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분기 대비 영업익 264%↑…반도체 적자 감소
파운드리 부진했지만, 역대 최대 분기 수주 달성 '기대감'
모바일·TV·전장 등 실적 견조…메모리 부진 일부 상쇄
시설투자 3분기 11.4조…"올해 연간 투자 사상 최대"

[정재원 기자] 삼성전자가 전 세계적인 반도체 한파 속에서 악전고투하면서도 지난 3분기(7~9월) 조 단위 영업이익을 회복하는데 성공했다. 메모리 업황 침체에도 감산을 통해 가격 하락세를 방어하고, 모바일·TV·전장 등도 예상 밖 실적으로 반도체 부진을 일부 상쇄하는 데 성공했다.

삼성전자는 31일 올해 3분기 연결 기준 매출 67조4,047원, 영업이익 2조4,336원의 실적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76조7,817억 원보다 12.2% 감소했고, 영업익도 10조8,520억 원 대비 77.6% 줄었다.

다만 전 분기와 비교하면 매출과 이익 모두 증가하며 실적이 개선됐다. 전사 매출은 스마트폰 플래그십 신제품 출시와 디스플레이 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로 전분기 대비 12.3% 증가했다.

영업이익의 경우 스마트폰 플래그십의 견조한 판매와 디스플레이 주요 고객 신제품 수요 증가, DS(반도체) 부문 적자 감소 등으로 전 분기 대비 1조7,651억 원(264%) 증가했다. 3분기는 전분기 대비 달러화, 유로화 등 주요 통화의 평균 환율 변동이 크지 않아 영업이익에 대한 환영향은 매우 적은 수준이었다.

◆반도체 3.8조 손실, 전분기比 6,100억 감소…"메모리 저점 인식 확산"

사업부문별로 보면 DS부문은 매출 16조4,400억 원, 영업손실 3조7,500억 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3분기(5조1,200억 원) 대비 적자 전환했으나, 전 분기(4조3,600억 원 손실) 대비 적자 폭을 6,100억 원가량 줄였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사업에서 적자 폭이 감소한 것에 대해 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성과로 공을 돌렸다.

회사 측에 따르면 ▲HBM(고대역폭메모리) ▲DDR5(이중데이터전송5) ▲LPDDR5x(저전력DDR5x)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와 일부 판가 상승으로 전분기 대비 적자폭이 축소됐다. 특히 업황 저점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며 부품 재고를 확보하기 위한 고객사의 구매 문의가 다수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이날 3분기 실적 발표 콘퍼런스콜(전화회의)을 통해 D램과 낸드 플래시의 평균판매단가(ASP)가 상승 전환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분기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반면 시스템LSI는 주요 응용처 수요 회복이 지연되고 재고 조정으로 인해 실적 개선이 부진했다. 파운드리(위탁생산)는 라인 가동률 저하로 실적 부진이 지속됐다. 그러나 고성능컴퓨팅(HPC) 중심으로 역대 최대 분기 수주를 달성하는 등 미래 준비를 공고히 했다고 밝혔다.

◆모바일·VD·전장 등 견조한 성장세…메모리 부진 상쇄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매출 44조200억 원, 영업이익 3조7,300억 원을 기록하며, 2분기 대비 탄탄한 성장을 보였다.

플래그십 신모델 출시로 MX(모바일)사업부의 3분기 영업익은 3조3,000억 원으로, 전년 같은 분기(3조2,400억 원) 수준을 웃돌았다. 회사 측은 "네트워크는 통신사업자들의 투자 감소로 북미 등 주요 해외 시장 매출이 감소했다"며 "스마트폰 플래그십 비중이 확대되면서 판매단가가 상승해 전반적인 매출이 성장했으며 두 자리 수익성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VD(영상가전)·가전 사업의 영업이익은 3800억원으로, 전년 3분기(2,500억 원) 대비 소폭 증가했다. VD는 글로벌 TV 수요는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으나, ▲Neo QLED ▲OLED ▲초대형 등 고부가 제품 판매에 주력하면서 프리미엄 시장 리더십을 확대했다. 단 생활가전은 성수기 효과 감소로 전년 수준의 실적을 기록하는데 그쳤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전장 사업을 담당하는 하만은 매출 3조8,000억 원, 영업이익 4,5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달성했다. 전장 고객사의 수주 확대와 포터블 스피커 등 소비자 오디오 및 카오디오 판매 확대의 영향이다.

SDC(디스플레이) 사업 실적은 매출 8조2,200억 원, 영업이익 1조9,400억 원이다. 중소형 패널에서 주요 고객사의 플래그십 제품 출시에 적극 대응해 전 분기 대비 이익이 대폭 증가한 가운데, 대형 패널도 수율 향상과 원가 개선 등으로 적자 폭이 축소됐다고 회사 측은 밝혔다.

◆내년에도 감산·역대급 투자 지속…"AI 등 수요에 대응"

삼성전자는 어려운 경영 환경 속에서도 올해 연간 사상 최대 규모의 투자를 이어간다.

삼성전자의 지난 3분기 평택 3기 마감과 4기 골조 투자, 기술 리더십 강화를 위해 11조4,000억 원의 시설투자를 집행했다. 이어 4분기에도 17조 원을 투입한다. 삼성전자는 올해 연간 시설투자가 53조7,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가 될 것으로 예측했다.

오는 4분기에는 글로벌 IT 수요가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전망했다. DS(반도체)부문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판매 확대 및 기술 리더십에 집중하고 디스플레이와 DX(디바이스경험)부문은 프리미엄 전략을 강화해 견조한 수익성을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이어 내년에도 DS부문은 고성능·첨단공정 제품 판매 및 다양한 응용처 신규 수주를 지속 확대해 기술 경쟁력과 시장 리더십을 더욱 공고히 할 방침이다. 또 DX 부문은 플래그십 중심으로 스마트폰 판매를 확대하고 초대형 TV 시장을 선도해 프리미엄 중심으로 경쟁력을 강화한다.

또 AI 기술 적용을 확대하고 스마트싱스를 통한 고객 맞춤형 초연결 경험을 제공하는 한편, XR(eXtended Reality) 등 신성장 분야 기술 확보도 적극 추진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AI 수요에 대응해 고성능·고용량 메모리 사업에 집중해 수익 개선을 노리기로 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이날 콘콜을 통해 "생성형 AI(인공지능) 확산으로 HBM 수요가 급증하는 가운데 내년 HBM 공급 역량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올해 대비 2.5배 이상 확보할 계획"이라며 "해당 물량에 대해 주요 고객사들과 내년 공급을 협의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내년 차세대 HBM인 'HBM3E'의 양산에 들어간다.

정기봉 삼성전자 파운드리 부사장도 "HBM과 2.5D 패키징 중심으로 공급 능력을 신속하게 확대하고 추가 수급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증설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빠른 시간 내 재고 정상화를 구현하기 위해 감산을 이어가되, 레거시(구형) 제품을 중심으로 감산을 진행하는 선별적 감산 기조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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