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립성 저혈압 여름철 많이 발생
심한 경우 실신이나 낙상도 유발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인근에서 한 할머니가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 이날 할머니는 폭염 속에 폐지 수거를 마친 뒤, 고물상에서 건넨 4000원을 받아 들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비 오는 거보다 해 찌는 게 나아, 박스 다 젖어"라며 웃어 보였다. 2023.07.31.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 경보가 내려진 31일 서울 서초구 서초대로 인근에서 한 할머니가 폐지를 수거하고 있다. 이날 할머니는 폭염 속에 폐지 수거를 마친 뒤, 고물상에서 건넨 4000원을 받아 들고 "우리 같은 사람들은 비 오는 거보다 해 찌는 게 나아, 박스 다 젖어"라며 웃어 보였다. 2023.07.31.

[김승혜 기자] 폭염이 이어지면 고령이거나 만성 고혈압 환자는 갑자기 일어날 때 머리가 핑 도는 듯한 어지러움을 느껴 쓰러지는 '기립성 저혈압'도 주의해야 한다.

1일 의료계에 따르면 기립성 저혈압이란 일어선 이후 혈압이 크게 떨어져 뇌 혈류 공급이 일시적으로 감소하는 것을 말한다. 기립성 저혈압은 기온 상승으로 체온이 높아져 혈관이 확장되고 혈액량이 감소하는 여름철 많이 발생한다.

기립성 저혈압 증상으로는 어지럼증, 시야 장애, 두통 등이 대표적이다. 김대희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교수는 "고혈압 환자가 평소 감압제를 복용하고 있다면 약 자체가 혈관 확장제 성분이여서 기립성 저혈압이나 혈압 하강에 따른 증상을 더 느끼기 쉽다"며 "심한 경우 실신이나 이에 따른 낙상을 유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60대 이상 고령이거나 고혈압약·항우울제·전립선비대증 약 등을 복용하거나 당뇨병이 있을 경우 기립성 저혈압을 경험하기 쉽다.

60대 이상이면 몸을 일으킨 후 혈압이 1분 안에 빠르게 떨어질 위험이 일반인의 10배에 달한다는 국내 연구 결과가 있다. 또 우리 몸은 탈수가 일어나면 혈관 수축과 소변 배출 억제로 혈압을 유지하려 하는데, 고혈압약을 복용하면 이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 고혈압약은 혈관을 넓히고 소변으로 수분을 배출하는 특성이 있어서다. 전립성비대증 약에는 고혈압 약에 들어가는 '알파차단제'가 포함돼 있어 혈관을 이완시킨다.

고혈압 환자는 낮은 강도에서 장시간 할 수 있는 유산소 운동이 좋다. 특히 걷기나 가벼운 조깅처럼 단순하면서도 전신을 이용하는 운동이 혈압을 효율적으로 떨어뜨리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고강도 운동을 하면 오히려 심혈관계 이상을 초래하고 혈당과 혈압을 높여 주의해야 한다. 최저 혈압이 증가하면서 최고 혈압도 260mmHg 이상으로 상승한다.

김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역도 운동이나 머리가 하체보다 아래로 가는 거꾸로 매달려 윗몸 일으키기 등의 운동은 삼가야 한다"면서 "대신 가벼운 중량을 15~20회 정도 반복해 들어 올리는 것은 무방하고 이때 반드시 준비운동과 정리운동이 동반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라면 의사에게 정확한 운동처방을 받아야 한다. 고혈압 약은 종류에 따라 운동 중 몸 상태에 영향을 미칠 수 있어 운동 전 주의사항을 의사에게 확인 받는 게 좋다.

베타차단제는 체온 조절에 영향을 미쳐 고온다습한 환경에서 운동할 때 탈수나 열사병 위험이 커질 수 있다.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시원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고 수분 섭취도 충분히 해줘야 한다. 알파차단제나 칼슘이온차단제, 혈관확장제 등은 운동 중 갑작스런 저혈압을 유발하기 쉬워 정리 운동 시간을 늘리고 증상을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기립성 저혈압을 예방하려면 자세를 급히 바꾸지 말고 천천히 움직이고, 장시간 오래 서 있는 것을 삼가야 한다. 일어났을 때 어지럽다면 다시 누워 머리를 아래쪽으로 낮추고 증상이 사라지면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 하루 세 끼 영양소를 골고루 섭취해 혈액 생성과 순환을 촉진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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