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식용 금지 특별법' 국회 본회의 통과
"업종 변경도 모르겠고, 심란하고 막막"
"힘센 사람들, 힘없는 백성들 깔아뭉개"
시민들 의견 분분 "자연 소멸" "잘됐다"

신진시장
신진시장

[신소희 기자] "한평생을 보신탕 가게를 하며 살아왔는데 이렇게 법으로 판매를 금지하면 어떻게 하나. 나이까지 들었는데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른다. 못하게 하면 굶어 죽는 거지 뭐 어떻게 하겠나."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종로5가 신진시장에서 뉴시스가 만난 보신탕 가게 주인 이덕성씨는 '이제 개고기는 판매 안 하냐'라는 질문에 분을 내며 이같이 답했다. 이 씨는 신진시장에서 40년째 보신탕과 개고기 수육을 판매해 왔다고 한다.

이날 오전 11시30분께 이 씨 가게 주방엔 개고기 수육이 두툼하게 썰린 채 놓여 있었다. 점심시간대 활발하게 손님을 받아야 할 주인 이 씨는 근심 가득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 있었다.

점심을 먹기 위해 시장을 찾은 시민들은 이씨 가게 앞을 지나가며 안쪽을 슬쩍 보기도 했고, 지나가는 말로 "개고기 식용 금지됐던데 안타깝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이씨 가게를 지나친 시민들은 추운 날씨에 삼계탕 가게나 국밥 가게에 들어갔다.

전날(9일) 식용을 목적으로 개를 사육·증식하거나 도살하는 행위, 개를 사용해 조리·가공한 식품을 유통·판매하는 경우 최대 징역 3년으로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 식용 금지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다만 사육·도살·유통 등의 금지를 위반할 시 벌칙 조항은 법안 공포 후 3년이 지난 날부터 시행되도록 해 처벌에 유예기간을 뒀다. 법안에는 폐업·전업을 하는 업체가 안정적으로 경제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저리 융자 지원 등 합리적 범위 안에서 지원하도록 하는 내용도 포함됐다.

이에 대해 이씨는 "한평생 보신탕 가게로 벌어 먹고살아 온 우리 의견은 제대로 듣지도 않고 일부 의견만 수용해 법안을 통과시키면 우리는 어떻게 하라는 거냐"라며 "힘센 사람들이 힘없는 백성을 깔아뭉개도 되는 거냐"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은 업종 변경이니 뭐니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굶어 죽어도 이 일을 하다 죽을 거다"라고 말했다.

이씨와 함께 보신탕 가게에서 일하고 있다는 박창종 씨도 "처음에는 도살 방법이 잔인하고 비위생적이라는 부분에 대해 지적하다가 그 내용은 변두리로 빠지고 개 식용을 금지한다고 하면 우리 같은 가게만 죽어 나가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박 씨는 특히 특별법에 담긴 업종 전환 시 저리 융자 지원안에 대해선 "결국 빚이 생기는 것이고, 업종을 변경하라고 말해도 새로운 일에 적응하는 데 더 많은 시간과 더 큰 비용이 드는 건데 그에 대해선 제대로 지원을 안 해주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가게 안에서 보신탕을 먹고 있던 손님들도 "막무가내로 개고기 먹지 말라고 하는 법까지 만드는 건 너무 하지" "시대 흐름과 배치된다면 알아서 사라질 텐데 뭔 법제화까지"라고 호응하며 혀를 끌끌 차기도 했다.

신진시장 개고기
신진시장 개고기

이 씨 가게 맞은 편에서 보신탕 가게를 운영하는 A(72)씨도 "업종 변경도 잘 모르겠고, 지금 너무 심란하고 막막하기만 하다"며 "'이제부터 뭐 해 먹고 살아야 되나'라는 생각만 들고 또 나이가 너무 많아서 다른 걸 판매한다고 치더라도 그게 잘 될지 안 될지도 걱정"이라며 한숨을 쉬었다.

그는 "우리 조상 대대로 먹어오던 전통 음식인데 개고기를 못 먹게 한다고 막아지는 게 아니다. 어디서 먹어도 먹을 거다"라며 "식용을 허용하면 시대 분위기 따라 저절로 업종이 소멸할 수도 있고 하는 건데 이걸 법으로 막는 게 과연 옳은 일인가 싶다. 결국 이걸로 벌어먹고 온 사람들은 죽으라는 거지"라고 말했다.

이 골목에는 보신탕 가게를 운영하다 몇 년 전 업종을 변경하거나 폐업한 곳도 상당수였다.

5년 전까지 보신탕 가게를 하다 지금은 삼계탕으로 업종을 변경했다는 박모(69)씨는 "개고기 관련 규제가 계속되니 살아남기 힘들어 결국 닭요리로 변경했다"라며 "보신탕 가게를 하던 사람들이 가게를 내놓고 떠난 사람도 있다"고 전했다.

신진시장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렸다.

서울 용산구에 사는 최신명(81)씨는 "어렸을 때부터 개고기를 즐겨 온 우리 노년층 입장은 듣지 않고 일부 사람들의 의견만 수용한 게 문제"라며 "먹는 것조차 법으로 막는 건 옳지 않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에 사는 60대 전모씨도 "개고기를 먹기 싫다고 하면 알아서 시장 논리에 따라서 사라질 텐데 이걸 법으로 정할 일인가 싶다"라고 전했다.

반면 반려견을 키우고 있다는 대학생 김소현(25) 씨는 "우리나라에서 반려견 키우는 문화가 커져가고 있는데 개는 식용 대상이 아니라 우리 친구라는 인식이 더 강하게 자리 잡혔으면 좋겠어서, 법제화가 좋은 시작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기준 개고기 판매점은 1,666곳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식용 개 농장은 1,156개, 도축된 개 38만8,000마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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