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3사 체제 속 사라진 경쟁…5G로 ARPU 증가"
신규 사업자 혜택 보따리 풀어…외국인 직접 투자 제도 개선

[서울=뉴시스]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 방향.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서울=뉴시스] 통신시장 경쟁구조 개선 방향. (사진=과기정통부 제공)

[정재원 기자] 정부가 통신 독과점 해소를 위한 특단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에 이은 제4이동통신사 진입문턱을 대폭 낮추는 동시에 이통 3사에 버금가는 초대형 알뜰폰 사업자가 나올 수 있도록 파격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이에 더해 해외 사업자에게 국내 통신 사업 투자 문호를 보다 넓히기로 했다.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가진 '통신시장 경쟁촉진방안' 브리핑을 갖고 신규 사업자 진입을 위한 주파수 할당 대가 경감부터 알뜰폰 사업자 지원, 외국인 사업자의 진입 규제 완화 등의 정책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가 통신 3사 체제가 고착화되면서 통신시장 요금·마케팅 경쟁이 약화되고 있다는 게 정부 판단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월 통신 이권카르텔 해체를 주문한 바 있다.

이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통신시장이 그간의 독과점 체계에서 비롯된 고착화된 카르텔적 상황에서 벗어나 근본적으로 경쟁 친화적인 시장 환경으로 개선될 수 있도록 외부 전문가, 연구기관 등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해 경쟁촉진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동통신 시장이 '카르텔'로 지목된 배경으로는 자체적 조사 결과 독과점 수준을 나타내는 HHI 지수가 높게 나왔다는 점을 꼽았다.

홍진배 과기정통부 네트워크정책실장은 "매출이나 수익적인 측면을 볼 때 여전히 이통3사 지배력이 강한 상황"이라며 "HHI 지수를 보면 시장 집중도가 높은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소비자 선택권을 넓히고 편익을 높이기 위해 시장이 경쟁적으로 작동하면 좋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 (이통사와) 협의하는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해소하려면 경쟁 압력을 높이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과기정통부는 특히 이통3사 요금제 체계가 비슷하고 가입자당평균매출(ARPU)가 높아지고 있어 요금제 다양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김경만 통신정책관(국장)은 "5G 서비스가 2019년 4월 시작된 이후 3년간 중간요금제가 없었고 3사의 요금제 구조가 유사하다는 것은 실질적으로 경쟁적이지 못하다는 방증"이라며 "과거부터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는 모험적이었는데 28㎓ 대역은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이유로 투자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이통3사 영업이익이 5G로 접어들면서 줄어들었다는 시각과 관련해서는 ARPU가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반박했다. 김 국장은 "사물인터넷(IoT) 회선 요금 등을 제외한 휴대폰 ARPU는 3G 당시에는 3만4,000원 정도였으나 5G에서는 3만8,000~3만9,000원 수준으로 올랐다"며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 늘어난 셈"이라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그동안 불만사항으로 지적됐던 5G 스마트폰의 LTE 요금제 제한을 개선해 이용자 선택권을 넓힌다는 방침이다. 그동안에는 이통사향 스마트폰으로는 유심(USIM) 기변이 아니면 5G 스마트폰은 5G 요금제만 가입할 수 있었다.

유통시장 경쟁 활성화와 단말 구입부담 완화를 위해 유통망의 추가지원금 한도를 공시지원금의 15%에서 30%로 높인다. 또 단말 선택권 확대를 위해 다양한 중저가 모델 출시를 독려하고 중고폰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한다.

이통3사가 가입자에게 연 2회 등 주기적으로 최적 요금제를 고지하고 정부 자체적으로도 통신 요금 분석보고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아울러 알뜰폰 경쟁력을 키워 시장 경쟁을 촉진한다. 일몰된 도매제공 의무제도를 상시화하고 도매제공 의무 대상 이통사를 SK텔레콤에서 KT, LG유플러스로 확대하는 방안도 검토한다.

도매대가 산정방식 다양화와 함께 자체 설비를 보유하거나 가입자가 많은 알뜰폰 사업자가 데이터를 대량 선구매할 경우 할인 폭을 확대하는 동시에 이통3사 자회사 점유율 규제를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현재는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의 시장 점유율이 50%를 넘지 못하도록 하고 있으나 차량용 회선을 포함해 산정하면서 통계가 왜곡된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에 이 회선을 제외하고 점유율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차량용 회선을 제외하면 이통3사 자회사 알뜰폰 점유율은 45% 수준이 된다.

과기정통부는 시장 경쟁을 촉진을 위해 신규 사업자 진입도 유도한다. 할당할 주파수는 이통3사로부터 회수한 5G 28㎓ 대역이다. 주파수 할당 대가가 진입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최저가격을 산정하고 1년차에 총액의 10%만 납부하는 방식으로 방식을 바꾼다. 또 신규 사업자가 원할 경우 3.7㎓ 등과 같은 중·저대역 주파수 할당도 검토할 예정이다.

신규 사업자가 네트워크 미구축 지역에서 기지국·코어망 등 타사 네트워크 공동 이용을 요청하면 대상 사업자가 허용하는 것을 의무화 했다. 일부 산간 지역을 제외하고 케이블망 구축률이 95%에 달해 활용 가치가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장관은 "신규 사업자 진입이 통신시장의 독과점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라며 "해외 보고서를 보면 신규 사업자가 들어와서 요금이 10% 정도 인하됐다는 분석도 있다"고 했다.

이 뿐 아니라 해외 사업자의 시장 진출 문턱도 낮춘다. 이 장관은 "외국인의 사업자가 들어올 수 있도록 직접 투자하는 경우와 간접 투자하는 경우 등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지 논의 중"이라며 "특히 직접 투자에 대해서도 제도 개선을 통해 개방할 의지를 충분히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정부가 민간에 너무 많이 개입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최대한 국민에게 편익이 갈 수 있도록 경쟁적인 시장 구조를 만들려는 측면에서 하는 것"이라며 "민간과 협의를 통해 진행하는 것으로 어려움을 겪도록 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과기정통부는 이통3사가 28㎓ 주파수를 반납했지만 지하철 와이파이 서비스는 5G 특화망으로 지속할 예정이다. 이통3사와의 협의를 통해 수도권과 5대 광역시 지하철에 28㎓ 와이파이 인프라 구축을 확대한다.

이 장관은 "최근 5G 중간요금제 다양화, 알뜰폰 시장규모 확대 등 소기의 성과가 있었으나, 이에 머물지 않고 근본적인 통신시장의 경쟁구조를 개선하고 요금·마케팅·투자 등 시장 전반의 경쟁이 활성화돼 국민에게 편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이번 통신시장 경쟁촉진 방안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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