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행정처, 업무 배제 후 징계 절차 논의

[신소희 기자] 평일 대낮에 성매매를 하다 적발된 현직 판사가 과거 합의부 재판에서 성매매 사건을 다수 다뤘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판사가 배석한 재판부는 성매매 알선 행위에 대해 사회적 해악이 적지 않으므로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시, 결국 '자가당착' 판결이 된 셈이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방의 한 법원에서 근무하는 A(42) 판사가 이름을 올린 성매매 관련 판결문은 10년간 최소 10건인 것으로 알려졌다.

A 판사는 지난 2021년 형사항소 합의부 배석판사로서 재판에 참여했다. 합의부는 재판장 1명과 배석판사 2명으로 구성되는데, 한 사건을 맡게 되면 그 중 한 명이 '주심'을 맡아 사건을 심리한다.

변론이 종결되면 세 판사가 합의 절차를 거쳐 피고인의 유무죄 및 양형을 결정하는데, 판결문엔 재판부의 판단 근거 등이 기재된다.

특히 A 판사가 소속된 재판부는 2021년 9월 성매매 알선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의 항소심에서 이들의 행위를 질책했다.

재판부는 "여성의 성을 상품화하여 스마트폰 앱에 광고 글을 올려 성 매수 남성을 물색한 후 자신들이 관리하는 여성과의 성매매를 알선했다"며 "비자발적 성매매 또는 강요·착취 등 추가적인 불법행위를 유발할 수 있는 등 사회적 해악이 적지 않으므로 엄벌할 필요성이 있다"고 했다.

다른 유사 성행위 알선 항소심 판결문에서는 업자들이 "수시로 이뤄지는 경찰 단속 등을 피하기 위해 폐쇄회로(CC)TV를 설치하고 문을 잠근 채 예약제로만 운영하는 등 이 사건 업소 운영의 불법성을 잘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들의 항소를 기각했다.

이 같은 성매매 알선 등의 판결에 참여해 온 법관이 성 매수 피의자로 전락한 것이다.

A 판사는 지난달 22일 오후 4시께 서울 강남구의 한 호텔에서 조건만남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만난 30대 여성 B씨와 성매매를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같은 날 오후 6시께 호텔 방에서 B씨를 붙잡았고, 현장을 떠난 A 판사의 신원을 특정해 입건했다. A 판사는 업무 관련으로 서울 출장 중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지난 24일 A 판사를 성매매처벌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했고,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1부(부장검사 김은미)가 수사를 맡았다.

한편 법원행정처는 A 판사가 맡고 있는 형사재판 업무를 오는 8월부터 배제하기로 하고 이와 별도로 징계 절차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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