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제도·개선 TF 결과…5대 시중은행 과점 흔들 '메기'로
금융당국 "시중은행 전환에 문제 없을 것…이르면 연내 전환"

DGB대구은행
DGB대구은행

[정재원 기자] 국내 최초의 지방은행인 DGB대구은행이 이르면 연내 시중은행으로 전환될 전망이다.

대구은행을 '메기'로 내세워 기존 5대 시중은행 중심의 은행권 과점체제를 해소하겠다는 게 금융당국의 구상이다.

금융위원회는 5일 은행권 경영·영업 관행·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를 통해 마련한 이같은 내용의 개선방안을 발표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돈 잔치' 비판을 계기로 가동된 이번 TF 논의를 통해 금융당국은 은행권 경쟁촉진을 위한 신규 플레이어 진입과 관련해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키로 했다.

예컨대 기존 지방은행의 시중은행 전환, 기존 저축은행의 지방은행 전환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금융회사가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 금융당국은 요건 충족 여부를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브리핑에서 "기존 금융회사의 은행 전환을 적극 허용하는 것은 은행업 영위 경험이 있는 주체가 업무 영역이나 규모를 확대하는 것"이라며 "안정적이며 실효적인 경쟁자가 단시일 내에 출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금융사의 은행 전환 첫 타자는 대구은행이 될 전망이다. TF 논의 과정에서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할 의향이 있음을 확인했다.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한다면 1992년 평화은행 이후 30여년 만에 새로운 시중은행이 등장하게 되는 동시에 지역에 본점을 둔 시중은행이 처음 출현하게 되는 것이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나설 경우 수도권 뿐만 아니라 지방은행이 없는 지역인 충청과 강원 등에서 은행의 여수신 경쟁이 촉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구은행의 원화 대출금 규모는 51조 원으로 외국계 시중은행인 SC제일은행(45조원)보다 많다.

김 부위원장은 "최근 대구은행이 시중은행 전환 의향을 밝히고 있는데 전환 신청 시에 요건 충족 여부를 신속히 심사해 전환 여부를 결정하겠다"며 "다른 지방은행도 시중은행 요건을 충족해 전환을 신청하는 경우에는 이를 적극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은행은 1967년 설립된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은행이다. 일제 강점기에서 해방한 이후 순수한 민간자본에 의해 세워진 첫 상업은행이기도 하다.

지난해 3월 말 기준 자산규모는 73조9,543억 원, 시가총액은 1조2,000억 원 수준이다. 총 수신 규모는 59조6,100억원, 원화대출금은 50조5,244억 원이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에는 별다른 어려움이 없을 전망이다. 시중은행 인가를 받으려면 1,000억 원의 자본금 요건을 비롯해 지배구조, 주주구성 적합성 등의 여러 요건을 맞춰야 하는데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이를 대부분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이르면 연내 인가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김 부위원장은 "대구은행은 자본금 요건을 충족한 상태이고 추가적으로 볼 부분이 사업계획 타당성과 지배구조 이슈 등이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전환 신청을 정확히 언제 할지는 모르지만 빠르게 진행을 하면 올해 안에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의 시중은행 전환이 이뤄지면 기존 인터넷전문은행들과 마찬가지로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과점체제를 흔드는 메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비록 기존 5대 은행들에 비해 덩치는 작지만 지역밀착형 금융의 이점을 살려 나름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김 부위원장은 "사이즈는 일반 시중은행에 비해서 상당히 작은 상황이기 때문에 당장 아주 큰 효과가 없을 수도 있다"면서도 "지방은행이었기 때문에 관계형 금융에 있어서는 좀 더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대구은행으로서도 시중은행으로 전환함으로써 지방은행의 한계를 벗어던지고 영업범위를 넓혀 다양한 고객군을 확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시중은행으로서의 신용도 상승에 따른 조달금리 측면에서의 이점을 챙길 수 있게 된다.

금융당국은 대구은행이 시중은행으로 전환해도 지역의 자금 조달에는 문제가 없도록 기존 지방은행 때의 역할도 충실히 병행할 수 있게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김 부위워장은 "심사를 할 때 당연히 대구은행 같은 경우 대구 지역의 자금 조달에 문제가 없는지, 어떤 계획을 갖고 있는지 등을 당연히 체크하고 기존처럼 충분한 역할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할 계획"이라며 "지방은행이 시중은행화으로 전환해 점점 발전하게 되면 서비스와 자금력이 나아져 중장기적으로 지방에도 더욱 도움이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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