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 100조 불구, 해외법인에 집중돼 제약 많아
하지만 올해 세법 바뀌어 투자자금에 일부 숨통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의 모습.

[정재원 기자] 삼성전자가 전략적 투자를 위해 '알토란' 같은 ASML 지분 매각에 나서며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삼성전자는 최근 수 년간 반도체 호황기를 보내며 100조 원에 달하는 현금을 곳간에 쌓았지만, 주로 해외법인에 분산돼 있어 이를 활용하는데 제약이 많다는 지적이다. 이에 삼성전자는 현금 조달 창구를 더욱 다각화하는 전략을 쓰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올해 6월 말 기준 현금 등(현금 및 현금성 자산, 단기금융상품, 단기상각후원가금융자산, 장기 정기예금 등)은 97조1,300억 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현금 관련 자산은 지난 2017년 말 기준 83조6,000억 원이었으나, 이후 반도체 초호황기를 지나며 지난해 3분기 말에는 128조8,200억 원으로 불어났다. 현재는 30조 원 가량 줄었지만, 여전히 100조 원을 넘는다.

여기서 차입금을 빼더라도 87조9,900억 원에 달하는 현금을 갖고 있다.

역대급 현금 확보 상황에도 삼성전자가 알짜 보유 지분 매각에 나선 이유는 이 현금이 미국·중국 등 해외법인과 삼성디스플레이 등 주요 자회사에 분산돼 있어서다. 별도 기준 삼성전자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조9,216억 원에 불과했다.

해외에서 자금을 들여올 때 이전까지 여러 제약이 많았던 것도 눈여겨 볼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 법인이 보유하고 있는 현금 등은 단기금융상품 등에 투자된 경우가 많아 국내에 들여오려면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한 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가 올해 2월 운영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삼성디스플레이로부터 연 4.6%의 이자율로 20조원을 단기 차입하기로 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은 국내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소득 중 본국에 송금되지 않는, 이른바 '해외 유보금'을 국내로 들여올 때 여기에 과세하고, 외국에서 납부한 세액을 일부 공제해주는 방식이다.

이는 일종의 이중과세 논란이 있었는데,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 자회사가 벌어들인 이익을 국내 본사에 배당할 때는 세금을 내지 않도록 개정된 세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에 삼성전자는 올 상반기에만 22조 원 규모의 해외 유보금을 해외에서 국내로 들여온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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