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건 중 4건은 '상습범·유명 기업사냥꾼' 연루
조사 대상 74%는 상페·관리종목 등 투자자 피해 야기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 주요 유형(부정거래). (사진=금융감독원)
사모CB 악용 불공정거래 주요 유형(부정거래). (사진=금융감독원)

[정재원 기자] 금융감독원이 사모 전환사채(CB)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혐의를 포착, 상습 증권범죄자와 기업사냥꾼을 포함한 33인을 검찰에 이첩했다. 올해 검찰은 김성태 전 쌍방울그룹 회장과 배상윤 KH그룹 회장 등 1세대 기업사냥꾼에 대한 수사에 고삐를 죄고 있다.

금감원은 25일 상반기 중 정한 조사 대상 40건 중 14건에 대한 조사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패스트트랙 등을 거쳐 11건에 대해 형사고발 조치를 완료했으며 3건은 최종 처리 방안을 심의 중이다.

조치 완료된 11건의 부당이득 규모 합계는 약 840억원 상당이며, 불공정거래 전력자 등 혐의자 33인은 검찰에 이첩했다.

금감원이 올해 사모 CB와의 전쟁을 선포한 건 이를 악용한 불공정거래 사례가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다. 사모 CB는 발행이 쉽고 공시 규제가 느슨해, 기업들이 대규모 자금조달 및 신사업 투자유치가 이뤄진 것처럼 가장하는데 악용될 수 있다.

이번 조사 결과 조사 대상 40건 중 25건은 상습 불공정거래 전력자나 소위 '기업사냥꾼'이 연루돼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 CB가 자본시장 중대 교란사범의 부당이득 편취를 위한 주요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이다.

검찰은 올해 2월 빗썸의 실소유주로 알려진 강종현씨를, 4월엔 김우동 조광 ILI 회장을, 지난달 19일엔 이준민 카나리아바이오엠 고문과 이창현 카나리아바이오엠 대표를, 29일엔 원영식 초록뱀미디어회장을 구속한 바 있다. 검찰은 이들이 CB·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을 악용해 주가조작 등 불공정거래, 무자본 M&A를 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증권범죄 전력이 있으며, 업계에서는 '상습 기업사냥꾼'으로 불리기도 했다.

조사 대상 40건 중 80%에 해당하는 32건은 사모CB 발행 당시 유행하던 테마 사업 진출 또는 사모 CB 등을 통한 대규모 투자유치를 가장해 투자자들을 현혹한 경우로 나타났다.

백신·치료제 개발 등 코로나19 관련 또는 바이오 등 허위 신규사업 진출을 발표한 사례가 25건, CB 발행 과정에서 담보제공·사채자금 이용 사실을 은폐하거나 납입 가능성이 없는 사모CB 발행을 공시하는 등 대규모 자금을 성공적으로 조달한 것처럼 가장한 혐의도 23건 확인됐다.

불공정거래 세력이 투자조합 또는 투자회사를 통해 사모CB 등을 인수하는 사례도 27건 적발됐다. 투자조합은 실제 인수주체를 은폐하고 자금추적을 어렵게 하는 동시에 정상적인 기업 인수·투자유치로 위장하는 효과가 있다.

조사 기업 74%는 상장폐지·관리종목 지정 등으로, CB 악용이 실질적인 투자자 피해를 야기한 것으로 드러났다.

관련 종목 중 현재 상장폐지된 기업은 4개, 관리종목 지정 기업은 14개사다. 상폐 사유 발생, 상장적격성 실질검사 대상, 자본잠식 50% 이상 등에 해당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된다. 직전 연도 대비 실적이 30% 이상 감소하는 등 경영 상황이 악화된 기업도 11곳에 달한다.

금감원은 "보강된 조사 인력을 집중해 더 속도감있게 사모CB 기획조사를 진행·완료하겠다"며 "동시에 금융위와 협업해 사모CB가 건전한 기업 자금 조달 수단으로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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