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재의요구안 재가…사실상 법안 폐기
노동계, 반발하지만…양대노총 미묘한 입장차

[신소희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노란봉투법'으로 불리는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정부의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사실상 법안이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인데, 향후 노정관계 향방에 이목이 쏠린다.

윤 대통령은 1일 오후 임시국무회의에서 의결된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안을 재가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에 대한 대통령 거부권 행사는 양곡관리법과 간호법에 이어 세 번째다.

통상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된 법률안은 정부에 이송돼 15일 이내에 대통령이 공포하면 효력을 갖는다.

하지만 헌법은 입법부를 견제하기 위한 대통령 권한으로 재의요구권, 즉 '법률안 거부권'을 규정하고 있다. 재의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15일 이내에 국회로 법률안을 돌려보낼 수 있는 것이다.

국회로 반환된 법률안은 다시 표결 절차를 거칠 수 있는데,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요구된다.

대통령 거부권 행사가 사실상 법률안의 '폐기'로 여겨지는 것도 이 때문이다. 노란봉투법에 앞서 거부권이 행사된 양곡관리법은 본회의에서 부결됐고, 간호법은 상정이 보류됐다. 폐기 수순을 밟게 된 것이다.

노동계는 이날 오전 임시국무회의에서 재의요구안이 의결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즉각 반발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일제히 논평을 통해 "노동개악과 노동권 침해로 노동자들의 삶을 파괴하는 정부에 온 힘을 다해 맞설 것"이라고 대정부 투쟁 의지를 밝혔다.

앞서 양대노총은 지난달 태국 방콕에서 열린 국제노총(ITUC) 아시아태평양지부 총회에 참석해 각국 노총 대표 83명으로부터 노란봉투법 지지 서명을 받기도 했다. 뤽 트리앙글래 국제노총 사무총장도 윤 대통령에게 공식 서한을 보내 노란봉투법을 공포해달라고 했다.

다만 양대노총 간 미묘한 입장 차이는 있다.

지난달 28일 임원 선거 투표에서 사상 처음으로 양경수 위원장의 연임이 확정된 민주노총은 대정부 투쟁 노선 강화를 표명한 바 있다. 특히 양 위원장은 당선 소감을 밝히면서 "윤석열 정권 퇴진은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민중의 요구다. 민주노총이 앞장서서 전 민중의 요구를 반드시 실현하겠다"며 "더욱 커지고 강력해지는 민주노총을 만들어가겠다"고 말했다.

민주노총 산하 전국금속노동조합(금속노조)도 거부권 의결 이후 성명을 통해 "민주주의를 거부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내자"며 "민주주의를 부정하고 헌법 정신을 따르지 않는 정권은 필요없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반면 지난달 13일 사회적대화 복귀를 선언한 한국노총은 다소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우선 거부권 행사에 대한 항의 표시로 이날 오후 예정됐던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 부대표자회의에는 불참하기로 했지만, 이것이 곧 사회적대화 거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앞서 김동명 한국노총 위원장도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윤 대통령이 노란봉투법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과 대화 참여는 별개의 문제"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경사노위는 당혹스러워 하면서도 일단은 한국노총의 불참을 존중하겠다고 밝혔다.

경사노위 고위 관계자는 "오늘 같은 날은 사안이 있다보니 (불참한다는 의견을) 존중해주고 싶은 것"이라며 "한국노총과 계속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고, 대정부투쟁과 사회적대화를 투트랙으로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관계 악화 가능성을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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