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이사회, 심사 과정에 변화…사내·외 후보 명단 공개 않기로
인선자문단도 의견 참고만…투명성·공정성 우려 불식시켜야

서울 종로구 KT 빌딩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서울 종로구 KT 빌딩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정재원 기자] KT 차기 대표 후보 공개 모집에 총 27명이 접수됐다. 이에 따라 KT가 반년 넘게 이어진 리더십 공백을 끝낼 차기 대표 후보자 선출 작업에 돌입한다. 대상자는 지난 4일부터 12일 오후 6시까지 공개 모집으로 접수 받은 27명과 사내 후보자다.

KT는 13일 지난 4일부터 12일 오후 6시까지 대표이사 후보 공개 모집을 진행한 결과 총 20명이 지원하고 0.5% 이상의 지분을 보유한 주주로부터 1명, 외부 전문기관으로부터 6명의 후보를 추천 받았다고 밝혔다.

명단은 공개하지 않는다. 직전 경선 때에는 공정성과 투명성 논란을 불식시키기 위해 시작부터 명단을 공개했으나 이번에는 전략을 달리했다. 인선자문단 활용 방식은 그대로 유지한다.

KT는 다음달 첫째 주까지 최종 대표 후보자를 확정하고, 같은 달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차기 대표를 최종 선임할 계획이다.

KT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 상 사내 후보군 자격요건(그룹 부사장 이상 및 재직 2년 이상 등)을 충족하는 사내 후보자들을 포함해 본격적인 심사 절차에 돌입할 계획이다. 현재 대표이사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사장)의 경우 심사의 공정성 확보 차원에서 후보자로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선임 과정에도 관여하지 않는다. 박 사장은 경영 안정화에만 전념한다는 의사를 전했다.

이와 함께 KT는 이사후보추천위원회 규정 상 사내 후보군 자격요건(그룹 부사장 이상 및 재직 2년 이상 등)을 충족하는 사내 후보자까지 포함해 심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다만 직전 경선과 달리 이번에는 누가 지원했고 추천을 받은 인물은 누구인지, 또 사내 후보자 대상이 몇 명이고 누구인지 등은 공개하지 않았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업계에서는 하마평으로만 추정하고 있다. 거론되는 이들은 상당수가 직전 경선에 참여했던 이들이다. 권은희·김성태 전 국회의원, 김기열 전 KTF 부사장, 윤종록 전 미래창조과학부 차관, 남규택 전 KT마케팅부문장, 최두환 전 포스코ICT 대표이사, 임헌문 전 KT 매스총괄(사장), 박윤영 전 KT 기업부문장(사장) 등이다.

새로운 인물도 있다. 차상균 서울대 교수를 비롯해 이기주 전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 채종진 전 BC카드 사장, 김영섭 전 LG CNS 사장, 문형남 숙명여대 교수, 배순민 KT융합기술원 소장(상무) 등이다.

◆ 선임 절차에 변화…명단 공개 않고 인선자문단 의견 참고만

KT는 지난 2월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를 모집하고 최종 심사 대상자 명단을 공개했다. 당시 KT 외부 인사가 18명, 사내 인사가 16명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방식을 다르게 가져간다. 지난달 임시 주주총회를 통해 선임한 새로운 6인의 사외이사로 구성된 새로운 이사진이 논의 끝에 자체 기조를 마련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공개모집을 진행하면서 개인정보 공개 동의서를 받아 명단 공개가 이뤄질 것이란 전망이 있었으나 이사회 논의 과정에서 명단을 공개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개인정보 수집·이용 동의서에는 “심사과정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 대표이사 후보 선임과 관련한 심사 프로세스 및 회의 결과는 대외적으로 공개할 계획”이라며 “후보자의 개인정보, 지원 사실 및 심사 결과 등도 언론 등 외부 공개될 예정”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동의를 거부할 권리가 있다'고도 했지만 이 경우 원활한 심사가 어려워 심사과정에 제한을 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일각에선 명단 공개가 필요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 소수 노조는 “이사회의 낙하산을 막아내려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지원자는 자천인지, 어느 주주의 추천인지 공개하고 절차의 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해 심사자, 심사과정을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사회는 심사 과정에도 변화를 줬다. 앞서는 인선자문단이 숏리스트를 추리는 작업까지 관여했다면 이번에는 사내·외 대표이사 후보군에 대해 서류 평가 의견을 전달하는 것까지만 역할을 한다.

후보자를 추리는 작업은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이사후보추천위원회가 주도하고 이 과정에서 인선자문단의 의견을 참고할 계획이다. 인선자문단은 직전에 참여했던 이들이 아닌 새롭게 꾸릴 예정이다. 인선자문단 명단 공개 여부는 아직 확실치 않다.

KT의 차기 대표 선임 절차는 이번이 벌써 네 번째다. 앞선 선임 과정이 숱한 논란을 일으키며 반년 넘게 경영 공백이 발생했던 만큼 이번에는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고 후보자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게 최대 당면과제로 꼽힌다.

이사후보추천위는 후보군에 대한 서류 및 면접 심사를 거쳐 8월 첫째 주에 최종 1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최종 선임은 같은 달 임시 주주총회에서 이뤄진다.

한편, 이사회는 이날 이사회·위원회 구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그 결과 이사회 의장으로 윤종수 이사(김앤장 법률사무소 상근 고문),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장으로 이승훈 이사(KCGI 글로벌부문 대표 파트너)를 신규 선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사회가 새로 꾸려진 만큼 자체적인 판단과 기준을 갖고 심사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명단 공개의 경우 과거처럼 숏리스트가 추려졌을 때 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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