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에서 민주당 진교훈 후보가 예상보다 큰 표 차이로 국민의힘 김태우 후보를 누르고 당선됐다. 진 후보의 득표율은 56.52%(13만7,066표)였던 반면, 직전 강서구청장이었던 김태우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39.9%(9만5,492표)에 그쳤다. 이번 보궐선거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수도권 민심을 파악할 수 있는 첫 평가여서 정치권에선 '미니 총선'이라고 불리기도 했다.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와 이듬해 대선, 지방선거에서 연승했던 국민의힘은 집권 후 처음으로 선거에 참패했다. 강서구는 원래 민주당 세가 강한 곳이다. 지난 총선은 민주당이 갑·을·병 세 지역구를 모두 크게 이겼고, 대선에서도 이재명 후보가 윤석열 후보를 앞섰다.

오늘 한 신문은 "이번 선거는 정부와 국민의힘의 실책이 누적된 상태에서 치러졌다. 국민의힘은 김 후보 때문에 생긴 보궐선거에 김 후보를 또 공천했다. 문재인 정부 비리를 내부 고발한 김 후보를 형식 논리에 따라 공무상 비밀누설죄를 적용해 구청장직을 박탈한 법원 판결도 납득하기 어렵지만, 김 후보 때문에 생긴 선거에 김 후보를 재공천한 국민의힘도 국민적 공감을 사기는 어려웠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법원 판결 석 달 만에 그를 사면해 출마의 길을 열어줬다. 국민의힘은 ‘당 소속 선출직의 귀책 사유가 있을 경우 무공천한다’는 당규도 무시했다. 민주당이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에 후보를 낸 것을 비판해놓고 그와 똑같은 일을 한 것이다. 김 후보는 보궐선거 비용 40억 원에 대해 “수수료 정도로 애교 있게 봐달라”고 했다. 이런 김 후보와 국민의힘, 윤 대통령의 모습은 오만으로 받아들여질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결과와 관련해 "역대급 참패"라고 밝혔다. 홍 시장은 오늘 오전 페이스북에서 "어젯밤은 잠 못 드는 밤이었다. 민심 이반이 이렇게까지 심각한 줄 미처 몰랐다"고 했다. 그러면서 "도대체 이렇게 민심이 멀어져 갈 때까지 우리는 그동안 뭘했는지"라며 착잡한 심정을 내비쳤다.

대통령실은 보궐선거 결과에 대해 전날 선거 결과가 확정된 직후에는 "별도의 입장이 없다"고 말을 아꼈지만 오늘 "정부는 어떠한 선거 결과든지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된다"고 밝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선거의 패인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총선 승리를 위한 특단의 대책을 강구하겠다"며 "상대적으로 우리 당이 약세인 지역과 수도권 등에서 국민들의 마음을 더 많이 얻을 수 있도록 맞춤형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번 결과는 무엇보다 취임 이후 지금까지 이어진 윤 대통령의 국정 스타일에 대한 피로와 반감이 적지 않게 쌓였다는 것이다.

이번 보선 완패를 윤석열 대통령이 그동안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경고 신호로 받아들인다면 국민은 다시 기회를 부여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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