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북성동자장면거리의 야경. 진우석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인천 북성동자장면거리의 야경. 진우석 촬영, (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김승혜 기자] 한국관광공사가 푸짐하고 맛있는 음식을 즐기며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10월 여행지 5곳을 추천했다. '맛있는 골목 여행'을 테마로 ▲인천 중구 북성동 원조자장면거리와 짜장면박물관 ▲충남 천안 병천순대거리 ▲부산 동구 초량육미거리 ▲경남 하동 섬하동재첩특화마을 ▲전남 강진 병영돼지불고기거리 등 전국 맛집골목을 엄선했다.

인천 중국음식점의 짜장면과 백짬뽕. 진우석 촬영(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인천 중국음식점의 짜장면과 백짬뽕. 진우석 촬영(사진=한국관광공사 제공)

◆원조자장면 찾아 인천으로, 자장면거리와 짜장면박물관

인천차이나타운 북성동원조자장면거리는 중식 먹자골목이다. 붉은빛이 화려한 건물과 홍등이 어우러져 중국의 전통거리가 떠오른다. 중국집 외에도 공갈빵, 월병, 탕후루, 양꼬치 등 중국식 주전부리를 파는 집이 많아 나들이 삼아 찾기에 제격이다.

인천 선린동 공화춘(국가등록문화재) 건물에 자리한 짜장면박물관은 짜장면의 모든 것을 살펴볼 수 있는 박물관이다. 공화춘은 무역상에게 숙식을 제공하던 곳인데, 중화요리가 인기를 끌며 음식점 공간이 넓어졌다. 여기에서 춘장(중국식 된장)을 볶아 국수에 얹은 짜장면이 처음 만들어졌다. 인천 부두 중국인 노동자들의 배고픔을 달래준 짜장면은 이후 양파와 돼지고기 등을 넣어 우리 입맛에 맞게 변화했다.

인근의 송월동동화마을은 노후한 마을을 세계 명작 동화 테마로 꾸민 곳이다. 골목에 들어서면 엄지 공주와 피터팬 등 다양한 동화 속 주인공들을 만날 수 있다.

월미바다열차는 월미도를 한 바퀴 도는 도심형 관광 모노레일이다. 지상 7~18m 높이에서 인천내항, 서해와 인천대교 등을 조망한다. 인천개항박물관은 개항부터 일제강점기가 시작된 1910년까지 유물 300여 종을 전시한다. 갑신정변이 일어나 사용하지 못한 우리나라 최초의 우표, 등대 모양으로 만든 최초의 우체통 등 볼거리가 풍부하다.

(충남 천안)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속을 채우는 서민음식 순대국밥_
(충남 천안) 저렴한 가격에 든든하게 속을 채우는 서민음식 순대국밥_

◆가을만큼 푸짐한 순대국밥, 천안 병천순대거리

사통팔달 길목에 자리한 천안 병천은 조선 후기 오일장이 개설돼 물류의 집산지 역할을 했다.

1960년대 병천 인근에 돈육 가공공장이 들어섰고, 여기서 나오는 부산물로 순대가 만들어졌다. 현재도 아우내순대길 일대에 순대국밥 전문점 20여 곳이 성업 중이다. 끝자리 1일과 6일에는 오일장도 구경할 수 있다.

병천순대는 돼지 작은창자를 이용해 누린내가 적다. 소금이나 밀가루로 깨끗이 씻은 작은창자에 양파, 대파, 양배추 등 각종 채소와 찹쌀, 선지, 당면을 넣는다. 일부 순대는 당면으로만 속을 채우는데, 병천순대는 당면이 아예 없거나 적어 담백하다. 국물을 내는 방법은 식당마다 조금씩 다르다. 생강과 대파를 넣고 사골 국물을 우리는가 하면, 각종 한약재를 섞어서 특별한 향과 맛을 내기도 한다.

병천순대거리에서 1km 남짓한 거리에 천안 유관순 열사 유적(사적)이 있다. 유관순 열사와 아우내 독립지사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곳이다. 위패를 모신 추모각과 기념관, 생가, 봉화대 등이 100여 년 전 그날의 함성을 떠올리게 한다.

우리나라 최초 우표인 문위우표부터 광복 직후의 우체통, 집배 가방 등 다양한 유물이 전시된 우정박물관도 색다른 볼거리다. 아라리오갤러리 천안은 도심 한복판에서 예술의 향기를 누리는 공간이다.

