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다. 앞으로 모두들 노력하면 좋아질 수 있다"

나경원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가 16일 강원 춘천 동면 장학리에서 열린 이민찬 국민의힘 강원 춘천철원화천양구을 예비후보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해 "많은 분들이 '국민의힘 이거 어떻게 되는 것이냐, 비대위원장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공관위원장은 어떻게 되는 것이냐' 하면서 걱정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는 나 전 원내대표의 발언은 윈스턴 처칠 전 영국 수상이 2차대전 시기에 주변에 자주 말한 것으로 알려진 'The Darkest Hour(지금이 가장 어두운 시간)'을 인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나 전 원내대표는 평소 박지향 서울대 서양사학과 명예교수(전 영국사학회장)의 영국사·영국 보수당사 관련 서적을 애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오늘 한 언론은 나 전 원내대표의 이같은 발언은 오히려 희망적 기대를 담고 있다고 해석했다. 실제로 나 전 원내대표는 지금 상황을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고 규정한 직후 "앞으로 모두들 노력하고 움직이면 좋아질 수 있다"고 자신했다는 것이다.

정치권에 따르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의 무게추가 한동훈 법무장관 쪽으로 기울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당무 경험이 풍부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중도층을 흡수할 수 있는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등도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당내에서는 보수진영은 물론 여성과 청년 등 취약 계층까지 소구력을 가진 한 장관의 등판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다.

한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이라는 점에서 당이 요구하는 '수평적' 당정관계 구축도 대통실과 원활한 소통을 기반으로 잡음없이 이끌어낼 수 있다는 주장도 당내에서 힘을 받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소개한 독자적 득표력이 있는 나 전 원내대표도 비대위원장 하마평에 오르는 인물 중 한 명이지만 "(비대위원장 요청이 오는) 그런 일은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특별히 고려할 필요가 없다"고 사양했다. 

그렇다면 나 전의원은 왜 이시점에서 "지금이 우리가 제일 힘든 때"라는 발언을 했을까 

아마도 '한동훈 비대위원장 체제' 수립을 예견했거나 감지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그러면서 이후 자신의 역할과 존재감이 커질 것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대해 오늘 한 신문(데일리안)은 "특히 한 장관은 대중적 인기는 높지만 정당에서 정치를 하는 것은 처음이다. 비대위원장을 맡아 바로 전국단위 선거를 지휘하고 각지의 후보들을 지원해야 하는 것에 부담이 있을 수 있다. 이 때 선거 경험이 많고 당내 '지상전의 1인자'로 꼽히는 나 전 원내대표가 한 장관에게 조언해줄 수 있는 영역이 생길 것"이라 했다.

나경원 전 의원은 지난 14일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로 한 데 대해 "당정관계 재정립 같은 게 전제돼야 비대위 구성이라든지 당 지도체제 확립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나 전 의원은 "김기현 전 대표의 사퇴와 장제원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당의 변화나 혁신의 단초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고, 중진도 희생과 헌신이 필요한 부분이 있겠지만 초선도 희생과 헌신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의 여론은 김기현 전 대표에게 희생을 요구한 중진 의원들을 '자살특공대'라고 비판했던 초선 의원들에게 모아지고 있다. 권력의 홍위병 역할을 자처하면서 이른바 '제2의 나경원 연판장' 사태를 도모한 장본인들로 김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으면서 결과적으로 실패한 반란 세력이 됐기 때문이다. 당 일각에서는 이들을 내년 총선 '물갈이'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오늘 뉴시스 보도에 따르면 현재 여당 내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진행될 인적 쇄신 대상에 초선 의원들도 포함해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다. 의정 활동 성과보다 공천 눈치 보기에 급급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얼마 전 20명 남짓 되는 초선 의원이 '김기현 사퇴론'을 제기한 서병수·하태경 의원을 겨냥해 '자살 특공대', '퇴출 대상자', '엑스맨' 등 강도 높은 발언을 쏟아낸 것이 대표적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들은 국민의힘 의원이 전원이 참여한 텔레그램 단체 대화방에서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글을 올리는 식으로 공세를 펼쳤다고 한다. 사실상 집단행동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최춘식(경기 포천·가평), 김승수(대구 북구을), 태영호(서울 강남갑), 강민국(경남 진주을), 전봉민(부산 수영), 박성민(울산 중구), 윤두현(경북 경산), 양금희(대구 북구갑) 의원 등이 포함된다.

고사성어 중에 무장지졸(無將之卒)이란 말이 있다.  '지휘하는 장수가 없는 군사. 이끌어 갈 지도자가 없는 무리'라는 뜻이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얼마 전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이참에 용산, 지도부 홍위병으로 분수 모르고 설치던 애들도 정리하라"며 "싹수가 노란 애들은 더 큰 재앙이 오기 전에 정리하라. 그런 애들이 당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오늘 '데일리안'은 "당 지도부 공백 상황에서 이미 나 전 원내대표는 각지의 출판기념회와 선거사무소 개소식에 '러브콜'이 한창이라 사실상 지도부급 광폭행보를 펼치고 있다. 이날(어제)도 나 전 원내대표가 개소식 현장에 도착하자 지지자들 사이에서 "나경원 나경원" 연호가 울려퍼지고 악수를 청하는 청중들이 쇄도해, 한동안 내빈석 착석을 못할 정도였다."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동훈 장관은 서울법대 92학번이며 나경원 전 원내대표는 82학번이다. 서울법대 후배가 당을 이끄는 셈이 된다. 79학번 선배인 윤석열 대통령과 관계를 설정해야 했던 지금까지와는 다른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고 했다.

나경원의 '텔레파시'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에게 통했으면 싶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