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카타르·UAE서 792억$ MOU
"넓은 운동장서 기업 마음껏 뛰길"
사우디 "윤, 1초 낭비 않고 세일즈"

카타르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 장소로 향하고 있다. 2023.10.25.
카타르 국빈 방문 일정을 마치고 귀국하는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25일(현지시간) 도하 하마드 국제공항에 도착해 공군 1호기 탑승 장소로 향하고 있다. 2023.10.25.

[김민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의 4박6일 사우디아라비아-카타르 순방이 26일 종료됐다. 이번 순방의 키워드는 단연 '새로운 중동붐'이다. 180여 명에 달한 순방 경제사절단 규모를 통해서도 윤 대통령이 이번 중동 세일즈에 상당히 공을 들였음을 알 수 있다.

대통령실도 상당히 고무된 모습이다.

이번 순방을 계기로 사우디와는 156억 달러, 카타르와는 46억 달러 규모의 양해각서(MOU)와 계약 성과를 거뒀다. 이는 작년 말 작년 말 사우디와의 290억 달러 규모 MOU, 올해 아랍에미리트(UAE)의 300억 달러 투자 약속에 이은 것이다.

총 792억 달러 규모, 한화로 107조 원 시장을 잡은 성과다. 새로운 중동붐에 시동을 건 셈이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중동 Big3에 진출하려는 우리 기업들에게 총액 792억 달러 규모의 거대한 운동장이 만들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은혜 홍보수석도 "더 넓게 확보하게 된 운동장에서 국민과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게 하자, 그래서 더 잘살 수 있는 미래를 앞당기자는 것이 윤 대통령이 열사의 땅에 온 이유"라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사우디에서 마지막 밤이었던 지난 23일 한 호텔에서 경제사절단들과 함께 만찬을 하며 이번 순방의 의의를 보다 직접적으로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우리 기업들의 적극적인 중동 진출로 1970년대 오일쇼크 위기를 극복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우리 경제가 직면한 복합위기 역시 새로운 중동붐을 통해 돌파구를 찾을 수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단순히 석유 수출로 돈을 벌던 시절에서 발전한 포스트 오일 시대를 표방하며 '비전 2030'이라는 국가 목표를 세운 상태다. 비전 2030을 실현할 프로젝트들도 가히 메가급이다.

사막인 네옴 지역의 170㎞ 구간을 직선으로 연결하는 친환경 수직도시 건설 프로젝트인 '더라인(The Line)', 엔터테인먼트 중심의 대규모 복합 단지를 형성하는 '키디야(Qiddiya)', 사우디 군도의 관광 개발 프로젝트인 '홍해(The Red Sea)', 가장 오래된 유적지인 디리아 유산을 중심으로 한 문화 지구 건설 프로젝트인 '디리야 게이트(Diriyah Gate)' 등이 비전 2030을 채우고 있다. 알려진 사업 규모만 총 5,000억 달러에 달한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이같이 다양한 프로젝트 중 현재 250억 달러 규모 사업의 입찰에 참여한 상태다.

한국 기업의 입찰을 간절히 바라는 윤 대통령의 발언은 일정 곳곳에서 묻어난다.

윤 대통령은 나드미 알나스르 네옴컴퍼니 최고경영자(CEO) 등과 네옴 전시관을 찾았을 때 스마티시티를 구축한 '세종시'를 언급하며 " 디지털 기술이 있어야만 가능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더라인'을 건설하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이 많이 참여하는 게 사우디에도 유리하다"고 홍보했다.

특히 더라인 중간이 산악 지역이기 때문에 시티를 연결하기 위해 터널을 뚫어야 한다는 설명을 듣고는 "한국에는 산이 많기 때문에 산악 터널을 뚫는 건 한국기업이 세계 최고"라고 말하기도 했다.

칼리드 알 팔레 사우디 투자부 장관은 이같은 발언에 "윤 대통령은 한국 기업을 세일즈하는 데 단 1초도 낭비하지 않는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고 한다.

윤 대통령이 이번 중동 순방에서 쉬지 않고 세일즈에 나선 배경에는 악화된 우리나라의 수출 현황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올해 1~6월 무역수지는 누적 264억6,700만 달러(약 35조9,157억 원) 적자다.

지난 20일 무역협회가 국제통화기금(IMF)자료를 인용한 국가별 수출입 통계에 따르면 IMF가 선정한 주요 208개국 중 한국은 200위다. 지난해 198위에서 3계단이 하락한 수치다. 북한(109위)보다도 순위가 낮았다.

무역 수지가 악화한 가장 큰 원인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었다.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면서 수입액이 함께 오른 것이다.

윤 대통령은 에너지 강국인 사우디와 카타르를 연이어 방문에 안정적인 에너지 협력 강화를 약속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에너지 가격을 보다 안정적으로 유지해야만 무역 수지가 개선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 차원에서는 침체된 정부여당의 분위기를 이번 세일즈 외교로 쇄신하고자 하는 목표도 컸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주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에서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30%를 겨우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갤럽(10월20일 발표) 조사에서 윤 대통령을 지지하지 않는 이유를 물었을 때 나온 가장 다수의 답변은 '경제/민생/물가(17%)'였다. 고물가에 팍팍해진 민생과 경제 침체에 민심이 냉랭해진 것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긍정적인 경제지표가 절실한 시점"이라며 "세일즈 외교의 성과가 즉각 실물 경기에 영향을 미칠 순 없지만 대통령이 국내외로 경제를 위해 힘쓰고 있는 모습이 유권자들에 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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