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있는 경우 자살위험 36% 증가
우울증 없어도 자살 위험 77% 높아져

과도한 피로와 압박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과도한 피로와 압박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신소희 기자]  '번아웃'이 직장인들의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번아웃은 글자 그대도 스스로가 다 타버려 재만 남은 것 같은 마음 상태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정신건강의학과 전상원·조성준 교수 연구팀은 다양한 직업군의 직장인들에서 번아웃과 자살 간 유의미한 연관성이 있는지 조사한 결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19일 밝혔다.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42개국 중 자살률 순위 1위로, 2021년 통계청 발표 자료에 따르면 자살은 대한민국 국민 10~30대 사망원인 1위, 40~60대 사망원인 2위다.

직장 내에서 발생하는 과도한 스트레스는 자살 위험성을 높이는 주원인 중의 하나가 될 수 있다. 신체·정서적 에너지의 고갈로 인한 탈진, 직장과 업무에 대한 냉소적인 태도, 직업 효능감의 저하를 특징으로 하는 번아웃은 세계보건기구(WHO)가 국제질병분류기준에 등재한 주요 임상 증후군이다. 직무 스트레스에 만성적으로 노출되는 경우 번아웃을 경험할 수 있고, 직장인들의 자살 위험성을 높일 수 있는 요인으로 최근 주목 받고 있다.

연구팀은 2020년~2022년 사이 직장인 마음 건강 증진 서비스를 이용한 제조, 금융, 서비스, 유통, 건설, 공공 행정 등 다양한 직역의 근로자 1만 3천여 명을 대상으로 자가 설문을 실시해 번아웃과 자살의 유무를 조사했다.

그 결과, 번아웃 증상 중에서도 신체·정서적 탈진이 있는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이 있는 직장인에서는 자살 사고의 위험이 36% ▲우울증이 없는 직장인에서도 자살 사고의 위험이 77% 높아졌다.

탈진 상태의 직장인 중에서도 특히 자기 직무를 스스로 조절할 수 없거나, 직장 내 분위기가 우호적이지 않은 경우 자살 사고의 위험이 더욱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북삼성병원 기업정신건강연구소 오대종 교수는 “신체적, 정신적 에너지가 소진된 직장인들의 경우, 우울증 여부와 상관없이 자살 위험성 증가 여부를 잘 관찰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연구는 다양한 직업군에서 번아웃, 우울증 그리고 자살 사고 사이의 연관성을 확인한 최초의 대규모 단면 연구라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며 “생산 가능 인구를 대상으로 한 자살 예방 정책이 앞으로 나아갈 방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달 공중보건 분야 국제학술지 '프론티어스 인 퍼블릭 헬스(Frontiers in Public Health)' 저널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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