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잠수함, 핵 에너지 동력…무제한 수중작전
전문가 "1~2년 내 자체기술로 현실화 어려워"
원천기술 가진 러시아에 기술 이전 요구할 듯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고 밝혔다. 2023.09.08.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을 건조했다고 밝혔다. 2023.09.08. (사진=노동신문 캡처)

[김승혜 기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술핵공격잠수함을 처음으로 공개하는 자리에서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을 공언했다. 북한이 조만간 있을 북러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원천 기술을 가진 러시아와 기술 이전을 논의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8일 북한 노동신문은 수중 핵 공격을 가능하게 하는 첫 전술핵공격잠수함인 '김군옥영웅함' 진수식이 김 위원장 참석 하에 6일 열렸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더 나아가 핵추진잠수함 건조 계획도 밝혔다. 핵추진잠수함은 2021년 김 위원장이 2026년까지 완수하라고 지시한 국방과업 5대 핵심 목표 중 하나다.

디젤엔진을 동력원으로 이용하는 재래식 잠수함과 달리 핵 에너지를 동력으로 사용하면 핵추진잠수함이라고 한다. 원자로를 탑재했기 때문에 원자력추진잠수함이란 명칭도 쓴다. 핵추진잠수함이라고 해서 반드시 핵무기를 탑재하는 건 아니다.

핵에너지를 동력원으로 하면 연료 보급이 필요하지 않단 점에서 디젤엔진 잠수함보다 오래 운용할 수 있다. 한번 핵연료를 충전하면 10년 이상 임무를 수행하고 장기간 수중 작전이 가능해, 군사 강국들이 가진 무제한의 수중작전 수단으로 인식된다.

현재 핵추진잠수함을 보유한 국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안보리) 상임이사국 5개국(미영프러중)과 인도뿐이라고 알려졌다.

북한이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려면 러시아의 기술 지원이 필수다.

류성엽 21세기군사연구소 전문위원은 "공산권에서 핵 추진 기관을 제대로 만들 수 있는 나라는 러시아뿐"이라며 "중국도 핵추진잠수함을 만드는 과정에서 실패를 거듭하다가 결국 러시아의 기술 지원을 받았다"고 밝혔다.

북한이 이번에 공개한 전술핵공격잠수함은 기존 로미오급 개량형(3,000t급)으로 추정된다. 신문이 공개한 사진을 보면 함상에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할 수 있는 발사관을 대형 4개, 소형 6개 갖췄다.

전문가들은 구조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선체 직경이 작은 로미오급에 미사일 발사관을 10개나 붙이다 보니 함교 후방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미사일 데크를 장착하게 됐단 분석이다.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이번 (김군옥영웅함) 과시는 역설적으로 북한이 1~2년 내에 자체기술로 원자력잠수함을 현실화하기 어렵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북한이 북러 협력을 통해 획득하려는 기술 중 원자력잠수함이 포함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 위원장이 이달 중 개최가 예상되는 북러 정상회담에서 핵추진잠수함 기술 이전을 요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정상 간 회동은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의 7월 방북을 계기로 수면 위로 떠오른 북러 무기거래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전시키는 계기가 될 것으로 관측된다.

러시아가 포탄, 미사일 등 재래식 무기를 받은 대가로 북한에 핵추진잠수함을 포함한 핵 관련 기술을 주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단 시각도 있다. 거래 균형이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러시아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국제사회의 외면을 받는 외톨이 신세다. 장기전을 향해 가고 있는 우크라이나전에서 러시아에 각종 전시물자를 공급하며 후방기지 역할을 할 나라는 사실상 북한밖에 없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러시아 입장에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의 동진을 막기 위해  사활을 걸고 벌인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북한이 굉장히 중요하다"며 "드론이든  120㎜ 포탄이든 간에 러시아에 맞게 그런 무기들을 대량생산 할 시설을 가진 건 북한뿐이며, 그에 따르는 국제사회 제재를 아랑곳하지 않는 국가도 북한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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