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악범죄에 발빠른 정책…검찰 수사력 회복
미완 정책·정치인과 설전은 비호감 지적도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21.
국민의힘의 비상대책위원장직 제안을 받아들인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1일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에서 열린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2023.12.21.

[김민호 기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지명과 함께 1년7개월 만에 막을 내린 '한동훈 법무부'는 '국민 불안감 해소'를 정책 우선 순위로 삼았다. "할 일을 제대로 하는 검찰을 두려워할 사람은 오직 범죄자뿐"이란 말과 함께 취임한 한 장관은, 실제로 흉악 범죄자를 떨게 하는 정책을 주로 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동시에 한 장관은 재직 내내 더불어민주당의 공세에 맞서며 내뱉은 '말'들로 부정적 평가를 받기도 했다. 정치인들을 향해 "우월한 척" "정치 후지게 만들어" "멍청이" 등 날 선 말을 내뱉어 '비호감 장관'이란 지적이 뒤따르기도 했다.

22일 정치권과 법조계에 따르면 한 장관은 전날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수락, 윤석열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하고 장관직을 내려놨다.

그는 전날 이임사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 삶과 미래를 더 낫게 만들고 싶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실제로 국무위원 시절 '국민의 불안 해소'를 자주 말했다. 지난해 12월31일 구성원에게 발표한 신년사에선 '범죄로부터 안전한 나라'를 중점 추진 과제로 제시하기도 했다.

말은 정책으로 이어졌다. 특히 민생·흉악범죄 척결에 집중했다.

조두순이 출소하자, 고위험 성범죄자의 주거지를 제한하는 일명 '제시카법'을 추진했다. 마약범죄가 기승일 때는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를 꾸려 대대적 단속에 나섰고, 전세사기로 극단선택하는 피해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선 범정부 TF를 꾸려 관련법을 정비했다. 특별단속으로 전세사기범을 대거 구속하기도 했다. 촉법소년 범죄에 대한 불만 여론에는 기준 연령 하향 추진으로 대응했다.

묻지마 흉기난동, 도심 대낮 성폭행 등 일상을 파고드는 흉악범죄에는 "용납할 수 없는 괴물의 경우 영원히 격리할 방법이 필요하다"며 '가석방 없는 무기형' 신설을 추진했다.

정책으로 안전망을 만드는 한편, 검찰 수사력을 동원해 국민 불안 요소 정밀 타격에도 나섰다.

한 장관의 취임 1호 지시는 '증권·금융범죄합동수사단'(합수단) 부활이었다. '여의도 저승사자'라고 불린 합수단은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이 폐지했고,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이 '협력단'으로 다시 출범시켰다.

다시 한 장관이 부활시킨 합수단은 현판을 걸자마자 수만명의 피해자가 속출한 SG증권발 주가조작 의혹, 테라·루나 사건 등 증권·금융 범죄 척결에 나섰다.

한 장관은 검찰 수사권 회복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박 전 장관 재직 시절에 진행된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대응하기 위해, 한 장관은 본인을 청구인으로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 심판도 청구했다. 동시에 시행령을 개정(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해 수사 대상 범죄를 확대했다.

다만 윤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만큼, 한 장관의 움직임들은 정치계 진출을 염두에 둔 행보라는 비판에 꾸준히 부딪혀왔다.

그런 비판에 맞선 한 장관의 '말' 자체가 문제가 되기도 했다. 특유의 화법과 언변은 다시 정치공세를 불렀고, 설전은 비호감 평가로 이어졌다.

가령 한 장관은 황운하 의원에게 "직업적 음모론자"(2022년 11월7일)라고 했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에게는 "운동권 했다고 우월한 척" "정치 후지게 만들어"(2023년 11월11일) 등 발언을 하며 설전했다. 최강욱 전 의원에겐 "이게 민주당이다 멍청아"(2023년 11월24일)라는 발언을 쏟아냈다. 다음 날 서영교 의원에겐 "깨끗한 척하며 국민을 호도한다"고 했다.

정치공세에 대한 대응 차원의 발언이었지만, 직설적이고 수위 높은 말들에 눈살 찌푸린 국민이 적지 않았다.

결국 정치에 입문하게 됨으로써 추진하던 정책을 미완의 상태로 남겨뒀다는 점도 한 장관의 짐이다.

지난해 9월부터 본격 추진된 촉법소년 연령 하향화(소년법 개정안)는 여전히 국회 소위에 계류 중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머물러 있다. 한국형 제시카법도 여전히 국회 논의 단계에 있다.

한 장관이 숙원 사업으로 추진해 오던 출입국이민관리청(이민청) 도입도 이루지 못했다.

국회가 총선 모드에 들어간 점을 고려하면, 정책들의 국회 표류는 더 길어질 전망이다.

다만 한 장관은 전날, '추진하던 사업이 남아있다'는 지적에 "국회에서 더 잘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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