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01.09.
이준석 전 국민의힘 당 대표와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양향자 한국의희망 대표 출판기념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4.01.09.

[김민호 기자]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이낙연 전 대표와 국민의힘에서 탈당한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 비명(비이재명계)계 탈당 그룹인 ‘원칙과 상식’의 김종민 의원이 14일 회동한다. 제3지대 핵심 인사들로 파악되는 이들은 이날 오전 여의도 한 커피 전문점에서 티타임 형식으로 회동한다고 연합뉴스가 보도했다.

14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신당 당명을 '새로운미래'(가칭)으로 정하고, 오는 16일 창당발기인대회를 열 예정이다. 이 위원장이 주도하는 개혁신당은 오는 20일 창당대회를 목표로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티타임 후 김 의원을 비롯해 이원욱, 조응천 의원 등 비명계 3인방은 창당발기인대회를 연다. 앞서 이들은 설 연휴께 제3지대 세력들이 뭉친 '미래대연합'을 창당하겠다는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기도 했다.

제3지대 빅텐트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앞으로 총선 시계는 더욱 긴박하게 돌아갈 것으로 예상된다. 만약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이 구심점 역할을 해낼 경우 중도 표심을 흔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낙준연대' 득실...전문가들 "중도 표심에 영향, 파괴력은 글쎄"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준석 개혁신당(가칭) 정강정책위원장의 이른바 '낙준연대'가 총선 변수로 떠오르면서 여야의 셈법도 복잡해졌다. 정치·여론 전문가들은 중도 무당층 표심에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 보면서도 파괴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보였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중도층 표심 공략은 그야말로 하기 나름이다. 창당 이후 비전이나 정책 면에서 차별화를 두고 공천에서 어떤 참신한 인재를 내세우느냐가 중요한 변수"라며 "기성정당과의 차별화에 성공한다면 지금보다 지지율은 더 올라갈 것"이라고 말했다. 원내교섭단체(20석 이상) 구성 가능성에 대해서는 "현재 지형으로 볼 때 가능하다"며 "양당 핵심 지지층이 똘똘 뭉쳐있는 상태에서 중도 내지 부동층이 상당히 존재한다"고 진단했다.

이들의 연대가 여야 지지층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호소력은 이 위원장 쪽이 더 강하다"며 "이 전 대표 탈당으로 정권심판론을 분열시키고 있는데, 민주당 지지자들이 이쪽에 힘을 실어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말했다. 이어 "20·30세대 젊은 남성은 국민의힘 또는 윤석열 정부에 대한 충성도가 높지 않다"며 "이 위원장을 보면서 윤석열 정부를 자신들이 만들었는데 결국 이렇게 내쳐지는구나, 토사구팽이구나 이렇게 생각하지 않겠나. 미미하지만 우회적으로 윤석열 정부를 심판하는 데 일조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대로 이 위원장의 지지층인 20·30세대 남성 유권자의 표가 국민의힘으로 돌아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양측이 합치게 되면 야당으로 스탠스가 바뀌는 것으로 봐야 한다. 민주당이 더 타격을 받을 것"이라며 "진보 성향이 더 강화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엄 소장은 "이 위원장의 최대 강점은 20·30세대 남성에서 지지율이 꽤 나온다는 것인데 반윤석열, 반국민의힘 행보를 하면서 이 지지율을 많이 까먹었다"며 "(낙준연대가 현실화될 경우) 2030의 이탈이 계속 이루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낙준연대는 지역 민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박 평론가는 "윤석열 대통령의 지지율이 수도권에서 좋지 않다"며 "결과적으로 이 전 대표의 신당을 지지하면 윤석열 정부는 도와주는 것이고, 그런 상황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라도 민주당이 싫어도 정권심판론에 힘을 보탤 수밖에 없는 것이 정치의 현실"이라고 말했다.

엄 소장은 "이낙연 신당이 호남을 기반으로 하면 일정하게 3~5% 정도의 지지율이 나올 것이고, 이는 이준석 신당도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이들이 합치면 지역과 세대에 미치는 근거 자체가 희박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양측의 결합이 시너지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도 존재한다.

박 평론가는 "연대는 하겠지만 통합은 불가능하다고 본다"며 "두 정당이 가야 할 방향과, 태생과, 집단의 성향이 다르고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캐릭터도 전혀 반대다. 이들이 한자리에 모여 선거 대책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국민에게는 넌센스"라고 지적했다.

엄 소장은 "현실적으로 파괴력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 이낙연 신당은 '비이재명 호남 신당'으로 볼 수 있고, 이준석 신당은 '비윤석열 영남 보수 신당'으로 볼 수 있는데 정체성이 너무 안 맞는다"며 "당의 비전과 가치, 철학을 정체성이라고 한다면 이를 확실하게 드러내지 않을 경우 중도 무당층이 그 당을 선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평가했다.

이 전 대표와 이 위원장의 연대는 서로에게 득이 될 것이 없기 때문에 따로 가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국민들이 인식하기에 기존 정당에서 활동하는데 여러 문제가 발생했고, 정치적 이유와 목적이 있어 당을 나와 신당을 만들었다고 판단한다"며 "그 자체가 중도층에 신선함을 주거나 새로운 정치를 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주지는 못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두 사람이 같이하면 시너지가 안 날 것이고 마이너스"라며 "이 위원장이 젊은 층에 정책적으로 어필할 수 있는 기회는 아직 남아있는데, 이 전 대표가 들어오는 순간 그게 희석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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