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응급상황 아니고 최종치료 가능한데 전원"
서울대 "경험많은 혈관외과 의사 집도 꼭 필요했어"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괴한으로부터 흉기 피습을 당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수술을 마치고 회복 중인 3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응급의료센터 앞에 경찰이 배치되어 있다.

[김민호 기자] 흉기 테러로 목에 자상을 입고 쓰러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사고 직후 부산대병원에서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의료계 내부에서 "응급상황이 아니여서 전원이 굳이 필요 없었고 최종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전원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서울대병원 측은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고 일축했다.

5일 의료계 등에 따르면 서울대병원과 더불어민주당은 이 대표가 위중한 상태였고 두 병원 의료진 간 협의를 거쳐 이송을 결정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 대표는 지난 2일 오전 부산 가덕도 신공항 예정지에서 피습을 당해 왼쪽 목 부위에 1.4㎝의 자상을 입었다. 오전 11시15분께 부산대병원으로 옮겨져 응급처치와 검사를 받았고, 오후 1시께 소방헬기를 통해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다.

수술을 집도한 민승기 서울대병원 이식혈관외과 교수는 이날 브리핑에서 "목 부위는 중요한 혈관, 신경, 기도, 식도 등이 밀집돼 있는 곳이라서 겉에 보이는 상처의 크기가 중요하지 않고, 얼마나 깊이, 어느 부위가 찔렸는지가 중요하다"면서 "목정맥이나 목동맥의 혈관재건술의 난이도도 높아 수술의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웠고, 경험 많은 혈관외과 의사의 집도가 꼭 필요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장과 서울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당직교수·중증외상센터 교수가 이 대표의 이송을 결정했다는 게 서울대병원 측 입장이다.

민주당 총선 영입 5호 인재인 강청희 전 대한의사협회 부회장(흉부외과 전문의)은 지난 3일 서울대병원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 대표는 초기에 매우 위중한 상태였고 천운이 목숨을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라면서 “내경정맥(속목정맥) 둘레 60%가 손상된 심각한 부상으로 회복되고 있으나 당분간 절대적 안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소방청과 부산소방본부는 의료기관의 전원 요청을 받으면 소방 헬기를 출동시킬 수 있다는 규정이 있어 문제가 없다고 보고 있다.

“지역의료 살린다던 민주당 정책과 딴판”

하지만 의료계 내부에서는 부산대병원이 가동할 인력과 시설이 충분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측과 가족이 전원을 원한다는 이유로 이 대표가 소방헬기를 타고 서울대병원까지 옮겨진 것은 특혜 아니냐는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5일 조선일보 따르면 전낳 부산시 의사회가 부산에서 피습당한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서울대병원 헬기 이송에 대해 “민주당의 위선적 태도” “특권 의식” “안하무인”이라고 비판한 것은 ‘지역 의료 불신과 붕괴’에 대한 위기감 때문으로 풀이된다. 부산대병원은 이 대표 수술을 준비했지만, 이 대표 가족과 민주당 측 요청으로 서울대병원 전원이 결정됐다.

부산시 의사회는 이날 “전국 최고 수준의 응급외상센터(부산대병원)에서 모든 수술 준비가 다 되었음에도 병간호를 핑계로 몇 시간을 허비해 가며 수도권 상급 종합병원(서울대병원)으로 이송했다”고 했다. 이어 “이 대표는 심각한 응급 상황이 아니었음에도 119 헬기를 전용했다”며 “대한민국에서 그 누가 자신이 원한다고 지역 119 헬기를 타고 자신들이 원하는 상급 종합병원으로 갈 수 있다는 말인가”라고 했다. 의사회는 “숨겨둔 선민의식이 배어져 나온 국민 기만 행위이며, 내로남불의 전형”이라고도 했다.

특히 부산시 의사회는 민주당과 이 대표가 지방 의료 붕괴 해결책으로 일정 기간 지방 근무를 강제하는 ‘지역 의사제’와 지역 의사 양성을 위한 ‘공공의대 설립’을 추진한 것을 “위선적 태도”라고 했다. 실제 민주당은 작년 10월 ‘공공·지역 의료 TF(태스크포스)’를 만들었으며 국회 보건복지위에서 여당 반대에도 관련 법안 2개를 단독으로 처리했다. 지역 의료를 살리기 위해 부산대병원 같은 지역 거점 병원을 지원한다는 취지의 법안을 밀어붙인 것이다. 의사회는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의 ‘잘하는 곳(서울대병원)’ 발언을 거론하며 “의료기관을 서열화하고 지방과 수도권을 갈라치기 했다”며 “이러고도 민주당이 지방 의료 붕괴와 필수 의료 부족을 논할 자격이 있는가”라고 했다. ‘의료 내로남불’이라는 것이다. 이동욱 경기도의사회 비상대책위원장도 3일 서울 용산구 집회에서 “국민들에겐 지역 의사제 하자며 지역 병원에서 치료받으라고 하더니 자기는 굳이 헬기를 타고 서울대학병원에 갔다”고 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은 "전국에 있는 권역외상센터 15곳 중 제대로 운영되는 곳은 아주대병원과 부산대병원 뿐"이라면서 "부산대병원의 경우 응급실만 2개이고 응급실과 분리된 공간에 외상센터가 있고, (이 대표의)CT를 봐야 정확하겠지만 목 부위(내경정맥) 자상을 수술하지 못할 정도로 역량이 떨어지는 것도 결코 아니다"고 말했다.

전원은 작은 병원에서 최종 치료 가능한 큰 병원으로의 환자 이송을 말한다. 헬기는 대개 생명이 경각에 달린 중증외상 환자가 대량의 출혈을 막아 1차 수술을 받을 수 있도록 권역외상센터로 긴급 이송될 때 사용된다. 부산대병원 권역외상센터는 보건복지부 ‘권역외상센터 평가’에서 4년 연속 최고 등급을 받았다.

이형민 대한응급의학의사회 회장은 "부산대병원에서 최종 치료가 가능함에도 불구하고 서울대병원으로 옮겨진 것을 두고 SNS 등에서 상당히 회자가 많이 되고 있다"면서 “서울대병원은 다른 '빅5' 병원과 마찬가지로 병원 내에서 수술 후 진료 받던 환자가 악화돼도 입원하기 힘든 곳인 만큼 응급 상황이라면 부산대병원에서 수술을 받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일반인이라면 119를 통해 소방헬기로 서울대병원 전원이 가능했겠냐"는 목소리도 있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전 회장인 여한솔 속초의료원 응급의학과 과장은 지난 2일 페이스북에 “(이재명 대표가) 수술을 잘 받고 무사히 치유가 된 것 같아 다행이지만 일반인도 ‘서울대병원 가자’ 하면 119에서 헬기 태워 주냐"며 문제 제기를 했다.

조석주 부산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수술한 집도의는 외상외과 소속이 아닌 혈관외과 소속으로 외상환자 진료를 위해 항상 대기하는 의사가 아니다"면서 "부산대병원은 가지 말라고 막았어야 하고, 서울대병원은 오지 말라고 막았어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환자가 전원 여부와 전원 갈 병원이나 의료진을 선택,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영국 등 선진국처럼 환자를 이미 진료해 제반 상황을 잘 아는 의사가 환자가 옮겨 갈 병원과 의료진 선정과 교섭에 깊숙히 관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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