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홍→자열→자은' 사촌 간 회장직 승계
구자은 회장이 2세대 중 마지막 회장 전망
2세대가 4세대에 지분 주는 경우 많아져
생후 5~6개월 어린 나이에 주주 되기도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 = 업체 제공)
구자은 LS그룹 회장 (사진 = 업체 제공)

[정재원 기자] LS그룹 오너 4세들이 어린 나이에도 주요 계열사의 의미 있는 주주가 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친족 경영 체제인 LS그룹에서 오너 2세들의 퇴임 시기가 가까워지자 오너 4세들에게 주식을 집중적으로 넘기고 있는 것이다.

구자은 회장 끝으로 2세 경영 막내려

LS그룹은 구인회 LG그룹 창업주의 셋째 동생인 고(故) 구태회 명예회장과 넷째 동생인 고 구평회 E1 명예회장, 다섯째 동생인 고 구두회 예스코 명예회장이 의기투합해 창업했다. 이들 형제는 지난 2003년 LG그룹에서 계열 분리해 독립했고, 한떄 LG전선그룹으로 불리다가 2005년 LS그룹으로 그룹명을 바꿨다.

현재 LS그룹은 지주사인 ㈜LS를 중심으로 LS전선, LS일렉트릭, LS엠트론, LS MnM(옛 LS니꼬동제련), E1, 예스코홀딩스 등을 거느리고 있다. 이들 계열사에는 오너 2~3세가 공동으로 기업 경영에 나서고 있다.

LS그룹은 특히 초대 창업주 3형제 중 가장 맏이인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남 고 구자홍 전 회장을 시작으로, 구자열 전 회장(구평회 명예회장의 장남), 구자은 현 회장(구두회 명예회장의 장남) 등 사촌 형제들이 차례로 회장직을 승계하는 일명 '사촌 경영' 방식을 이어오고 있다.

㈜LS를 포함해 주요 계열사 지분도 구태회·평회·두회 3형제 오너 일가가 고루 나눠 갖고 있다. LS그룹이 3형제 창업 이후 사촌들이 회장직을 순차적으로 맡는 '사촌 경영' 원칙을 세운 것도 복잡한 지배구조에 따른 경영권 갈등을 최소화하고 안정적인 지배구조를 유지하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구자은 회장을 끝으로 LS그룹의 2세 경영과 사촌 간 회장직 승계 원칙은 중단될 것으로 예상된다. 오너 3세 체제로 가면 사촌 경영을 뛰어넘어 '8촌 경영'을 해야 하는데 이 경우 회장직 후보 인원이 너무 많아지는 등 비효율이 크기 때문이다. 대신 오너 3세 경영부터는 순환식 오너 경영 체제가 아니라 성과에 따라 후계 구도가 결정될 예정이다.

주주 목록에 이름 올리기 시작한 4세대

오너 2세 경영이 구자은 현 회장을 끝으로 종료될 수 있다는 것은 지배구조를 오너 3~4세에게로 물려줘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래야 지배구조를 장악한 진정한 오너 경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LS그룹 오너 4세는 대부분 10대 이하로 아직 어린 나이인데도 조부모인 오너 2세와 부모인 오너 3세로부터 지분을 물려받으며 지분율을 높이고 있다.

단적으로 고 구태회 명예회장의 손자인 구본혁 예스코홀딩스 사장의 자녀 구소영(20세)과 구다영(19세)은 ㈜LS 지분을 각각 2만2,000주(0.07%)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12년 전인 2011년 12월 할아버지인 고 구자명 회장으로부터 각각 8,650주씩 증여를 받아 주주 명단에 처음 이름을 올렸고, 이후 지분을 계속 늘리고 있다.

고 구자명 회장은 당시 친누나인 구혜정 씨의 손자인 이윤결(수증 당시 1세) 군에게도 ㈜LS 지분 1만2,300주를 물려줬다. 이 군은 현재 ㈜LS 지분 1만3,100주(0.04%)를 가진 주요 주주다.

구자철 예스코홀딩스 회장은 지난 3월 생후 6개월인 손자 구선모 군에게 예스코홀딩스 주식 1만1,000주를 증여했다. 증여 이전 예스코홀딩스 지분 2.32%를 보유했던 구자철 회장은 본인 지분을 0.48%만 남기고 아들인 구본권 LS MnM 전무와 딸인 구원희 씨, 구본권 전무의 아들인 손자 구선모 군에게 주식을 모두 증여했다.

이 와중에 구선모 군은 증여세를 내기 위해 지난 6월 중부세무서에 예스코홀딩스 주식 3,220주를 납세 담보로 맡겼다. 또 예스코홀딩스 지분을 각각 3.67%씩 보유한 구소영·다영 자매도 주식 일부를 대신증권에 담보로 맡기고 지난달 각각 22억 원을 빌린 상태다. 이들 오너 4세들은 이 자금을 통해 ㈜LS와 예스코홀딩스 지분을 계속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구자열 전 회장의 첫 손주인 구건모 군도 지난 7월 생후 5개월 만에 E1 주식 총 2,195주를 사들였다.  구 군은 구자열 회장의 장손으로 구 회장의 장남인 구동휘 LS일렉트릭 대표이사 겸 비전 경영총괄 부사장의 아들이다.

LS 일가의 외가 쪽에서도 오너 4세 지분 취득이 갈수록 많아지고 있다. 구태회 명예회장의 장녀인 구근희 씨의 손주인 이소현(19세), 이신행(16세), 이주현(10세)도 ㈜LS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이들과 친척인 정유정(11세) 양도 지난 2020년 증여받은 자금으로 ㈜LS 지분 0.04%를 확보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아무리 오너 일가라고 해도 1~2살짜리 아이가 수 천주씩 주식을 보유하는 것은 사회에 위화감을 줄 수 있다고 본다. 미성년자 오너 4세가 수 십 억원의 주식담보대출을 받아 보유 지분을 늘리는 모습도 지나친 레버리지로 비춰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LS 오너 일가가 어린 자녀들에게 지분 증여와 상속을 서두르는 것은 세금을 한 푼이라도 더 아끼려는 이유가 크다"며 "윗 세대로부터 엄청난 자산을 물려 받게 된 LS 일가 오너 4세는 아무런 노력과 고생을 하지 않아도 풍족하게 시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아직 돌이 지나지 않은 어린아이에게까지 일반 사람은 상상도 못 할 규모의 자산을 손에 쥐여주는 모습이 '금수저'를 넘어 '다이아몬드수저'를 떠올리게 한다"며 "이런 LS 오너 일가를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이 곱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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