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심일보 대기자/편집국장

21일 오후 이관섭 대통령 비서실장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퇴 요구를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한 위원장은 이 같은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자 ‘대통령실 사퇴 요구 보도에 대한 입장’을 통해 "국민 보고 나선 길, 할 일 하겠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4·10 국회의원 총선거를 80여 일 앞둔 시점에 여당의 총선 과정을 총지휘할 사령탑과 대통령실 및 친윤(친윤석열 대통령)그룹이 공개적으로 파열음을 낸 것이다. 국민의힘을 지지했던 사람들 입장에선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이른바 ‘김건희 여사 명품가방 수수 의혹’ 대응 등을 놓고 한 위원장이 대통령실과 온도차를 보인 게 사퇴 요구의 주요 원인이라는 얘기다.

해당 보도에 대해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주말 밤에 이건 또 무슨 막장 드라마인가"라며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부하 한동훈을 내려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고 직격했다. 이어 그는 "도대체 뭐 때문에 이런 추악한 싸움을 하냐"면서 "검사들이 한다는 정치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는가"라고 비판 수위를 높혔다.

그러면서 "보수당은 물론이고 국정을 어지럽히는 이 작태를 당장 그만둬야 한다. 국민을 조금이라도 두려워 한다면 추악한 권력투쟁을 멈추고, 모두 정신 차리고 무엇이 옳은 길인지 생각해보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앞서 용산은 2022년 9월에 있었던 김건희 여사에 대한 몰래 카메라 촬영은 단순한 함정 취재가 아니라 정치 공작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문제의 목사가 김 여사 부친과의 친분을 내세워 접근했다는 해명도 내놓았다. 그런만큼 총선용 공작 냄새가 난다는 지적이다.

그게 아니라면 왜 몰카 영상을 찍은 뒤 1년 이상 쥐고 있다가 총선 몇 개월도 안 남긴 시점에 ‘김건희 특검법’ 처리를 앞두고 폭로했겠냐는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교묘하고 음험한 총선용 공작이라 해서 “근데 그걸 왜 받았느냐”는 일반인들의 의문이 해소되진 않는다는 점이다. ‘명품 백’ 논란 역시 법률 차원의 시비 이전에 윤석열 대통령과 김 여사가 직접 진솔하게 설명할 필요가 있다.

이날 한 언론은 칼럼에 "문재인 전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과거 대통령 전용기 타고 인도 타지마할에 간 것과 비교하는 이들도 있다. 타지마할 전용기에 혀를 끌끌 찬 이들이 많았지만 그렇다고 디올 백 문제가 희석되진 않는다"고 했다.

윤석열 대통령 부부가 공작에 당했다는 억울한 점도  분명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자기 주변엔 더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는 모습, 그리고 진정한 사과(謝過)를 기다리고 있다.

‘숨기면 작은 것도 커지고 밝히면 큰 것도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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