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도 난청 있는 경우 치매 발병률 5배↑
조기 진단해 적합한 보청기 착용해야

3월3일은 난청 예방과 청각 건강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청각의 날’이다. 귀 질환으로 인해 청각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 어지럼증, 치매까지 일으킬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3월3일은 난청 예방과 청각 건강에 대한 관심을 확대하기 위해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세계 청각의 날’이다. 귀 질환으로 인해 청각에 문제가 생기면 의사소통이 어려워지고 심한 경우 어지럼증, 치매까지 일으킬 수 있어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사진= 서울아산병원 제공)

[김승혜 기자] 나이 드신 부모님이 있는 자녀라면 추석 연휴는 부모님의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평소 전화 통화를 할 때 부모님의 목소리가 커지거나 되묻는 횟수가 잦아졌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보고 보청기 상담을 받아볼 필요가 있다.

29일 대한이과학회에 따르면 노인성 난청은 나이가 들면서 발생하는 퇴행성 변화로 인한 청력 감소를 의미한다. 노인성 난청은 인지 능력 저하와 치매 발생의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고도 난청이 있는 경우 치매 발병률이 최대 5배 가량 높아진다.

노인성 난청은 귀 속 신경 세포가 시간이 흘러 퇴행성 변화를 일으킨 것이 주원인이다. 이 밖에도 소음에 장기간 노출된 적이 있거나 영양이 부족한 경우 등 환경적 요인과 가족력 같은 유전적 요인이 작용한다. 특히 남성은 담배, 술, 머리의 외상 등이, 여성은 약물 복용 등이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형적인 증상으로는 양측에 고주파(고음) 영역에서 경도 혹은 중등도의 청력 감소가 나타나고, 소리의 방향을 감지하는 능력이 떨어지게 된다. 경우에 따라 다른 사람의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고 탓하는 경우가 있는데, 시끄러운 환경에서 더욱 심해진다.

노인성 난청 환자는 정확한 발음을 구분하지 못해 괴로울 뿐 아니라 가족들도 되묻는 말에 두세 번 같은 대답을 반복해야 해 가족과의 대화에서 소외될 수 있다. 여승근 경희대병원 이비인후과 교수는 “평소 전화 통화 시 부모님의 목소리가 커지거나 반복해 되묻는 등의 증상이 관찰된다면 노인성 난청을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특히 노인성 난청이 있는 경우 대인관계에서 자신감을 잃게 되고 사회적으로 고립돼 우울증, 인지장애, 치매에도 취약하다. 조기에 발견해 가능한 빨리 보청기를 착용해야 하는 이유다. 보청기를 빨리 착용할수록 악화를 늦출 수 있고, 일상생활에 활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을 수 있다.

다만 경우에 따라 중이염 등이 동반될 수 있어 이비인후과 전문의의 진료와 검사를 먼저 받아봐야 한다. 중이염 등의 일부 질환은 치료로 청력을 회복할 수 있어 보청기를 사용하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노인성 난청으로 진단받아 보청기를 착용해야 할 경우 난청의 정도와 귀 질환 유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자신에게 맞는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여 교수는 “난청을 방치하면 우울증이나 치매를 유발할 수도 있어 자녀들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며 “보청기 구입 시 반드시 환자의 청력 정도, 나이, 귀 질환 유무, 외이도 상태, 생활의 불편감 정도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는 2026년 초고령 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들의 보청기 구입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확대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내에서 중등도 난청(40~59dB)으로 보청기가 필요하지만 장애 판정을 받지 못해 보청기를 구입할 때 국민건강보험 급여 지원을 받지 못하는 인구는 지난해 기준 130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문일준 성균관대 의대 이비인후과 교수(대한이과학회 교육이사)는 "급여 적용이 일정 부분 확대된다면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년층에서 난청으로 인한 여러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치매 등 다른 질환으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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