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올겨울 첫 한파경보에 '꽁꽁'
경로당·편의점 등 한파쉼터 방문기

서울을 비롯한 내륙 대부분 한파특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도심을 구경하고 있다. 2023.12.21.
서울을 비롯한 내륙 대부분 한파특보가 발효된 21일 오전 서울 여의도 63스퀘어 전망대에서 시민들이 도심을 구경하고 있다. 2023.12.21.

[신소희 기자] 서울 아침기온이 영하 15도를 기록하며 체감온도는 영하 22도까지 뚝 떨어졌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어르신들은 경로당 같은 한파쉼터를 찾았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어르신들이 주로 이용하는 노인복지관과 경로당, 주민센터 등을 한파쉼터로 지정해 운영하고 있다. 서울 광진구는 일부 편의점을 한파 쉼터로 개방하고 있다.

"추워도 경로당은 와야지"…북적이는 경로당

지난 21일 오전 뉴시스가 찾은 서울 중구의 명동경로당은 몸을 녹이는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음정순(74)씨는 "추워도 여기 오면 재밌다. 고스톱을 치면서 머리 회전도 하고 보건소 직원들이 운동도 시켜준다"며 "날씨가 추워도 매일 운동하러 오는 분들이 있다"고 말했다.

러닝머신과 사이클이 구비된 경로당 3층 헬스장에는 아침 일찍 방문한 어르신들이 한창 운동을 하고 있었다.

김모(81)씨는 "마스크를 써도 속눈썹이 얼어서 눈물처럼 물이 나오더라. 이런 날씨엔 가능하면 외출을 자제해야 한다"면서도 "척추관협착증이 있는데 매일 경로당에 나와서 운동을 하니까 많이 나아졌다"고 했다.

함용팔(81)씨도 "추워서 두꺼운 내복을 껴입고 털모자, 털신발, 털장갑까지 하고 왔다. 춥지만 매일 운동을 해야 점심 밥맛도 난다"고 했다.

이날 경로당의 점심 메뉴는 김치찌개와 계란말이였다. 최연장자인 이재순(91)씨는 "추우나 더우나 매일 온다. 오는 길은 춥지만 오면 같이 놀고 대화도 하고 문화생활도 할 수 있다"고 웃었다.

같은 한파쉼터지만 주민센터는 상대적으로 한산한 모습이었다. 서울 중구 명동주민센터에는 민원 처리를 기다리는 시민들만 있을 뿐, 추위를 피하러 온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주민센터 관계자는 "한파특보가 내려진 날에만 운영한다. 공휴일에는 경로당은 열지 않지만 주민센터는 문을 연다"며 "여긴 보통 민원인들이 많고 어르신들은 주로 경로당을 이용한다"고 전했다.

편의점도 한파쉼터…"그냥 쉬다 가셔도 된다"

광진구는 관내 편의점 15곳과 협약을 맺고 한파쉼터를 운영 중이다. 공공시설과 다르게 주말과 야간에도 문을 연다. 물건을 구입하지 않아도 누구나 이용할 수 있지만, 보통 하나라도 사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한파쉼터로 지정된 한 편의점의 점주는 "어르신들은 20~30분씩 들어와서 쉬고 가시는데 보통 물건을 사면서 계신다"며 "주변에 학교와 학원이 많아서 학생들이 들어와서 엄마를 기다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근처 다른 편의점 직원도 "추우니까 그냥 와서 앉아 있는 경우도 있지만 민폐라 생각하는지 거의 없는 편이다. 아무 것도 안 사고 앉아 있는 걸 불편해하는 것 같다"며 "한파쉼터를 운영하니까 그냥 있다 가도 상관없다"고 했다.

선화예고에 재학 중인 노예솔(18)양은 "시간이 떠서 애매할 때가 많은데 추위를 피할 수 있는 이런 쉼터가 있으면 좋은 것 같다"고 전했다.

기상청은 지난 20일 오후 9시를 기해 서울과 경기도, 강원도, 충청 일부 지역에 한파경보를 발효했다. 서울과 충청도는 올겨울 첫 한파경보다.

12월 최저기온 극값을 기록하지는 않는 등 평년 수준의 추위이나 이달 초까지 '봄 같은 겨울'이 이어져 시민들의 체감 추위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우진규 기상청 예보 분석관은 "12월 상순까지 날씨가 따뜻하다가 갑자기 보통 겨울철 기온으로 뚝 떨어졌다. 한 달 내에 체감 온도차가 20도가 훌쩍 넘다 보니 추위를 심하게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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