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구원 '서울시민 정신건강 실태' 보고서
서울시민 52.5%가 1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
서울시민 4명 중 1명은 '우울'…"경제적 요인 탓"

우울증.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우울증. (사진=유토이미지 제공)

[신소희 기자] 서울시민 2명 중 1명은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이나 우울, 불면증 등 정신건강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울증의 경우 청년, 중장년, 노년층 할 것 없이 '경제적 어려움'이 공통적인 스트레스 요인인 것으로 파악됐다.

30일 서울연구원의 '서울시민 정신건강 실태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민 52.5%가 1개 이상의 정신건강 문제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구원이 19~74세 서울시민 2,149명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다.

정신건강 문제 중에서는 '외상 후 스트레스 증상'이 33.8%로 가장 높았고, '우울(26.2%)', '불면증(19.0%)' 순으로 높게 나타났다. 이어 '불안(16.8%)', '알코올사용장애(16.5%)' 등으로 조사됐다. '극단적 선택 생각' 비율은 13.7%로 나타났다.  

생애주기별로 나눴을 때는 청년층에서 우울, 불안,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 불면 등 모든 정신건강 문제의 유병률이 가장 높게 나타났다. 이어 중장년, 노년 순으로 낮아졌다.

우울(30.9%),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36.2%), 불면증(22.7%), 알코올사용장애(22.7%) 등은 전 세대 중 30대에서 가장 높았고, 불안(21.7%)과 극단적 선택 생각(1.54%) 등은 20대에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다만 극단적 선택 생각은 60대(10.9%)보다 70대(13.4%)에서 높게 나타났다.

혼인 상태에 따라서는 미혼인 경우 모든 정신건강 문제의 유병률이 높았고, 다인가구에 비해 1인가구의 유병률도 높게 조사됐다. 특히 우울 유병률은 미혼(32.6%)과 기혼(20.9%)의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1인가구의 불면증(24.5%), 알코올사용장애(20.8%), 우울(20.6%) 증세도 다인가구에 비해 크게 높았다.

고용 형태가 미취업 상태인 경우에는 우울(36.3%)과 불면증(23.3%) 등의 비율이 가장 높았다. 정규직 임금금로자는 알코올사용장애 비율이 19.5%로 다른 근로형태에 비해 가장 높게 나타났다. 무급 가족종사자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43.1%)이 가장 높았다.

소득별로는 가구소득이 200만 원 미만으로 가장 낮은 군에서는 우울(30.8%), 불안(18.4%), 불면증(20.8%) 등의 유병률이 높높았다.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은 소득수준이 600~799만 원인 군에서 35.8%로 가장 높은 유병률을 보였다. 가구소득이 가장 높은 1,000만 원 이상인 군에서는 알코올사용장애 유병률(19.0%)이 다른 소득군에 비해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정신건강 문제의 스트레스 요인은 세대별, 정신건강 문제별로 다르게 나타났다. 우울의 경우에는 청년, 중장년, 노년 모두 경제적 어려움이 주요 요인으로 작용했다. 노년 우울군은 가까운 사람의 죽음(60.4%)이나 신체적 질병 장애(59.3%) 등으로도 큰 스트레스를 받았다.

서울시민의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와 수요를 다루기 위해서는 정신질환자와 고위험군 위주의 전통적인 정신건강서비스 체계를 넘어선 확장된 체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팀은 "정신건강복지센터가 기존과 같이 중증 정신질환자와 자살 고위험군 관리에 집중하면서, 일반 시민이 겪는 일반적인 정신건강 문제에 대해 다양한 보건·복지 인프라와 대상별 특화기관에서 다루도록 하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반 시민에게 정신건강에 대해 덜 무겁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적극적인 홍보가 필요하다고도 제안했다.

연구팀은 "누구나 정신건강에 대해 가볍고 편하게 접근할 수 있게 하고, 정신건강 서비스가 필요하지만 정보가 부족해 이용하지 못하는 수요에 정보를 제공해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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