023.06.26.
[서울=뉴시스] 5대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이 22일 기준 678조2천억 원으로 5월 말보다 6,040억 원 늘어 두 달 연속 증가를 앞두고 있다. 특히 고금리 등에 감소했던 신용대출이 1,035억 원 늘어 8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됐다. 사진은 26일 서울 시내 한 은행의 대출창구 모습. 2023.06.26.

[정재원 기자]  1년 벌이를 모두 쏟아 부어도 대출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계 대출자가 175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고금리 시대에 취약차주의 빚은 1조2,000억 원 늘어나며 이들의 대출 잔액은 총 94조8,000억 원에 달했다. 가계의 빚 부담이 금융부실의 뇌관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DSR 100% 차주만 175만…가계대출자의 8.9%

3일 한국은행이 더불어민주당 양경숙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국내 가계 대출자는 1,977만 명으로 이들이 빌린 돈은 1,845조3,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원리금 상환액이 연소득의 70%를 넘는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이 70% 이상인 대출자는 299만 명에 달했다.

최저 생계비를 제외한 연소득을 모두 빚을 갚는데 쓰는 이들로 분류되는 DSR 70% 차주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급격하게 올린 지난해에만 22만 명이 증가했다.

특히 DSR이 100%를 넘어서는 대출자는 전체의 8.9%로 집계됐다. 연소득을 모두 대출 원리금을 갚는데만 써야하는 이들이 175만 명에 달한다는 얘기다.

취약차주 대출 1Q에만 1.2조 늘어…95조 육박

문제는 갚을 능력이 부족한 취약차주의 부실이다. 취약차주는 3곳 이상 금융기관으로 부터 빚을 낸 다중채무자면서 저신용(7∼10등급) 또는 저소득(하위 30%)인 대출자를 뜻한다.

한은이 이날 더불어민주당 진선미 의원에게 제출한 ‘가계대출 현황’ 에 따르면 올 1분기 취약차주 대출잔액은 94조8,000억 원으로 전년동기(93조6,000억 원)에 비해 1조2,000억 원 증가했다.

이는 최근 고금리에 가계 대출과 차주 수가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올 1분기 가계 대출 잔액은 1,845조3,000억 원으로 1년 새 7,582만 원 감소했다.

취약차주 수는 125만 명으로 1년새 1만 명 감소하면서 1인당 대출 잔액은 7,582만 원으로 108만 원 늘었다.  취약차주들이 이자를 갚기 위해 빚을 내는 이른바 ‘돌려막기’ 대출이 늘었음을 짐작게한다.

상승 전환 ‘금융취약지수’…더 높아진다

취약차주의 대출 증가세가 금융불안정의 뇌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에 가파르게 치솟았던 대출금리가 올 1분기만 해도 주춤했지만,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신규취급액 기준 대출금리는 연 5.12%로 한 달 사이 0.11%포인트(p) 올랐다. 지난해 12월 이후 줄곧 하락세였던 대출금리는 6개월 만에 반등했다. 미국이 긴축 기조를 시사하면서 금융채와 양도성예금증서(CD)등의 지표 금리가 상승한 이유가 크다.

 한은 역시금융불안정에 대한 우려를 높이고 있다. 한은의 ‘금융안정 보고서’에 따르면 중장기적 관점에서 금융불균형 상황과 금융기관 복원력을 반영하는 금융취약성지수(FVI)는 올해 들어 48.1%로 소폭 상승했다.

금융취약성지수는 2021년 2분기 58.5까지 치솟은 후 3분기 57.2, 4분기 53.7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 1분기에는  51.9, 2분기 47.4, 3분기 44.9를 기록한 바 있다. 지난 2007년 1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장기 평균은 39.4%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