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분·성별 바꿔가며 각종 사기 행각
경호원 행세한 남성, 2억 받아 챙겨
피해자 90%가 20~30대 사회초년생

전청조(27)씨가 경호원들을 대동한 모습=김민석 서울강서구의회 의원 제공)
전청조(27)씨가 경호원들을 대동한 모습=김민석 서울강서구의회 의원 제공)

[신소희 기자] '재벌 3세' 행세를 하며 27명으로부터 30억 원이 넘는 돈을 가로챈 전청조(27)씨가 재판에 넘겨졌다. 전 씨는 경호원 명의로 고급 레지던스와 슈퍼카를 빌리고 직접 위조한 블랙카드를 쓰며 부를 과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박명희)는 2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특경법)상 사기 등 혐의로 전 씨를 구속 기소했다. 사기에 가담한 혐의로 전ㅈ씨의 경호원 A(26)씨도 함께 구속 기소했다. 전씨의 사기로 인한 피해액은 30억7,800만 원에 달한다.

전 씨는 지난달 23일 전 펜싱 국가대표 남현희(42)씨의 재혼 상대로 보도된 후 과거 사기 전력이 알려지며 논란에 휩싸였다. 경찰과 검찰 수사 결과 전 씨는 신분과 성별을 바꿔가며 범행을 이어왔다.

검찰에 따르면, 전 씨와 경호원은 지난해 4월부터 올해 10월까지 국내 유명 기업인의 숨겨진 후계자 행세를 하며 '재벌들만 아는 은밀한 투자 기회'라고 피해자들을 속여 왔다.

검찰은 경호원 A씨가 수행비서 또는 경호원 행세를 하면서 사기를 공모한 것으로 봤다. A씨는 당초 피해자 행세를 하며 경찰 조사를 받았으나, 검찰 수사 결과 A씨가 자신 명의의 계좌로 피해액 21억 원 이상을 송금받아 관리하고 이 중 2억 원을 취득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씨는 A씨 명의로 빌린 월세 3,500만 원짜리 고급 레지던스에 살며 피해자들을 초대하고, 마찬가지로 A씨가 단기 렌트한 슈퍼카에 피해자들을 태우고 다니는 방식으로 재력을 과시했다.

또 자신이 후계자를 사칭한 기업 소유의 5성급 호텔의 VIP룸 및 펜트하우스에 피해자들을 초청해 '투어'를 시키며 '재벌 3세 코스프레'에 열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극히 일부에게만 발급되는 사용 한도 무제한의 '블랙카드'를 위조하기 위해 일반 신용카드를 튜닝해 명품샵 등에서 사용하기도 했다.

전씨는 사기 행각을 위해 사회적 신분뿐만 아니라 성별까지 바꾸는 치밀함을 보였다. 그는 주민번호 뒷자리가 '1'로 시작하는 남성 주민등록증을 위조해 피해자들에게 보여주고 다녔다고 한다.

남성을 상대로 범행할 때는 '결혼을 원하는 부유한 20대 여성' 행세를 하며 임신과 결혼 명목으로 수억 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이날 전 씨를 '20대 여성'이라고 표현했다.

이밖에도 뉴욕에서 태어나 외국 유명 의과대학을 졸업한 것처럼 학력을 속이고, 어색한 '콩글리쉬'를 써 미국 교포 행세를 하고 미국 유명 전기차 회사의 우주선 개발 프로젝트에 자신의 기술이 들어갔다며 IT 재벌 행세까지 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피해자는 전 씨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ㄸS) 지인이나 '재테크 강의' 수강생, 남현희씨의 펜싱학원 학부모 등으로 90% 이상이 20~30대 사회초년생"이라며 "상대적으로 사회 경험이 부족한 점을 악용해 미래 대비 자금의 거의 전부를 빼앗았다"고 밝혔다.

전 씨는 구속 상태로 1심 재판을 받게 된다. 경찰은 사기방조 등 혐의로 남 씨에 대한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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