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의혹의 정점인 송영길 전 대표가 전날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조사받았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전날 송 전 대표를 불러 조사하기 위해 200여 쪽의 질문지를 준비했다. 송 전 대표는 조사 후 혐의를 부인했고 진술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밝혔다. 조사 태도, 혐의를 부인하는 입장, 사건 관계인과 말 맞추기 등 증거인멸 우려 정도, 사안의 중대성 등을 고려해 검찰은 송 전 대표 구속영장 청구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 한다. 법조계에서도 구속 영장 청구 가능성을 높게 내다보기도 한다.

검찰은 경선 캠프 관계자들이 2021년 3~5월 민주당 현역 의원들과 지역본부장 등에게 총 9,400만 원을 돈봉투에 담아 살포하는 과정에 송 전 대표가 깊숙이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송 전 대표는 또 외곽 후원조직 ‘평화와 먹고사는문제연구소’를 통해 2020년 1월∼2021년 8월 기업 등으로부터 총 3억500만 원의 불법 정치자금을 받았는데, 이 중 4,000만 원이 부정한 청탁과 함께 받은 뇌물이라는 게 검찰 판단이다.

한 법조인은 "지금까지 드러난 송 전 대표의 범죄 혐의는 ‘부패 정치인’의 전형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고 했다. 송 전 대표의 혐의의 핵심은 금품 살포, 캠프 자금 부정 의혹이다. 정당 내부에서 발생한 일이지만 공당의 대표를 선출하는 선거에서 발생한 사건의 성격을 감안하면 사안의 중대성이 인정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윤관석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은 금품을 살포에 관여한 혐의로 구속기소되기도 했다. 돈 봉투 살포를 위한 자금 조성에 관여하고, 돈 봉투를 받은 혐의를 받는 이성만 무소속(전 민주당) 의원도 구속영장이 청구된 적이 있다. 이 의원의 영장이 기각됐다. 윤 의원, 박용수 전 보좌관,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상임감사는 돈 봉투 의혹으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은 별건으로 구속 상태다. 하지만 검찰이 송 전 대표의 신분 등을 고려해 다른 불구속 상태인 사건 관계인들과 말 맞추기를 걱정할 수도 있다.

또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먹사연) PC 하드디스크가 압수수색 전 교체된 정황이 있는데, 검찰은 조직적인 증거인멸을 의심하고 있다. 박 전 보좌관은 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진술을 거부하는 것은 해명을 못 하는 것과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이 경우 혐의가 좀 더 인정된다고 검찰이 판단할 수 있다"며 "범죄가 아니라고 소명하지 못 하는 한도 안에서 영장 청구 검토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말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 2일 "검찰이 구속영장을 청구하면 기각시킬 자신이 있고, 만약 불구속 기소를 하면 그때부터는 수사가 종결된다. 12월 안에는 몸이 자유로워질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전날 조사 후에는 "그때(검찰이 영장을 청구하면) 대응하겠다"고 했다.

오늘 한 신문은 사설을 통해 "정당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피의자 처지인데도, 마치 양심수인 양 항변하는 태도에 그가 한때 거대 야당을 이끈 대표가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특히 지난 5월과 6월 자신을 빨리 소환해 달라며 두 차례나 검찰에 출석하려다 돌아가는 쇼를 벌이더니, 막상 소환되자 정치 공세를 펴며 국민을 우롱하는 행태를 보이니 황당할 따름이다."라고 했다.

또 다른 신문은 "송 전 대표는 이날 자신의 혐의를 소명하긴커녕 대통령 부인인 김건희 여사를 걸고넘어졌는데 이 역시 비겁한 행태다. 그는 김 여사에 대한 수사를 촉구하며 "일부 특수부 검찰이 고려 무신정권 사노비처럼 대통령 일가의 비리를 방어하는 경호부대 노릇을 자처하고 있다"고 했다. 자신의 증거인멸 의혹에 대해서도 "검사는 다 하지 않느냐. 그런 검사들이 일반 국민에게 증거인멸했다고 윽박지르는 건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대통령 부인과 검사를 공격해 자신의 허물을 덮으려는 행태다. 5선 의원에 원내 1당 대표까지 지냈다는 사람의 수준이 이 정도라니 참담하다."라고 했다.

송 전 대표는 지난달 9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향해 "이런 건방진 놈이 있나. 어린 놈이 국회에 와서 300명 인생 선배, 검찰 선배를 조롱하고 능멸했다"며 "물병이 있으면 던져 버리고 싶다"고 했다. 그의 막말은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살포 사건 검찰 수사를 비난하면서 나왔다. "무슨 중대한 범죄라고 6개월 동안이나 이 지X을 하고 있는지" "뭐하는 짓이야. 미친 놈들"이라고도 했다. 

검찰청 앞에 나아가 "나를 소환해 조사하라"고 외치더니 정작 검찰이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돈봉투가 살포된 사건과 관련해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한 어제는 묵비권을 행사했다. 그는 "검사 앞에 가서 아무리 억울한 점을 해명해봐야 실효성이 없다"는 이유를 댔는데 앞뒤가 맞지 않는 궤변을 쏟아냈다..

한마디로 이 정도면 '구제 불능'이 아닌가 싶다. 역겨운 그의 독설과 막말, 언제까지 들어야 하나. 오늘이라도 구속영장을 청구하는 것이 답이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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