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계 받아 미국 호송 예정이던 이등병
北 억류된 미국인, 2018년 이후 처음

정적 흐르는 판문각
정적 흐르는 판문각

[김승혜 기자]  미국 정부가 18일 발생한 미군 장병의 공동경비구역(JSA) 무단 월북을 공식 확인했다. 현재 국방부 차원에서 북한 측과 접촉 중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조 바이든 대통령도 관련 보고를 받았다고 한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18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방위연락그룹(UDCG) 화상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견학을 하던 우리 군인 중 한 명이 고의로 허가 없이 군사분계선을 넘었다"라고 밝혔다.

앞서 이날 JSA에서는 견학 중이던 미국인 1명이 돌연 월북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이 미국인은 한국에서 징계를 받아 미국으로 호송될 예정이었던 미군 이등병 트래비스 킹이라고 알려져 있다.

오스틴 장관은 "그가 북한에 구금 중일 것으로 믿는다"라며 "우리는 상황을 면밀히 주시하고 조사하고 있으며, 군인의 친인척에게 이를 통보하는 작업 중에 있다"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우리는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관여하고 있다"라고 했다. 이와 관련, 아이작 테일러 주한미군 대변인은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북한군(KPA)과 협력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오스틴 장관은 "우리 병력의 복리에 관해 전적으로 우려한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는 이 문제에 계속 집중할 것이며, 향후 몇 시간, 며칠 동안 상황이 전개되면 알려주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사건은 조 바이든 대통령에게도 보고됐다고 한다. 커린 잔피에어 백악관 대변인은 "바이든 대통령은 (이 사건에 관해) 보고를 받았다. 확실히 이 사건은 그에게 보고돼야 할 유형"이라고 말했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이어 "(바이든) 대통령은 이 문제를 매우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라며 "계속 상황을 보고 받을 것"이라고 했다. 국방부, 국무부, 유엔, 백악관이 함께 문제 해결에 노력한다고도 했다.

그는 다만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 간 통화 여부에는 "공개할 내용이 없다"라고 했다. 잔피에어 대변인은 "스웨덴, 한국 등 파트너와 관여하고 있지만, 통화에 관해 공개할 건 없다"라고 덧붙였다.

현재 핵협의그룹(NCG) 참석 차 한국을 방문 중인 커트 캠벨 국가안보회의(NSC) 인도태평양조정관이 이 문제에 관여하는지에 관해서는 "특정 개인이 관여하는지는 공유할 게 없다"라고 답했다.

그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를 파악해야 한다"라며 "우리는 확실히 정보를 공유할 것", "그는 미국인이고, 그 사실은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현재 이 사건과 관련해서는 미국 국방부가 주도적으로 북한 측과 접촉하는 것으로 보인다. 매슈 밀러 국무부 대변인은 "당사자는 현역 미국 군인"이라며 "국방부가 (대응을) 선도하며, 북한 당국자들과 적절한 접촉을 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밀러 대변인은 필요한 지원을 위해 국방부와 연락하고 있다면서도 "국무부는 북한 또는 다른 정부 측과 접촉하지 않았다"라며 "국방부가 북한 카운터파트와 접촉한다"라고 거듭 말했다.

월북한 미국인은 미군…"하하하 웃으며 뛰어가"

한편 공동경비구역(JSA)을 견학하던 미국인 1명이 월북하는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미 당국자들은 이 미국인이 미군이라고 파악한 것으로 전해졌다.

18일(현지시간) AP통신 등 외신들은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미 당국자들 말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한 당국자에 따르면 이 미군은 의도적으로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북한 방향으로 향했다. 주한미군도 성명을 통해 이 미군이 "허가 없이 의도적으로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에 들어갔다"고 밝혔다.

미 CBS는 당국자들의 말을 인용, 이 미군이 한국에서 징계를 받아 미국으로 호송될 예정이었던 이등병 트래비스 킹이라고 보도했다.

CBS는 목격자 인터뷰를 통해 당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목격자는 "이 남자가 큰 소리로 '하하하'라고 내뱉고 건물 사이로 뛰어 들어갔다"면서, 이후 혼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미군이 왜 월북을 했는지, 근무 중에 월북을 한 것인지 등 더 세부적인 내용들은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 매체들은 해당 사실에 대해 보도하지 않고 있다.

AP통신은 한국전쟁 이후 정치적 억압과 경제적 어려움을 피해 3만 명 이상의 북한 사람들이 남한을 향한 가운데, 남한 사람이나 미국인이 월북을 하는 경우는 드물다고 보도했다.

또 북한의 미사일 위협으로 긴장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약 5년 만에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은 지난 2018년 중국을 통해 북한에 들어갔던 브루스 바이런 로렌스가 마지막이다.

앞서 유엔군사령부는 "미국인 한 명이 무단으로 MDL을 넘어 월북했다"면서 "북한이 현재 이 인원의 신병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사건 해결을 위해 북한군과 협조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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