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이미지 씻을 수 없는 상처…시민불안감 조성·브랜드 가치훼손

치악산 홍보포스터. (제공=영화공식홈페이지)
치악산 홍보포스터. (제공=영화공식홈페이지)

[김승혜 기자] 최근 전국적으로 칼부림, 테러위협 등 묻지마 범죄로 국민 불안감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토막살인 괴담을 주제로 한 영화 '치악산' 개봉을 두고 원주시와 시민들의 상영 반대 목소리가 극에 치닫고 있다.

영화 '치악산'은 40년 전에 토막살인이 났다는 가정하에 강원 원주시 치악산의 한 산장을 배경으로 산장을 방문한 이들 속에서 펼쳐지는 기이한 현상을 담아 낸 영화다.

가상의 설정이지만 인터넷 네티즌들 사이에서 실화 논란이 퍼지자 치악산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영화에 대한 시민과 원주시의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7일 원주시는 보도자료를 통해 "영화 '치악산'에 대한 상영금지 가처분, 영화 상영으로 인한 모든 유무형의 피해에 대해 손해배상청구소송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며 "제작사 측과의 2차례 회의를 통해 영화 제목 변경, 영화 속 치악산이라는 대사가 등장하는 부분 삭제 등을 요구했으나 제작사가 거부 의사를 밝혔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잔혹한 괴담이 영화화되자 지역 내 주민들의 불안감 조성하고 모방범죄가 우려 목소리가 높다"고 법적조치 이유를 설명했다. 

치악산국립공원에 위치한 '구룡사', 원주시 사회단체협의회, '치악산' 브랜드를 사용하는 농축산업계 등 사회단체와 원주시민들이 개봉 반대 운동에 동참 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치악산(옛 지명 적악산, 단풍이 들면 산 전체가 붉게 변한다)은 은혜를 갚은 꿩 설화로 보은의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설화에 따르면 젊은 선비가 과거 시험을 보러 가던 길에 구렁이에게 잡아 먹힐 위기에 놓인 꿩을 발견하고 화살을 쏘아 구렁이를 죽여 꿩을 구해냈다. 죽인 구렁이의 가족 구렁이가 선비를 유인해 목숨을 노리며 '새벽에 빈 절에 있는 종이 세 번 울리면 살려주겠다'고 제안했다.

사람이 없는 절임에도 새벽에 종이 세 차례 울렸고 이를 의아하게 여긴 선비가 종각으로 가보니 꿩 세 마리가 머리가 깨진 채 죽어 있었다. 크게 감동한 선비는 과거 시험도 포기한 채 그 자리에 절을 지었다. 그 절이 바로 적악산 상원사다.

설화에 유래해 적악산으로 불리던 산이 꿩 치로 바뀌어 치악산이 됐다.

원주 단계동에 거주하는 한 시민은 "치악산은 원주를 넘어 강원도를 대표하는 산으로 보은의 상징"이라며 "실제 지명을 허구의 토막살인과 연계한 영화가 개봉하면 흥행여부를 떠나 지역에는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을 것"이라고 토로했다.

원주시 관계자는 "치악산 이미지와 더불어 시민들에게 불안감을 조성하는 행위에 대해 특단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브랜드의 가치를 훼손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행위는 예술이라 말 할 수 없다"고 강력한 대응을 예고했다.

한편 영화 치악산은 내달 13일 전국 개봉예정으로 치악산 배경의 공포미스테리 영화다. 런닝타임은 85분이며 15세 이상 관람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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