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절 축포’ 서두르다 망신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의 위성 발사장에서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천리마 1형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2023.06.01.
북한 조선중앙통신이 제공한 사진에 지난달 31일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의 위성 발사장에서 군사 정찰위성 '만리경 1호'를 실은 천리마 1형 로켓이 발사되고 있다. 2023.06.01.

[김승혜 기자] 24일 북한은 군사정찰위성을 재발사했지만 실패했다고 밝히고 10월 3차 발사를 공언했다.  하지만 석달 전인 지난 5월 31일 제1차 발사에 이어 2차 발사마저 실패하면서 다음 달 9일 북한 정권 수립 75주년(9·9절)을 앞두고 축제 분위기를 띄우려던 북한의 계획은 빗나가게 됐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이날 오전 6시15분쯤 공개한 기사에서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위성발사장에서 정찰위성 '만리경-1'호를 신형 위성운반 로케트(로켓) '천리마-1'형에 탑재하여 제2차 발사를 단행했다"고 밝혔다.

이어 "신형 위성운반 로케트 '천리마-1'형의 1계단과 2계단은 모두 정상비행하였으나 3계단 비행중 비상폭발체계에 오유(오류)가 발생하여 실패했다"고 알렸다.

1차 발사 때와 같이 발사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실패를 인정한 것이다. 투명하게 실패 사실을 공개함으로써 상황을 안정적으로 통제할 위기 관리 능력이 있다고 과시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통신은 "국가우주개발국은 비상폭발체계가 비정상적으로 작동된 원인을 빠른 기간 내에 해명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또 "국가우주개발국은 해당 사고의 원인이 계단별발동기들의 믿음성과 체계상 큰 문제는 아니라고 설명하면서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한 후 오는 10월에 제3차 정찰위성발사를 단행할 것이라고 립장(입장)을 표명했다"고 밝혔다.

발표 내용이 사실이라면 북한이 나름대로 기술적 진전을 이뤘을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총장은 "1차 발사 시 실패 원인이 2단계 발동기 시동 실패였으나 이번 2차 발사 실패는 3단계 비행 중 오류라고 했다"며 "3단계는 위성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가장 기술적인 작업"이라고 말했다.

북한이 다음 달 정권수립일(9월 9일) 축포를 쏘아 올리고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에 맞불을 놓고자 2차 발사를 서두른 것 아니냐는 추정이 나오는 가운데, 3차 발사는 노동당 창건일(10월10일)을 기점으로 성공시키려 한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날씨 요인도 고려됐을 것으로 보인다. 통상 겨울철은 위성 발사 악조건으로 꼽혀 올해 안에 성공하려면 10월이 마지노선이란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합참)는 "북한은 오늘 오전 3시50분경 북한 평안북도 동창리 일대에서 '북 주장 우주발사체'를 남쪽 방향으로 발사했다"고 밝혔다.

합참은 "우리 군은 '북 주장 우주발사체' 발사 징후를 사전에 식별하여 대비태세를 갖추고 있었다"며 "발사 시 즉각 포착해 지속 추적·감시했고 실패로 평가한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난 5월31일 첫 군사정찰 위성이라고 주장하는 만리경 1호를 발사했다.

하지만 2단 로켓 엔진을 작동시키지 못한 채 서해상에 추락한 이후 이례적으로 약 2시간30분여 만에 대외매체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실패 사실을 알리고, 가급적 빠른 기간 내 2차 발사를 단행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2일 북한은 일본 해상보안청에 24일 0시~31일 0시 사이에 위성을 발사하겠다고 사전 통보했다. 국제해사기구(IMO)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조정국인 일본에 미리 알림으로써 정상 국가의 국제 규범을 준수하는 합법적인 활동이란 명분을 마련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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