(부산) 뚝배기에 담긴 수육과 밥에 육수를 넣었다 빼는 돼지국밥 ‘토렴’소리는 가던 발길을 멈추게 한다.
(부산) 뚝배기에 담긴 수육과 밥에 육수를 넣었다 빼는 돼지국밥 ‘토렴’소리는 가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삼시세끼로 부족한 미식의 진수, 부산 초량육미거리

사람들이 긴 시간 열차를 타고 내린 역 일대에는 식당가가 형성된다. 한국전쟁 이후 피란민이 정착하며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전한 부산에도 '초량육미거리'가 생겼다.

부산역에서 8차선 대로만 건너면 되는 위치로, '육미'란 돼지갈비, 돼지불백, 돼지국밥, 밀면, 어묵, 곰장어까지 여섯가지 맛이 있는 곳이라는 의미다. 1960~1970년대 조선방직과 삼화고무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이곳에서고된 하루 끝에 값싸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위로받았다.

초량전통시장과 접한 초량동 돼지갈비골목은 오래된 가게가 모인 곳이다. 삼대는 기본, 빼닮은 가족이 대를 이어 운영한다. 돼지국밥 토렴하는 소리가 발길을 붙든다.

이 외에도 '망향의 음식' 밀면, 어묵의 변신은 무죄라고 외쳐도 될 만큼 진화한 어묵베이커리, 소주 한 잔에 시름을 달래는 곰장어구이까지 후각을 자극하는 음식들이 가득하다.

맛은 이야기로 이어진다. 초량이바구길에는 부산 최초 근대식 개인 종합병원인 구 백제병원(국가등록문화재), 168계단, 명란브랜드연구소, 망양로 산복도로전시관 등이 자리하고 있다. 초량육미거리의 다양한 맛을 느끼며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경남 하동) 재첩 한 입이면 몸도 마음도 풍성해진다
(경남 하동) 재첩 한 입이면 몸도 마음도 풍성해진다

◆섬진강의 맛 느껴볼까, 하동재첩특화마을

재첩은 모래와 진흙이 많은 강바닥에서 자라는 민물조개다. 강에서 난다고 강조개(하동 사투리로 갱조개), 까만 아기 조개처럼 생겼다고 해서 가막조개로도 불린다. 섬진강 재첩은 국내에 서식하는 재첩 중 최고로 꼽힌다.

하동군은 전국 식도락가들이 출하량이 많고 맛있는 섬진강 재첩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도록 2009년 12월 하동읍 신기리에 하동재첩특화마을을 조성했다. 3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전문 음식점들이 가장 기본적인 재첩국을 비롯해 재첩회무침, 재첩회덮밥, 재첩부침개, 재첩해물칼국수 등 다양한 요리를 선보인다.

수령 270년이 넘는 노송이 장쾌한 숲을 이루는 하동 송림(천연기념물)에 자리한 하동송림공원, 박경리 작가가 쓴 대하소설 '토지'의 배경인 평사리 박경리문학관, 섬진강 물길과 평사리 들판이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스타웨이하동 스카이워크는 재첩 미식 여행을 넉넉하게 채워줄 힐링 포인트다.

(전남 강진) 불금불파 행사장의 뜨거운 열기
(전남 강진) 불금불파 행사장의 뜨거운 열기

◆불 맛 좀 보시렵니까? 강진 병영돼지불고기거리

전남 강진 전라병영성과 병영5일시장 일원에는 '병영돼지불고기거리'가 있다. 조선 시대에 새로 부임한 병마절도사가 집안 어른인 강진현감을 극진히 대접한 데서 비롯됐다고 전해진다.

이곳의 돼지불고기는 양념한 고기를 석쇠에 올리고 연탄불에 구워 불향을 입혀 먹는다. 재료나 양념은 조금씩 달라도 매콤한 맛과 한정식처럼 푸짐한 상차림은 같다.

오는 10월28일까지 병영5일시장 일원에서는 '불금불파'가 이어진다. '불타는 금요일 불고기 파티'의 줄임말이다. 매주 금·토요일 야외 돼지불고기 파티를 즐길 수 있다.

지역 가수와 EDM DJ, 사의재(다산 정양용이 강진에 유배돼 처음 묵은 곳) 마당극을 옮겨 온 '장사의 신' 등이 흥을 돋운다. 여유롭게 식사에 집중하고 싶은 이들은 인근 식당, 동네잔치처럼 어울리고픈 이들은 불금불파를 즐기면 좋다. 불금불파는 인근 식당보다 반찬 수는 적지만 1인당 9,000원으로 저렴하고, 광주에서 병영5일시장까지 금·토요일 각 2회 셔틀버스를 운행한다.

병마절도사가 근무하던 강진 전라병영성(사적)은 성곽을 따라 거닐기 좋은 곳이다. 사의재에서는 재현극 '조만간(조선을 만나는 시간)프로젝트'가 신명을 더한다. 갈대가 절정인 강진만생태공원도 가을에 꼭 들러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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