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정상 '유엔대표부'로 모기시 미션
윤, 2개 회담장 오가며 41개국과 회담
대통령실 "만나길 잘했다"…만족감 표해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알랭 베르세 스위스 연방대통령,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구스타보 프란시스코 페트로 우레고 콜롬비아 대통령. 가운뎃줄 왼쪽부터 커털린 노박 헝가리 대통령,  음스와티 3세 에스와티니 국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아랫줄 왼쪽부터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무함마드 울드 가즈와니 모리타니아 대통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유엔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한 윤석열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뉴욕에서 각국 정상들과 릴레이 회담을 이어가고 있다. 윗줄 왼쪽부터 알랭 베르세 스위스 연방대통령, 세타 타위신 태국 총리, 사디르 자파로프 키르기스스탄 대통령, 구스타보 프란시스코 페트로 우레고 콜롬비아 대통령. 가운뎃줄 왼쪽부터 커털린 노박 헝가리 대통령, 음스와티 3세 에스와티니 국왕,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아랫줄 왼쪽부터 루멘 라데프 불가리아 대통령, 포스탱 아르샹제 투아데라 중앙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 무함마드 울드 가즈와니 모리타니아 대통령, 키리아코스 미초타키스 그리스 총리.

[김민호 기자]  "유엔본부서 상대국 정상을 모셔 와라". 외교 당국에 미션이 떨어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 뉴욕에 머문 기간은 18일(이하 현지시간)부터 22일까지 단 5일. 이 기간에 윤 대통령이 만난 국가만 48개에 달한다. 양자회담은 총 41회가 실시됐다. 우리 정부는 촘촘한 시간표를 만들었다. 길게는 1시간, 짧게는 30분간의 양자회담이 매일 적게는 4개, 많게는 11개까지 예정됐다. 

시간표가 어긋나지 않게 의전 요원들이 나섰다. 상대국 정상을 제시간에 회담장으로 안내하기 위해서다. 정상을 회담장 대기실로 안내한 요원들은 또 다시 분주하게 유엔본부로 향해야 했다. 다음 양자회담이 예정된 정상을 모시기 위해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은 이를 '첩보작전'에 비유하기도 했다. 

양자회담이 이뤄진 우리나라의 주유엔대표부부터 유엔본부까지 거리는 약 500미터, 걸어서 5분 안팎이다. 김 차장은 "우리 유엔대표부의 지리적 이점을 충분히 활용한 일정"이었다고 설명했다.

주유엔대표부 2층에는 2개의 회담장을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두 곳을 돌아가며 연속적으로 양자회담을 진행했다. 한 곳의 회담장에서 양자회담이 끝나면 관계자들은 부지런하게 다음 회담을 위해 테이블과 국기를 준비했다. 윤 대통령은 한 개의 양자회담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옆 방으로 장소를 옮겨 다음 회담을 진행했다.

이런 식으로 윤 대통령은 18일 9개국, 19일 8개국, 20일 11개국, 21일 10개국과 카리브 공동체(카리콤·CARICOM), 22일 3개국과 태평양도서국(태도국) 정상을 만났다.

"나는 양자회담 '머신(기계)'다. 유엔 총회에서 양자회담 일정을 많이 잡아달라"는 윤 대통령의 주문은 이렇게 성사됐다. 대통령실 고위급 관계자는 이번 일정에 대해 "지난 100년 동안 세계 외교사에 없었던 일"이라고 평가했다.

6대륙 41개국·태도국·카리콤까지…대통령실 "만나길 잘했다"

윤 대통령이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겠다고 나선 이유는 '부산 엑스포'를 홍보하기 위해서다.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은 오는 11월 '2030년 세계박람회(엑스포·EXPO)' 개최지를 선정할 투표를 진행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약 두 달. 최대한 많은 BIE 회원국을 만나 이야기하겠다는 윤 대통령의 의지가 이번 릴레이 양자회담 일정을 만들었다. 윤 대통령은 올해 BIE 회원국이 된 북마케도니아의 정상까지 만나며 부산 엑스포를 적극 홍보했다.

윤 대통령이 만난 정상들을 대륙별로 분류하면 유럽 13개국, 아프리카 9개국, 아시아태평양 8개국, 중남미 9개국, 중동 2개국 등이다. 여기에 태도국 6개 국가와, 카리콤 2개 국가 등은 그룹으로 오만찬이 진행됐다.

부산 엑스포 유치에 실패한다면 이 5일간의 외교전이 물거품이 되는 게 아닐까.

그렇지 않다는 게 대통령실의 설명이다. 한 대통령실 관계자는 "집중적으로 많은 나라를 만나기를 잘했구나 하는 생각이 분명 든다"며 "우리가 진심을 다해서 이것(부산 엑스포)이 모두에게 좋은 공공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잘 설득하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엑스포를 유치하기 위한 과정 자체가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 외교 기조를 함축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윤석열 정부의 외교 지향점은 글로벌 중추 국가다. 전쟁 후 폐허가 된 나라를 국제사회의 도움으로 일으킨 우리나라가 그 도움을 국제사회에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은 수십개의 양자회담을 "개발도상국들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 과정"이라고 정의했다. 일주일 간의 전방위 외교전이 우리 외교의 영역 확대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 수석은 이번 양자회담으로 신시장을 확대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