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서울 동대문구 한 주택재건축현장 모습.

[정재원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으로 유동성 위기를 겪고 있는 태영건설이 워크아웃(기업 개선작업)을 신청한 가운데 부동산 PF발(發) 경제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 상황이 개선되지 않으면 부동산 PF 우발채무로 다른 건설사들도 유동성 위기를 겪고, 부도 위기에 몰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실 부동산 PF가 건설업을 넘어 금융업 등 실물 경제로 전이될 가능성도 크다.

부실한 부동산 PF발 건설사 줄도산이 우려가 커지고 있다. 부동산·건설 경기가 위축된 데다, 건설 원자잿값과 공사비 인상 등의 여파로 건설사 추가 부도가 도미노처럼 발생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신용평가(KIS)에 따르면 올해 9월 말 기준 KIS 투자등급을 보유한 국내 건설사 16곳의 PF 보증 규모는 28조3,000억 원으로, 2020년(16조1,000억 원)보다 75% 급증했다. 건설사의 PF 보증 규모는 글로벌 금융위기 시기였던 2009년 25조 원으로 정점을 찍은 뒤 하락세를 이어오다, 2020년 이후 주택시장 호황기에 급등했다.

올해 총 19곳의 건설업체가 부도나면서 3년 만에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토교통부 건설산업지식정보(KISCON)에 따르면 올해 들어 12월까지 부도 건설업체(금융결제원이 공시하는 당좌거래 정지 건설업체)는 총 19곳으로, 2020년(24곳) 이후 가장 많은 수준으로 집계됐다.

면허별로 종합건설업체 8곳, 전문건설업체 11곳 등이다. 사업 규모가 전문건설업체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종합건설업체는 부도난 회사(1~12월)가 2019년(12곳) 이후 가장 많았고, 전문건설업체는 2021년과 같은 수준이다.

건설업계의 줄도산 위기가 고조되면서 자금을 빌려준 금융권의 불안감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제1금융권보다 저축은행과 캐피털, 증권사처럼 제2금융권의 위기의식이 더 크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9월 말 기준 전체 금융권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134조3,000억 원, 연체율은 2.42%였다. 이 중 은행과 보험의 대출잔액이 각각 44조2,000억 원, 43조3,000억 원으로 전체의 65%를 차지했다. 연체율은 각각 0%와 1.11%로 낮은 편이었다.

제2금융권은 심각한 상황이다. 증권의 대출잔액은 6조3,000억 원 정도지만, 연체율이 무려 13.85%에 달한다. 또 9조8,000억 원의 대출잔액을 기록한 저축은행도 연체율이 5.56%에 이른다. 카드·캐피털과 같은 여신전문은 대출잔액 26조 원, 연체율 4.44%를 기록했다.

문제는 실제 착공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빌린 '브리지론' 상태인 사업장들이 적지 않다. 브릿지론은 건설사가 공사를 계약한 뒤 공사대금을 수령할 때까지 필요한 자금을 금융회사로부터 대출받는 것이다. 한국금융연구원의 자료에 따르면 전체 PF 대출에서 차지하는 브리지론 비중은 저축은행이 58%로 가장 많았고, 캐피털사가 39%, 증권사가 33%였다. 공사가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사업성이 낮아지면서 부실 대출로 이어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김태준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고금리 기조가 계속되고 있고 건설 원가 역시 높은 상태로 올해 건설업의 부실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며 "건설 경기의 반등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내년 이후 건설업체의 전반적인 부실은 본격화할 것이므로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은 "이미 상당히 진행된 공사들이 중단되지 않도록 건설업계의 유동성 공급을 현실화하고 부실기업들에 대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해야 한다"며 "정상적으로 영업하고 있는 전문·중소 건설업체들의 연쇄 부도 및 흑자도산이 발생하지 않도록 공정한 생태계 관리체계를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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