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연동형이냐, 병립형이냐"…여야-군소정당 유불리 갈려
여, 병립형 회귀 공식화…"이해 쉽고 책임 있는 경쟁 가능"
민주, 준연동형 유지할 듯…범야권 비례연합정당 긍정 검토
제3지대 신당, 병립형·비례연합정당에 반발…"개혁 무력화"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일인 11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2층 보타닉홀에 차려진 가양제1동8투표소에서 강서구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10·11 서울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투표일인 11일 서울 강서구 서울식물원 2층 보타닉홀에 차려진 가양제1동8투표소에서 강서구민이 투표를 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거대 양당을 포함해 군소 정당들까지 선거제도 개편안의 핵심인 비례대표 선출 방식에 사활을 걸고 있지만 선거제 개편 논의는 제자리 걸음을 반복하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여야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4월 총선에 적용될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논의를 이어가고 있지만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선거제 개편안을 놓고 의견이 크게 엇갈리는 부분은 비례대표제다. 

비례대표제란 정당의 총득표 수에 비례해 당선자 수를 결정하는 선거제도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국회의원 300명을 253명의 지역구 의원과 47명의 비례대표 의원으로 나뉜다.

이중 ‘병립형 비례대표제’는 비례의석을 지역구 의석 수와 상관 없이 정당 득표율만큼 단순 배분하는 방식이다. 지역구와 비례대표 투표 결과 간 영향이 없기 때문에 ‘병립형’이라고 란다. 유권자는 자신이 속한 지역구에 출마한 후보자 중에서 지지하는 후보에게 1표, 비례 의원을 뽑기 위한 정당별 투표에서 1표를 행사한다. 예를 들어, 정당 득표율이 10%면, 현재 비례의석 47석 중 10%인 4.7석(반올림 5석)을 가져가는 방식이다. 지난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까지의 선거제가 병립형 비례대표제이다.

현행 준연동형은 지역구에서 정당이 받은 득표율에 비례해 의석을 산출한 후 그 만큼 의석을 채우지 못했을 때 비례대표에서 모자란 의석의 절반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거대 양당으로 의석수가 편중되는 현상을 막고 소수정당의 원내 입성을 도울 수 있다는 취지에서 채택됐지만 위성정당 난립이라는 부작용을 낳았다.

지난 21대 총선에서 여야도 각각 위성정당을 만들어 선거에 임했다.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미래한국당'을,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만들어 비례대표 후보들을 세웠다. 민주당은 시민사회와 진보세력을 아우른다는 명분으로 원외 정당 인사를 일부 포함했지만 결국 '꼼수' 위성정당이라는 비판을 피하지 못했다.

이에 여당은 위성정당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1대 총선 이전까지 적용됐던 병립형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이다. 병립형은 지역구 결과에 상관없이 비례대표 정당 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방식이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15일 민주당에 비례대표제 관련 입장을 표명을 요구하면서 병립형 회귀 방침을 공식화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오는 4월 총선에 적용할 선거제와 관련해 “아직도 비례대표 문제에서 소위 말하는 ‘룰 미팅’(규칙을 정하는 회의)이 안 되고 있다. 도대체 민주당 입장이 뭔가”라고 말했다. 일찌감치 ‘병립형 회귀’로 당론을 정한 국민의힘과 달리, 소속 의원들의 엇갈리는 의견과 시민사회 등의 압박 속에 갈피를 잡지 못하는 더불어민주당을 정면으로 겨눈 것이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전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 당은 병립형 비례대표제의 복원을 주장한다"며 "그 선출방식이 국민께서 이해하기 쉽고 정당이 내세운 정책과 공약을 바탕으로 책임 있는 경쟁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은 아직 비례대표제에 대한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내부에서 준연동형과 병립형을 두고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고 있어 지도부도 고심 중인 상황이다.

이재명 대표가 지난해 11월 라이브 방송에서 "멋지게 지면 무슨 소용이냐"는 발언을 하면서 병립형 회귀가 기정사실화 되기도 했지만 최근 시민사회와 군소 정당들의 반발에 준연동형 유지를 검토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의 기류 변화는 군소 정당들이 제안한 비례연합정당에 대한 반응에서 엿볼 수 있다.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열린민주당이 모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는 민주당을 포함한 진보 진영에 비례연합정당을 제안했는데 검토해 볼 수 있다는 입장을 보였다.

용혜인 개혁연합신당 추진협의체 공동대표는 지난 15일 기자회견을 통해 "민주진보 진영의 승리는 연합 정치의 승리였고, 담대한 연합은 곧 커다란 승리로 이어졌다"며 "윤석열 정권의 퇴행에 맞서 22대 총선에서 구체적 개혁 과제를 국민께 약속하는 ‘반윤 개혁 최대연합’을 이뤄내야 한다"고 말했다.

비례연합정당은 민주당을 비롯한 범야권이 연합해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는 정당을 말한다. 민주당은 지역구에 집중하는 대신, 비례대표는 범야권 단일 후보로 내세워 '윤석열 정권 심판' 여론을 모으자는 취지다.

이에 대해 홍익표 원내대표는 지난 15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위성정당 제도를 방지할 수 없을 때 불가피한 선택지 중 하나이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저희가 받는다는 게 아니라 논의를 해볼만한 상황이라는 것"이라고 했다.

우원식 전 원내대표도 입장문을 통해 “최대 격전지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일대일 구도를 만들 연합정치가 필요하다”며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지지했다.

정의당도 비례연합정당에 조건부 합류 가능성을 시사하면서, 준연동형 비례제가 유지될 경우 민주당과 연대할 수 있다고 했다.

김준우 정의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전날 라디오에서 "준연동형 유지는 당연히 어떤 연대·연합의 필요조건"이라며 "당 차원에서 어떤 제안이 들어온다면 충분히 검토해볼 것"이라고 했다.

제3지대 신당은 여당의 병립형 회귀 방침, 야당의 비례연합정당 제안을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지역구 당선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준연동형이 유지되면 비례대표에서 의석을 얻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박원석 미래대연합(가칭) 수석대변인은 전날 확대운영위 후 기자들과 만나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양당 기득권 정치를 가장 완강하게 유지시키는 기제가 현행 소선거구제, 단순다수비례제였다고 생각한다"며 "4년 전에 선거제 개혁을 해서 연동형 비례제가 됐는데 위성정당으로 개혁 취지가 무력화됐다"고 말했다.

박 수석대변인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민주당에 선거제 어떻게 할 거냐고 공세적으로 물으면서, 국민들이 이해할 수 있는 단순한 선거제로, 병립형 선거제로 돌아가야 한다는 입장을 다시 반복했다"며 "그건 정치개혁이 아니고 퇴행"이라고 했다.

그는 민주당이 비례연합정당을 만들 것이란 전망에 대해 "결국, 어떻게 만들어져도 위성정당"이라며 "대체 민주당 입장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저작권자 © 시사플러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