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동 재판에서 이재명-유동규 설전
이재명 "뇌물 폭로 겁주니까 차용증"
유동규 "대표씩이나 되는 분이…한심"
중재 나선 재판부가 질문·답변 정리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 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배임 및 성남 FC 뇌물 의혹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김민호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유동규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및 성남FC 후원금 의혹' 재판의 법정에서 언성을 높이며 강하게 충돌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김동현)는 26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혐의로 기소된 이 대표와 정진상 전 민주당 정무조정실장의 속행 공판을 진행했다.

지난 기일에 이어 이날도 유 전 본부장에 대한 증인신문이 진행됐다. 이 대표는 유 전 본부장이 대장동 민간사업자 중 한 명이었던 남욱 변호사로부터 3억 원을 받은 경위를 묻는 과정에서 직접 신문에 나섰다.

유 전 본부장은 남 변호사로부터 받은 3억 원의 용처를 철거업자 등으로부터 빌린 술값 4,000만 원을 갚기 위해서였다고 줄곧 주장해 왔다. 이 대표는 여기에 의문을 표했다.

이 대표는 "(과거에) 철거업자와 관계된 사람이 시청에 와서 행패를 부리고 증인(유 전 본부장)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최근에 들었다"며 "업자가 의뢰한 동네 건달이 찾아와서 돈을 갚으라고 한 적이 있느냐"고 말문을 열었다.

또 "4,000만 원 빌릴 때는 이자도 없이 빌려놓고 1년도 안 돼 갚을 땐 왜 3억 원에 달하는 차용증을 써줬냐"며 "철근업자에게 철근 주겠다고 약속하고 소위 뇌물을 받았는데 이 사람들이 폭로하겠다고 겁주니까 급하게 (차용증을) 써준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유 전 본부장은 "뇌물이 아니다. 그게 왜 뇌물이냐"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이어 "소설 쓰지 말라"며 "돈 받으러 사무실에 찾아온 사람이 이재명 씨가 잘 아는 건달이지 않느냐"고 맞섰다.

그는 "또 프레임을 씌우려고 하는 것 같은데 확인하시고 제대로 질문해달라. 음모론을 내세우는 데 익숙한 듯하다"며 "참 한심해 보인다. 대표씩이나 되시는 분이 짜깁기했다"고 불쾌감을 표했다.

재판부는 인신공격성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유 전 본부장의 발언에 "그런 평가는 적절하지 않다"며 주의를 줬다. 이후 두 사람의 질문과 답변을 정리하며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경기 성남시장으로 재직하면서 김만배 씨가 대주주로 있는 화천대유자산관리 등 민간사업자에게 사업 정보를 제공하는 등 특혜를 줘 이익 7,886억 원을 얻게 한 혐의(이해충돌방지법 위반) 등으로 지난해 3월 재판에 넘겨졌다.

위례 신도시 사업과 관련해서는 민간사업자인 남욱 변호사에게 내부 정보를 제공해 시공사 등과 211억 원 상당의 이익을 얻게 한 혐의(부패방지법 위반)도 적용됐다. 검찰은 범죄 일시에 따라 구법(부패방지법)과 신법(이해충돌방지법)을 적용했다.

검찰은 이 대표에게 성남FC 제3자 뇌물 혐의도 적용했다. 이 대표가 네이버·두산건설·차병원그룹 등에게 토지 용도변경 등 특혜를 주고 시민구단으로 운영되던 프로축구단 성남FC에 후원금 총 133억 원을 내게 했다는 게 공소사실 골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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