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김의진 모친, 추모대회서 눈물의 편지
가죽재킷, 야구모자…숨진 아들 유품 걸쳐
"사회적 참사에도 누구 하나 책임 안 져"
"국가의 무시와 외면이 피해자 절규케해"
"평화로운 곳에서 뛰놀길…진실 꼭 규명"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옆에 시민들이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서울 중구 서울광장 분향소 옆에 시민들이 추모 포스트잇을 붙이고 있다.

[신소희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1주기인 29일 고(故) 김의진씨의 어머니 임현주씨는 "엄마는 묻고 싶구나. 오늘 우리 대한민국은 안전합니까"라고 말했다.

임씨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이태원 참사 1주기 시민추모대회'에서 "착하고 아름답게 성실하게 살았으므로 오래오래 행복할 거라고 믿었고, 어떤 상황에서도 너의 행복과 사랑을 지켜줄 거라고 자신했던 엄마의 믿음이 한순간에 무너졌구나"라며 이같이 말했다.

유가족 대표로 편지를 낭독하려 무대에 오른 임씨는 베이지색 야구모자를 쓰고 검은 가죽 재킷 위에 보라색 목도리를 둘렀다.

이에 대해 임씨는 "의진이가 1년 전 이태원 핼러윈에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고자 갔던 그때 입었던 옷"이라며 "아들을 그렇게 느끼고 싶어 오늘 아들과 함께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너의 억울한 희생의 진실을 알고자 부단히 노력하던 중 당시의 현장 영상물을 통해 참사발생 1시간30분 정도에 외국인으로부터 CPR(심폐소생술)을 받는 축 늘어져 있는 너를 보게 되고, 참사 2시간 뒤 영상에서는 1번 출구 입구 차디찬 보도블럭 위에 망자로 분류돼서 처참하게 눕혀지는 영상을 찾았을 때, 엄마는 분노하며 절규할 수밖에 없구나"라며 울먹였다.

이어 "기가 막히게도 사회적 참사 앞에 분명히 희생자와 피해자가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누구 하나 진실을 밝힌다거나, 책임을 진다거나, 처벌을 받지 않고 있다"고 했다.

임씨는 "국가와 행정기관은 예방, 대응, 대피, 구조, 수습 모든 영역에 있어서 무능하고 무책임했음에도 참사 1년이 되어가는 오늘까지도 뚜렷한 참사의 개요, 원인, 책임, 대안 등을 제시하지 못한 채, 무시와 외면으로 피해자들을 더욱 분노, 절규하게 하고 있단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너의 이름이 그러하듯이 정의는 반드시 승리하며 진리는 반드시 드러나고 진실은 결코 숨길 수 없듯이 너희들의 억울한 희생으로 인해 이 땅에 무엇보다 생명과 안전의 가치를 존중하게 되고, 국가의 역할과 위정자들의 책임있는 행실을 견고히 하는 초석이 될 것"이라고 했다.

또 "심장과도 같았던 나의 전부였던 사랑하는 의진아"라며 "아낌없이 사랑하고 베풀 수 있는 부모의 찬스와 영원할 거라 미뤘던 기회들이 10월29일 한순간에 사라졌다니, 이런 비극은 더 이상은 재발해서는 안 되겠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너희들은 평화로운 그곳에서 뛰놀거라. 자유롭거라. 평안하거라. 그리고 사랑하거라"라며 "너희들의 억울한 희생의 진실은 우리 엄마, 아빠와 별가족들이 반드시 규명할게. 시랑한다. 내 아들, 사랑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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