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M·바이두 임원진
 톱스타 한명은 '움직이는 중소기업'이다. 이런 톱스타를 여럿 보유한SM·YG·JYP엔터테인먼트 등 '잘나가는' 연예기획사는 따라서 대기업 그룹이나 다름없다.

그런데 본래 연예계라는 생태계는 들쭉날쭉하다. 연예인들의 부침에 따라 주가가 날뛴다. 이미 코스닥에 등록한 SM·YG·JYP는 이 때문에 안정적인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사업을 찾아왔다. 회사 운영에서 예측불가능한 위험 요소를 최소화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안정적 수익은 콘텐츠 생산을 위한 투자에도 도움이 된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엑소' 등 한류그룹을 대거 보유한 SM엔터테인먼트는 특히 IT에 눈을 돌리고 있다.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사이트인 구글 플레이에 출시한 게임 '슈퍼스타 SM타운'이 보기가 될 수 있다. SM 소속 가수들의 음원을 활용한 리듬 게임이다. 구글 플레이에서 매출 순위 상위권을 기록 중이다.

국내 모바일 메신저인 '카카오톡'과 '라인', 중국 모마일 메신저인 '큐큐(QQ)'에서 일종의 이모티콘인 '스티커' 매출도 발생하고 있다. SM 소속 가수들을 모델로 내세웠다.

앞서 지난 5월에는 중국 최대 IT기업인 바이두그룹과 업무제휴를 위한 MOU를 체결했다. SM이 보유한 음원과 뮤직비디오 등의 중국 내 온라인 서비스 유통, SM 소속 아티스트와 K팝 온라인 커뮤니티 공동 운영, 신규 방송프로그램 제작 등의 영역에서 공동 비즈니스를 운영하기 위해서다.

지난달에는 홍콩의 미디어 아시아 그룹과 한·중 합작사업을 위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 중국 아티스트에 대한 독점 에이전시 계약 체결 및 중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영화, 드라마, TV프로그램 제작을 위한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콘텐츠 투자펀드인 드래건 타이거 캐피털 파트너스(DTCP) 설립을 위한 계약이다. 타이완의 금융·통신미디어 그룹인 푸방이 공동 스폰서로 참여한다.

월드스타 싸이와 한류그룹 '빅뱅' 등을 내세우는 YG는 SM과 달리 '현물' 위주의 사업을 벌이는 점이 눈길을 끈다.

지난달 세계적인 패션브랜드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으로부터 총 8000만 달러(약 82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 YG는 특히 패션과 화장품 등 소비재 사업에 뛰어들어 실물경제 장악에 나섰다.

제일모직과 손잡고 공동 설립한 '네추럴나인'을 통해 지난달 영 캐주얼 브랜드 '노나곤(NONAGON)'을 론칭했다. 이와 함께 지난 2일에는 화장품 브랜드로 '문샷(moonshot)'을 선보였다. 앞서 YG는 지난해 중국 거대 화장품 회사인 광둥환야그룹과 화장품 합작법인을 설립했다. YG는 이 브랜드의 홍보를 맡고, YG가 투자한 회사 코스온이 화장품을 제조한다. 광둥환야그룹을 통해 중국 내 유통도 본격화한다.

YG는 또 지난해 중국 최대 동영상 사이트인 여우쿠와 업무 제휴 협약을 맺는 등 IT에도 신경을 쓰고 있다.

JYP 역시 IT와 오프라인 사업 등을 병행 중이다. 올해 상반기 중국 최대 포털사이트인 바이두와 음원 계약을 체결했다. 자회사인 JYP 픽쳐스를 통해 중국 최대 연예제작사인 중국동방연예그룹과 손잡고 공동으로 영화도 제작하고 있다. 이 회사 소속 그룹 '미쓰에이'는 중국의 최대 게임회사 스마일게이트와 캐릭터 이용권을 계약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2PM 멤버 택연이 그린 고양이 캐릭터 '옥캣(OKCAT)'의 상표권을 출원, MD상품도 출시했다. 2PM의 또 다른 멤버 준케이의 팔찌 '노러브(NO LOVE)'도 선보였다.

이밖에 밴드 '씨엔블루' 'FT아일랜드'와 그룹 'AOA'를 매니지먼트하는 FNC엔터테인먼트는 계열사 FNC 아카데미를 통해 학원 사업을 벌이고 있다. 최근에는 FNC 글로벌 센터를 열어 외국인 수강생도 받고 있다. 배용준, 김수현 등의 한류스타들이 소속된 키이스트 역시 중국의 온라인서비스 사업자인 소후닷컴을 2대주주로 영입, 현지 내 사업을 준비 중이다.

연예기획사들의 사업 다각화는 아이돌 한류시장이 포화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필연적인 선택이다. 연예인들은 사건사고에 빈번하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최근 잇따라 터진 연예계 대형 사고에 해당 회사의 주가는 출렁였다. 연예인들게만 의존하기에는 불안요소가 너무 크다.

SM의 엑소, YG의 위너 같은 신인 발굴이 '대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팀 하나를 선보이기 위해서는 수십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이들이 거물로 성장하기까지 지속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실탄이 확보돼야 한다. 게다가 이들이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다. 그래도 신인그룹을 잇따라 선보여야 하는 대형 기획사들이 안정적 수익원에 목말라 하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기획사가 수익을 위해 기업화하는 과정에서 사업 다각화는 따라올 수밖에 없는 현상이다"라면서 "다만 최근의 일반 기업 흐름처럼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따를 것이다. 결국 자본력이 있는 대형 기획사만 살아남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짚었다.

주목할 점은 대형 기획사들의 사업 다각화가 중화권에 집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일본에 이어 한류의 차세대 열풍 진원지로 손꼽히고 있다.

중화권과 교류를 준비 중인 연예업계 관계자는 "중국 내 콘텐츠 소비 시장이 폭발기"라면서 "그에 반해 현지에서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수준은 미약하다. 젊은이들에게 이미 익숙한 한국의 문화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려는 흐름과 또 다른 시장을 개척하기 위한 한국 연예기획사들의 의지가 맞물리면서 현재와 같은 '중국 러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짚었다.

IT 측에 집중된 점에 대해서는 "그럼에도 중국 내 문화 개방은 자국의 문화 보호를 위해 아직까지 보수적이 편이다. 반면 온라인 시장은 비교적 규제가 덜하다"면서 "현재의 상황에서 한국 연예 기획사와 현지 IT 기업이 눈을 돌리기에 알맞다. 온라인은 파급력도 큰 만큼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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