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침체기 때 줄었던 집값 격차 다시 벌어져
서울 입지·주거 선호도 따라 양극화 두드러질 듯
정부 가계부채 증가 억제책도 집값 상승에 부담

도봉구 창동 아파트 단지
도봉구 창동 아파트 단지

[정재원기자] "호가가 떨어지는 건 지금 집을 팔려고 하는 사람이 더 많다는 얘기죠. 강남이 먼저 오르고 도미노 현상으로 강북까지 따라 오르는 데 여기까지 오는 데 시간이 좀 걸리는 것 같아요."(서울 도봉구 도봉동 P 중개업소 대표)

서울 강남권 집값 상승 온기가 외곽 지역까지 퍼지는 데는 시간이 걸리는 모습이다. 강남·서초구 등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는 100억 원에 육박하는 신고가 사례가 나오고 있지만 도봉·강서·강북구 등 서울 외곽 지역은 상승세가 미미하거나 오히려 떨어지며 국민평형(전용면적 84㎡) 4억 원대 매물도 수두룩하다. 지역별 양극화 조짐이 심화하고 있다.

17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서울 도봉구 도봉동 '한신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6일 4억8,000만원(1층)에 거래됐다. 지난 2021년 8월 7억4,000만 원(14층)에 거래됐던 것과 비교하면 2억6,000만 원 떨어진 것이다. 올해 초 저가에 비해선 소폭 오르긴 했지만 상승폭은 미미하다. 인근에 있는 '극동아파트' 전용면적 84㎡도 지난 1일 4억8,000만 원(2층)에 매매됐다.

도봉구 방학동 우성2차 84㎡ 아파트는 지난달 7일 5억 원(5층)에 거래됐다. 최고가였던 2021년 6월16일 6억6,500만 원(5층)에 비해 1억6,000만 원 낮은 가격이다. 도봉구 도봉동 럭키 아파트도 지난달 12일 최고가 보다 2억700만 원 낮은 4억8,300만 원(2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강서구, 강북구 등에서도 국민평형 기준 4억 원대, 5억 원 초반대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강서구 화곡동 까치산 아파트 전용면적 84㎡는 지난달 15일 4억9,000만 원(5층)에 거래됐다. 강북구 우이동 성원 아파트 전용면적 84㎡도 지난달 17일 5억1,000만 원(8층)에 거래가 이뤄졌다.

부동산원 주간 통계 기준으로 서울 25개 자치구 중 올해 누적 하락률이 높은 지역은 강서구(-7.35%), 도봉구(-6.64%), 금천구(-6.44%), 강북구(-5.52%) 등으로 서울 외곽 지역에 몰려있다. 반면 송파구(2.24%), 서초구(0.46%), 강남구(0.16%) 등 강남3구는 나란히 누적 변동률이 반등에 성공했다. 

부동산 침체기 때 줄었던 집값 격차가 최근 다시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부동산원 8월 통계 기준 평균 매매가격은 서울 강남권 12억2,749만 원, 강북권 8억4,563만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격차는 3억8,186만 원이다. 지난 4월 격차가 3억5,943만 원(강남권 11억9,966만 원·8억4,023만 원)으로 좁혀 졌으나 이후 강남 집값이 빠르게 반등하면서 집값 격차가 다시 확대됐다.

서울 입지와 주거 선호도에 따라 지역별 집값 격차가 더 벌어질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여경희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강남구, 용산구, 서초구 등에서 전고점 가격을 상회한 거래가 나오고 있다"며 "상급지 위주로 수요가 이어지면서 가격이 빠르게 회복되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정부가 가계부채 증가 억제에 나선 만큼 집값 상승에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은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우회 수단으로 대출 수요를 자극한다는 판단하에 지난 13일부터 DSR 산정 만기를 최장 40년(상환능력 미입증)으로 제한했다. 또 오는 27일부터는 '일반형' 특례보금자리론 판매를 중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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